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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도서]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백수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북블로그 #아주오랜만에행복하다는느낌 #백수린 #에세이 #창비 #hyemhyem

 

#책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행복해서 울어본 적, 아니다, 울기까진 과하다면 너무 행복해서 하루 동안 기뻐했던 날이 최근 언제였나 생각해본다. 글쎄... 행복해서 기뻐서 웃었던 적이 최근에 있었나? 주절주절 쓰고 있는 걸 보니 없었나 보다. 뭐, '행복'의 정의가 각자 다르니 얘기하긴 어렵지만, 잔잔히 흘러가는 하루에 풍경에 나의 마음에 행복하다고 느낀 최근이 있다. '행복이 뭐 별건가, 아픈 게 없고 잘 먹고 큰 일 없이 지나면 그게 행복이지.' 하면서도 나에게 '행복'이 다가와 기쁜 감정을 느끼고 싶기도 하다. 참으로 앞뒤 안 맞는 생각이다. 행복을 느끼는 주제가 '나'이기에 나를 기준으로 때마다 계절마다 기분마다 달라지는 '나의 행복'. 잔잔한 행복도 좋고 아주 오랜만에 느껴 기분 좋은 행복도 좋고 크게 다가와 나를 울게 만다는 행복도 좋다. 그런 느낌을 느낄 수만 있다면. 요즘의 나는 행복하다는 느낌을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다. 그렇다고 불행하냐, 그것보단 지금의 내 삶 속에서 의미를 찾고 있지 못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방황하고 있어 스스로 안쓰러운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이 생각도 자기 연민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내 삶 속에서 의미를 찾아갈 수 있게 내 손을 잡아주면서 천천히 걸어갈 생각이다. 그 과정 속에서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약간 기대해보면서.

 

 책[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은 백수린 작가님의 에세이, 뭐랄까 '지금처럼 쌀쌀한 가을 날씨에 햇빛이 잘 드는 동네 골목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얼굴에 비춰지는 따뜻한 햇빛'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자신이 사는 집, 동네에서부터 주변 지인, 자신의 일, 자신의 생각 등을 특별한 것 없이 일상생활 중 만난 햇빛처럼 잠깐 만났지만 그게 잠시 힘이 되는 듯한 느낌? 그래서 읽은 동안 저자의 경험 속에서 비슷한 나의 경험을 꺼내어 추억하게 되고 저자의 생각에 나도 모르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게 한다. 특히나, 이웃과 동네에 대한 글이 많았는데 이 글 덕분에 아르바이트하면서 만나게 된 새로운 이웃분들에 대한 감사와 연말이 다가와 소소한 선물을 드려야겠다는 훈훈한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받은 진한 주황빛이 나는 감을 자주 오는 카페 손님에게 받았다. 나는 감을 좋아하지 않아 내가 먹진 않았지만, 항상 오시면 뭐라도 하나 주시는 손님께 감사하다. 정말, 진한 주황빛이었다. 감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봐도 정말 잘 익은 감을 받으니 내 마음도 주황빛으로 물들어진다. 덕분에 쓸쓸한 기분을 느꼈던 최근 나의 마음이 감 덕분에 주황으로 물들어 차가운 가을이 따뜻해지고 있다. 

 

 

#기억에 남는 문장

 

1부, 나의 작고 환한 방

 

그리고 어떤 공간이 누군가에게 특별한 장소가 된다면 그것은 다름 아니라 오감으로 각인되는 기억들의 중첩 때문이라는 사실도.

- 장소의 기억, 기억의 장소 15p

 

글을 쓰다가 싱그러운 초록빛 잎들에 눈길이 멎으면 '이웃'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줄기 끝에 매달린 클로버 잎을 닮은 두개의 동그라미가 돋아나 있는 단어, 이웃. 가족도 친구도 아니지만 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동그랗게 이어져 있는 사이.

- 나의 이웃들, 30p

 

언니의 창문을 보며, 하나둘씩 빛이 차오르는 이웃들의 창문을 보며,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게 하는 놀랍고도 신비로운 힘에 대해서 이따금씩 생각을 해본다. 나는 여전히 세상의 많은 비밀들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아무리 계획을 세우고 통제하려 한들 삶에는 수많은 구멍들이 뚫려 있다는 것을 안다. 그 틈을 채우는 일은 우리의 몫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모서리와 모서리가 만나는 자리마다 놓인 뜻밖의 행운과 불행, 만남과 이별 사이를 그저 묵묵히 걸어 나간다. 서로 안의 고독과 연약함을 가만히 응시하고 보듬으면서.

- 나의 이웃들, 31p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 같아."

언니가 그렇게 말한 건 케이크를 먹던 중이었다.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 상태를 찾아가는 여정 말이야."

- 여름 식탁 단상, 40p

 

하지만 이제 나는 쓸모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의 감각들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결국은 그런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므로.

- 무용의 아름다움, 69p

 

페이지가 줄어드는 걸 아까워하며 넘기는 새 책의 낱장처럼, 날마다 달라지는 창밖의 풍경을 아껴 읽는다. 해의 각도와 그림자의 색깔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숲의 초록빛이 조금씩 번져나가는 걸 호사스럽게 누리는 날들.

- 애쓰는 마음, 78p

 

2부, 산책하는 기분

 

봉봉이 누구에게나 봄날의 햇살처럼 밝고, 이 세계를 보풀이 일어난 친숙한 담요 속처럼 부드럽고 안전하게 느끼는 것은 온 가족의 사랑 속에 컸기 때문일 것이다.

- 사랑의 날들, 100p

 

강아지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볼 때면, 나는 이 넓은 우주에서 우리가 만나 이렇게 서로에게 특별해질 수 있게 만든 힘이 무엇일지 궁금해지곤 했다. 우리의 존재가 서로에게 깃들고, 이렇게 서로를 비춰주는 조그만 빛이 될 수 있게 해준 그 힘이.

- 사랑의 날들, 104p

 

상대의 슬픔에 공감하는 일에 번번히 실패하는 이유는 기쁨과 달리 슬픔은 개별적이고 섬세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겪어낼 수밖에 없는데, 그건 슬픔에 잠긴 사람의 마음이란 살짝 스치기만 해도 쉽게 긁히는 얇은 동판을 닮아서다. 슬픔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감정과 타인의 감정이 끝내 포개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없이 예민해지고, 슬픔이 단 한 사람씩만 통과할 수 있는 좁고 긴 터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슬픔에서 빠져나온 이후엔 그 사실을 잊은 채 자신이 겪은 슬픔의 경험을 참조하여 타인의 슬픔을 재단하고, 슬픔 간의 경중을 따지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와 크기로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고 쉽게 말한다.

- 슬픔이 가르쳐준 것, 131p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겠지만 슬픔이 너무 커서 세상에 대해 원망만 가득했던 마음이 찬란한 가을 햇살 속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풍경들에 황홀함으로 물드는 걸 느낄 때마다 나는 아름다움은 어쩌면 삶을 닮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정말 그렇다면 정해놓은 목적지도 없이 팔랑팔랑, 느릿느릿 걷는 매일매일이 쌓이는 동안 내 눈길이 오래 머무는 모든 것의 이름 또한 틀림없이 '아름다움'일 것이다. 아름다움은 도처에서 저마다의 빛을 품은 채 자라고 있다.

- 다시 운동화를 신고, 142p

 

사랑은 고이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곳을 향해 흐르는 강물일 것이므로. 끝내 모두를 살게 하는 것이므로.

- 초여름 산책 2, 151p

 

3부, 멀리, 조금 더 멀리

 

소설을 쓰는 일이란 내 기호대로 높이가 알맞게 짜인 푹신한 침대에 홀로 누워 잘 닦인 유리창 너머로 풍경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보기 위해서 저마다의 서사를 가진 타인들이 만든 침대 위에 의자를 놓고 가까스로 올라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 나의 창, 나의 살구, 192p

 

하지만 대부분의 날에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몫의 수고로움을 스스로 감당하며 살아내는 것이 값진 일이라는 걸 안다. 그것들은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글을 쓸 자유, 사랑하는 사람과 다른 형태의 공동체를 꿈꿀 자유, 타인의 기대나 시선에 부합하는 내가 아니라 오롯한 나 자신으로 존재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내가 기꺼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 나로 존재하는 수고로움, 204p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행복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자피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어 있었으니까.

- 마흔 즈음, 224p

 

긴 시간 동안 썼던 원고들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세월이 흘러 변한 것들이 내게는 보인다.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예전에 썼던 글들을 매만지는 동안 내가 상실했다고만 생각했던 존재들이 가만히 내 곁에 다가와 함께 있어주었는데, 시간이 많은 것들을 사라지게 하더라도 내게는 글이 있어 잃었던 것과 몇 번이고 다시 함께할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작가의 말, 2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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