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도서]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도우리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북블로그 #우리는중독을사랑해 #환상적욕망과가난한현실사이달콤한선택지 #도우리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중독 #MZ세대 #hyemhyem

 

#책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내가 겪고 있는 일이 개인적인 일인지 아님 모두의 일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책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에 나온 중독 중 하나를 선택해 보자면, 6장 안읽씹이 되겠다. 지금 나의 핸드폰엔 남아있는 연락처가 얼마 없다. 왜냐하면 연락처를 모조리 정리했기 때문이다. 정리한 이유는 나의 인간관계가 허무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연락을 해줄 사람, 내가 먼저 연락을 할 사람의 연락처만 남기도 나머진 싹 다 삭제했다. 정말 삭제된 연락처과 이별했다. 정리하기 전, 연락에 꽤나 부담을 느끼고 있었는데 지금 나의 상황이 스스로에게 남들에게 창피해 피해 다녔다. 나의 근황을 나에게 물어도 힘이 빠지는데 어떻게 상대방에게 이야기하겠나 싶을 정도로, 많이 많이 심적으로 힘들었다는 이야기... 어쨌든 왜 그럴까를 심각하게 생각했지만 나의 심리적 문제, 즉 개인적인 문제라고 치부했다. 알고 보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걸 여러 매체를 통해 알게 되니 나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하며 전보단 덜 심각하게 여긴다고 해야 할까. 예시가 너무 길었지만 이처럼 나만의 문제라고 느껴졌던 현상, 감정, 생각, 기분이 '나'로 한계 짓는 것이 아닌 나를 둘러싼 '사회'와'세대'의 영향권 아래 있었음을 최근에서야 피부로 더욱 느낀다. 

 

 이런 의미에서 책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젊은 세대(이렇게 표현해도 될까? 청년이라는 말이 더 나을까?)가 선택한 것들에 '중독된' 현상을 낱낱히 보여준다. 열거해보자면, 갓생/배민 맛/방 꾸미기/랜선 사수/중고 거래/안읽씹/사주 풀이/데이트 앱/#좋아요 까지 총 9가지 중독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표현 방식이 조금은 급발진으로 느껴졌는데, 안의 내용이 무논리는 아니었기에 열내며 설명하는 저자의 문체가 오히려 중독 현상에 누구보다 진심으로 관찰하고 경험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이 부분이 나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중독'의 이미지가 긍정적이지 않기에 우리가 중독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선 공감이 될 수 있는 현상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열심히 설명해주어야 읽는 이가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9장 모든 내용이 다 와닿지는 않았다. 각 개인마다 상황은 다르고 느끼는 중독 현상에 대한 감상도 다르테니. 그럼에도 9가지 중독을 이야기함으로써 단순한 현상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을 깊숙이 해부해 담긴 중독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사연을 생각할 수 있어, 중독에 대한 치료까진 아니지만 나의 중독 현상을 인지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책이지 않을까. 혹여, 9가지 중독 중 자신을 고민하게 만든다면 이 책을 통해 나의 중독을 인지하고 지금의 이 사회를 뚧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어보시길 바란다.

 

 

 

#기억에 남는 문장

 

1장 갓생_어른 되기 어려워진 시대에 어른 되는 법

 

갓생은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며 타의 모범이 되는 성실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로, 이미 이름부터 형용모순이다.

- 20p

 

행복해지는 것이야말로 현대인의 최대 목표이며, 웰빙 웰다잉 웰에이징 등 이를 달성시켜준다는 마케팅이나 셀러브리티, 상품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갓생도 이런 행복 산업의 일부다.

- 37p

 

2장 배민맛_현대인의 필수 MSG

 

어쩌면 나는 '자본 없는 자본주의 인간'일지 모른다.

- 48p

 

3장 방꾸미기_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다는 달콤한 말

 

인테리어는 주거 개념의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방 이미지들에선 주거의 질에 대한 이야기는 지워져 있다. 아무리 좁은 원룸이어도 넓어 보이게, 로망대로 실현하는 노하우 수준에서만 이야기된다. 평수나 환기 시설이 최저 수준 기준에 미달하는 집이 넘치고,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치안 비용을 여성 개인만 감당하는 문제 같은 건 러그나 포스터 뒤편에 그대로 가려져 있다. 가난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론 눈에 보이지 않게 됐다. 오늘의 집들은 모두 다른 시공간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주거 현실은 비포 앤 애프터처럼 스펙터클 하게 바뀔 수 없다.

- 83p

 

5장 중고거래_명품 가방부터 판맺의 노동력, 이웃까지 팝니다/삽니다

 

당근 마켓을 도시인들의 사이버 구황작물이라고도 빗대 본다. 수익이 주된 목적이더라도, 당근 마켓에선 너무 척박해진 주민, 시민 간 사회적 거리가 조금 좁혀져 있는 건 사실이다. 잃어버린 반려견을 함께 수소문해주고, 낯 모르는 사람에게 '혹시... 당근이세요?'라며 인사를 건네고, 무료 나눔을 보탤 땐 어쩔 수 없이 약간, 잠시, 덜 외롭다는 기분이니까. 그러니 이렇게도 상상해본다. 당근 마켓의 유행은 감정적 보릿고개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흔드는 구조 요청 일지 모른다고.

- 132p

 

6장 안읽씹_톡포비아,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넘어

 

어째 편리해질수록 톡포비아 증세는 악화된다. 카톡의 편리함이 오히려 '톡'의 지분을 점점 앗아간다. 관심 들여 대화해야 할 수 있던 것을 너무 쉽게 알려주니까 말이다. 안부를 묻고, 표정과 몸짓으로도 마음을 전하고, 공감을 표현하는 대화의 너무 많은 기능을 메신저 플랫폼에 외주를 줘버렸다.

- 140p

 

물론 대화라는 행위 자체는 필연적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는 행위다. 하지만 메신저 대화의 핵심 문제는 그저 오해할 여지가 더 많아서라기보다 책임감을 묽히는 데 있다. 책임감은 상대의 부름에 응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카페에서 마주 보고 앉은 상대가 나에게 요즘 어떻게 지냈냐고 물었을 때 단 1분 동안이라도 대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는 점점 무책임해지고 있다.

- 143p

 

플랫폼에 (아직까지) 외주 줄 수 없는 대화의 기능이라면 침묵이 아닐까. 침묵은 단지 답장을 기다리는 상태와 달라서 플랫폼에서 구현하기 어려워 보인다. 침묵은 서로의 말을 곱씹는 시간을 주고받는 대화의 일종이다.

- 147p

 

하지만 우리가 깊숙이 연결되기 위해 나누는 대화에서는 침묵 같은 비생산성, 단지 '안읽씹'이 아닌 기다림으로써 존중하는 만답 같은 쓸모없음이 소중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의 맥락이 비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다. 퇴근 후 업무 연락을 금지하며 퇴근 후 회사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프랑스의 '엘 콤리'법 같은 제도의 도입만으로는 현대인의 '넵병'을 치료할 수 없다. 단지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아니라 '대화할 권리'로 확장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 148p

 

9장 #좋아요_#외로움 #중독 #사회

 

우리는 영원히 실향민 신세다. 종교, 국가, 지역, 가족 내 역할, 섹슈얼리티, 평생직장처럼 인류가 오랫동안 뿌리내려온 정체성의 기반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건 자유라기보다 의미의 상실이라는 고통을 주는 쪽에 가깝다고들 말한다. 이런 정체성을 개인들이 알아서 챙겨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이 문제를 대부분 소비를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

- 205p

 

우리 모두는 어딘가 인기가 없는 존재다. 이렇게 모두가 공유하는 취약함은 '좋아요' 강박의 사회에서 벗어날 중요한 실마리일 것이다. 하지만 이 실마리만으로는 좋아요 사회라는 미궁을 헤쳐나갈 자신이 없다. 사실 이 미궁을 꼭 나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가 피로감이고 어디서부터 쾌감인지 모호해 멀미를 하던 시절은 지났다.

아니면, '좋아요' 대신 '괜찮아'를 서로와 스스로에게 건네주는 건 어떨까?

- 220p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