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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의 몰락

[도서] 평등의 몰락

리사 두건 저/한우리,홍보람 공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IMF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신음할 때 서울 강남 지역의 소수는 오히려 환호했다고 들었다. 어중이떠중이가 모두 자신들이 이용하는 백화점에 와 저급한 소비를 일삼는 모습을 더는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유였다. 수치만을 놓고 본다면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진단은 진단일 뿐 우리의 삶에 와 닿는 무언가는 없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IMF 이전을 그리워한다. 대학을 졸업하면 그럭저럭 괜찮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었다. 한 번 들어가면 정년까지 다녀야 하니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 성립하던 시절이었다. 노력을 기울이면 쉽지는 않겠지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것도 가능했다. 개천에서 드물지만 탄생하는 용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경이로운 눈을 하고 세상을 바라보곤 했었다.

많은 이들이 신자유주의라고 하면 경제를 떠올린다. 아마도 경제학자로 분류되는 애덤 스미스의 자유주의에 이라는 글자를 하나 덧붙인 것이어서 그런 모양이다. 실제 가장 크게 와 닿는 것 또한 경제적인 부분이다.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더는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철칙처럼 자리매김한 8020 양극화 사회에 대한 많은 논평들 역시도 극소수에게 몰리고 있는 불평등한 부를 공략하고 있다. 19세기 이래로 이는 가장 치열한 논쟁을 빚어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냈으며 파급력 또한 컸다. 사회를 변혁하려는 혁명적 움직임의 실패 이후 우리 사회의 진보라 일컬을 수 있는 분야는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사회에 존재하는 숱한 문제를 어찌 경제 영역 하나로만 환원시킬 수 있느냐는 반성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환경주의자가 탄생했다. 여성주의, 레즈비언과 게이를 옹호하는 움직임도 커졌다. 진보의 혁신 혹은 분화로 이를 보는 경우도 존재했지만 적잖은 이들이 이를 실패로 해석했다. 힘을 한데 결집시켜도 쉽지가 아니 한데, 각자가 너무나도 다른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으니 큰일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실제로 다양한 이슈 앞에서 각자의 입장은 달랐다. 한 목소리를 내는 데 진보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신자유주의 진영에게 이는 기회였다. 그들은 분화해 나온 진보의 곁가지들을 하나둘씩 분쇄해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정권을 잡기에 이르렀다. 로널드 레이건은 집권과 함께 강력한 경제 정책을 추진한다. 그의 정책,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는 보수의 대귀환이었으며 더 나아가 미국사회의 기준점을 바꾸었다. 이전까지 우파로 여겨지던 것들이 중도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국가가 수요를 창출하는 이전의 정책들은 유효하지 않았음은 물론이요, 시장 경제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위험한 통제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와 같은 비난은 다른 영역에 대해서도 가해졌다. 이 책에서는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1990년대 후반에 열린 섹슈얼리니 관련 여성학 콘퍼런스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콘퍼런스는 너무나 혼란스럽고 불온하다는 평을 피할 수 없었다. 다뤄진 주제는 악마적이었으며, 참가자들은 치료를 요하는 상태라는 식의 공격은 급기야 상식과 품위를 버렸으며 인간의 존엄성을 제거한 행위로 치부됐다. 다름은 그렇게 틀림이 됐다. 그릇된 사상을 가진 이들은 교정을 시킬 수 없다면 차별하고 배제하는 게 사회의 안녕을 위해 장려됐다. 자유를 극렬히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는 이렇듯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이들의 자유는 철저히 짓밟았다. 도덕성을 공격당한 이들의 운동은 그렇게 원동력을 잃었다.

 

저자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결집. 훈육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다수가 함께 내는 건 우리가 행할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한 공간에 모임으로써 우리는 매스미디어가, 타락한 정치인들이, 부를 손에 거머쥔 신자유주의자들이 외치는 이미 만인은 평범하며 당신은 주류라는 이데올로기 이면의 진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결국에는 저들이 끝끝내 막으려 하는 가치들(결합한 기쁨과 집단적 돌봄, 사랑과 돈의 평등한 순환)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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