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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사이

[도서] 엄마와 딸 사이

곽소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자녀의 적절한 독립 연령은 몇 세일까. 예전 같았으면 이미 오래전에 결혼해 가정을 꾸렸을 나이지만 여전히 나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적잖은 이들이 나처럼 부모에게 의존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세상이 불평하듯 요즘 세대의 독립심 부족이 원인일수도 있고, 학자금 대출 등으로 학생 때 이미 적잖은 빚을 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더라도 독립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탓도 크다. 어느 쪽이 원인이건 여느 시기보다도 자녀와 부모가 결합도 높은 형태의 삶을 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엄마와 딸은 얼핏 보아도 각별하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나 아빠와 아들, 아빠와 딸 혹은 엄마와 아들보다 더 유대감이 높을 듯하다. 실제로 여행 상품을 이용할 때면 엄마와 딸로 이루어진 여행객들은 어렵잖게 발견할 수 있다. 반면 아빠나 아들이 여행에 온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엄마와 딸이라고 하여 언제나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다. 왠지 친근해야만 할 거 같고 실제로도 그렇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엄마와 딸 사이에도 이상 기류가 흐르는 일이 잦다. 슬프지만 엄마와 딸이기 전에 독립된 사람이라 그렇다. 언제나 내 바람대로 엄마가, 딸이 행할 리는 없다. 워낙 유착돼 있다 보니 다른 관계에서였더라면 그냥 넘길 수 있었을 사소한 일도 큰 불씨가 돼 관계를 해치기도 한다. 차라리 남이었으면 좋겠고, 달아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지만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그건 불가능하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름시름 앓는다. 엄마도, 딸도.

책을 읽으면서 많은 사례들로부터 안타까움을 느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칭하는 건 무의미했다. 왜냐하면 관계라 하는 것은 둘 이상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단지 세상에 먼저 태어나 삶을 오래 영위했다는 사실이 완벽해야만 하는 이유가 된다면 잔인하다. 헌데 엄마는 딸 앞에서 그래야만 했다. 자신도 엄마가 처음이고,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음에도 딸에게 있어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였기에 책임감이 막중했다. 엄마 또한 자신의 엄마 등으로부터 이런저런 영향을 받아왔으며, 그로 인한 상처를 지녔을 수도 있다. 자신의 상처를 채 보듬지도 못한 상황에서 여리기만 한 딸을 올바르게 키워내야만 한다는 건 큰 부담일 수밖에. 노력을 한다 하여 시종일관 옳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책에서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때론 자신이 딸이 된 것처럼 어리광이나 신경질을 부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편에게 과도하게 의존적인 모습을 보인다거나 시댁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딸은 속으로 나는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쉬울 리 없다. 보고 들은 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제 안에 뿌리내려, 결정적인 순간에 결코 자신이 가고 싶지 않은 길을 걷도록 만든다.

관계에는 일정한 패턴이라는 게 있다. 딱 적절한 시점에 잘못 굴러가는 패턴을 끊을 수 있는 적절한 행동이 주어진다면 문제가 되는 많은 부분을 개선할 수 있다. 많은 엄마와 딸이 그렇게 하지를 못하고 있다. 차라리 남이어서 다시는 얼굴을 안 볼 수 있다면 용기 내어 관계 개선에 나설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엄마가(딸이) 불편함을 느끼겠지, 왠지 엄마()에게 그래서는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에 발목 잡혀 건강하지 못한 패턴을 유지할 때가 잦다. 우리는 고슴도치가 아니어서 상대방이 지닌 날카로운 가시까지도 끌어안는 일에 익숙지 않다. 함께 있으면서도 같은 곳을 바라보지 못할 것이고, 데면데면한지라 차라리 따로 떨어져 있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단순히 함께 사는 걸 지향하는 게 아니라 이왕이면 함께인 순간에 행복했으면 하는 게 모두의 생각일 것이다.

엄마가 매순간 완벽할 순 없다는 걸, 딸이 항상 엄마에게 착한 딸이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변화는 출발한다. 관계가 건강하려면 개개인이 건강해야 한다. 엄마도 딸도, 엄마와 딸이기에 앞서 개인으로서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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