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도서]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정병석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대부분의 나라가 장수했다. 수시로 흥하고 망하는 국가가 등장했던 대륙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만큼 평온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어떠한 태평성대도 영원하진 않다.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등장했을 때 어찌 대처하는지에 따라 천 년 만 년 이어질 것만 같은 질서도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진다. 이미 오래 전에 역사가 된 조선이라는 나라가 왜 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제 와서 묻는 건 시기적절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제도권 교육을 성실히 이수한 사람이라면 망국의 이유야 얼마든지 들 수 있기도 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일본이다.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 일본의 침략이 아니었더라면 비극적인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조 시대에 꽃피운 실학으로부터 희망이 읽혔는데 시간이 부족했을 따름이라는 주장을 심심찮게 들어 보았다. 과연 그럴까.

남의 떡은 항상 커 보인다. 왜 우리가 지닌 건 미천해 보이는지. 조선이 처음부터 그토록 경직됐던 건 아니었을 테지만, 조선하면 융통성이라곤 전혀 허락지 않는 성리학이 생각난다. 학자들은 실제 민중의 생활이 어떠한지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까지 중요한가 싶은 예법을 목숨을 걸고 논했고, 자신과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문난적이라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노론 일색의 질서가 결국에는 세도정치로 이어졌던 점입가경의 역사를 겪고도 망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일 수도 있겠다. 나는 이를 비단 후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저자는 조선 성립시기부터 존재했던 문제를 찬찬히 되짚었다. 농업을 중시하는 국가. 조선은 건국 초기부터 상공업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땀 흘려가며 일하는 농사에 비해 상공업은 속된 말로 날로 먹는것으로 여겨졌다. 쉽게 부를 거머쥐는 것은 옳지 않다는 도덕적 사고를 지배계층이 지녔으니 그 사회에선 상공업이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조선이 노동의 가치를 중시했던 것은 또한 아니었다. 옷소매를 걷고는 직접 농사일에 매달리는 양반의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막대한 땅을 지녔을 경우에도 노비를 시켜 농사를 지었으면 지었지 스스로 몸을 움직이려 들진 않았다. 심지어 땅을 소유하는 것조차도 부끄러웠던지 노비의 이름을 대신 장부에 올린 경우도 존재했다. 이는 훗날 토지의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놓고 다툼이 벌어지는 일로 비화되기도 했다.

비리와 꼭 결탁하지 않았을 때에도 조선의 조세 제도는 문제가 많았다. 일단 예외에 속하는 인구의 비율이 어마어마했다. 신분이 높아도, 낮아도 세금을 내지 않거나 낼 수 없었다. 소수의 징수 대상은 그야말로 등골이 휘도록 일을 해야만 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당을 채우기가 힘들었다. 화폐가 발달하지 않은 조선에서는 일일이 품을 팔아가며 세금 삼을 물건을 마련해야만 했다. 품목은 위에서 지정해준 것이었는데, 살아 있는 닭이나 꿩 등을 잡되 죽이지는 않은 상태로 납부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자체로도 이미 수탈에 가까운데,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은 양을 요구하기 시작한 조선 후대에는 정말이지 못 살겠다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왔을 것 같다.

사람들은 불만이 많았어도 이를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할 줄 몰랐다. 이른바 지식을 국가와 소수 지배계층이 독점했기 때문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로 칭송 받아 마땅한 우리말이지만 창제 시점에서는 지배계층의 공격을 받는 일이 잦았다. 고려의 금속활자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앞섰으나 별다른 파급력을 일으키지 못했다. 기술을 활용할 줄 몰랐으며 너무도 중히 여긴 나머지 애지중지하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었다.

 

연에인들의 일탈 소식이 뜨겁게 브라운관을 달구고 있다. 그들의 뒤를 봐준 사회 고위층 인사들이 있다는 정황이 모두의 분노를 사고 있다. 비리는 여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조선 또한 제 잇속 차리기에 바쁜 이들이 끊임없이 일탈을 일삼았고, 그들은 알게 모르게 망국에 이르는 길을 건설했다. 미래가 어찌 전개될지 아직 우리는 알지 못한다. 역사 어느 지점에서 지금 이 순간과 닮은꼴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연 그 나라는 여전히 건재한가, 아니면 이미 망했는가. 우리의 앞날이 조선의 사례와 같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에이스스타

    책 내용이 잘 정리 되어 있네요. 잘 읽고 갑니다.

    2019.03.21 22:07 댓글쓰기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