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도서]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심너울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창의적이라는 평을 듣는 사람들이 늘 부러웠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나의 생각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독서를 많이 하면, 경험의 폭을 넓히면 사고의 영역 또한 다양해지려나. 약간 영향을 미치기는 하겠지만 지금 나의 대답은 “아니오”다. 어느 분야건 출중함은 타고 나야만 한다. 노력으로는 천재를 결코 이기지 못한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라는 긴 제목을 가진 책을 집어 들었다. 나이 듦을 향한 평상시의 두려움이 본능적으로 내 손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제목의 길이와 어울리지 않게 작품은 명쾌했다. 일종의 경의로움을 느끼며 나는 다짐했다. 아무리 평균 수명이 늘어나더라도 2100년이 되기 전에는 세상을 필히 뜨리라. 어찌 보면 고작(?) 80년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내일 일도 알지 못하는 존재에게 80년은 머나먼 미래에 속했다. 그 즈음 시간이 흐르면 소설 속 이야기가 마냥 허황되다 평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 과연 사람 사는 게 사람 사는 거 같을까.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라도 되듯 나의 사고는 일정 영역 안에서 맴돌았다. 입을 벌리기가 무섭게 “기상천외하다” 외침이 쏟아질 거 같아서 잘근잘근 입술을 씹었다. 

첫 번째 배치된 작품 <초광속 통신의 발명>은 일종의 워밍업과도 같았다. 직장인들은 출근하기도 전에 퇴근하고 싶다는 감정을 느낀다는 걸 저자는 어찌 안 걸까. 속내를 들킨 나는 자발적으로 저자의 연구에 동참해야만 할 거 같은 충동을 느꼈다. 내 마음에 깃든 Hello, world 라는 글자 탓에 오늘도 난 아침부터 미치도록 퇴근이 하고 싶었던 모양이라며, 본격적으로 나는 저자가 펼쳐놓은 세상에 빠져들었다. 

얼마 전 유수의 기업 총수가 세상을 떠났다. 이를 염두했을 리는 없을 텐데도 난 자꾸만 오래도록 병상을 지켰던 한 인물을 <SF 클럽의 우리 부회장님>을 읽으며 떠올렸다. 인생은 어디로 흘러들 줄 모른다더니,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그야말로 난감했다. 어쩐지 너무 잘 나간다 싶어 불안감이 가중되는 찰나에 저자는 굴러 들어온 복을 제 발로 차버리고야 말았다.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굴며 쉬쉬했던 사실을 술의 힘을 빌려 발설하고야 만 저자에게 드리워진 미래는 암담했다. 한 편으로는 언젠가는 맞이할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대인의 핏발 서린 눈을 매일 마주할 순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의 전개는 혀를 내두르고도 남을 만치 기괴했다. 소위 제 잘난 맛에 취해 살던 저자에게 급작스레 중년의 초라함이 찾아왔다. 직위에 기대어 제 못남을 얼마든지 감출 수 있다 믿었지만 가정을 잃은 후로 더는 그간 착용해온 가면의 도움을 얻기 힘들어졌다. 아무 짝에 쓸모 없어 보이던 정부 모처가 드디어 남성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하는구나 싶어 환호를 지르려는 찰나에 아무나 상상할 수 없는 해결책이 주어진다. 저자가 ‘건강한 사회적 접촉’이라 칭한 게 무엇인지는 이 책을 찾을 다른 독자들을 고려해 말하지 않으련다. 

사람과 관계 맺음이 어려운 상황에 주어지는 로봇 친구, 모두가 두려워하는 노화로부터 자유를 선사할 것만 같은 애플사의 새 에어팟 따위가 계속해서 등장했다. 그야말로 신문명이었다. 심지어 저자는 사람의 고기를 배양해 식용으로 즐기는 시대를 제시하기까지 했다. 육식을 위해 동물을 학대해가며 키우고 도살하는 끔찍한 과정을 더는 거치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이상적인가 싶으면서도 내가 내 세포를 배양해 구워 먹는다고 생각하니 어딘가 모르게 기분이 묘했다. 뇌 세포까지도 얼마든지 교체가 가능하다면 치명적인 마비 등을 유발할 질환이 찾아와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시대임이 분명했는데, 딱히 이상적일 거 같지는 않았다. 감히 평하건데 “저렇게 추하게”까지 세상을 진보케 할 필요는 없지 싶었다.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듯하니 지레 겁을 먹고 부정적인 평을 하는 것일지도. 

여러모로 두려움을 자극하는 작품들의 연속이었다. 이미 수 년 전부터 아이돌 그룹의 멤버 이름조차 잘 기억을 못 하기 시작한 나에게 이토록 기가 막힌 세상이 다가온다면 원치 않아도 도태를 경험할 것만 같았다. 한껏 즐겨놓고 ‘SF 소설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다니, 내 자신이 우스웠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외쳐야겠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건 20세기, 21세기가 전부다. 나에게 추함을 선사할 22세기는 부디 천천히 오시라!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