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도서]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유선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생각났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너무 늙은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들을 때 사용하기 좋은 표현이라고 믿어왔는데, 반대의 경우에도 얼마든지 적용 가능하다는 걸 이번 기회에 제대로 깨달았다. 책을 읽으며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은 1990년대에 태어난 여성들이었다. 이제는 그들도 30대 문턱을 넘나들기 시작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세상은 신인류의 출현이라도 일어난 것 마냥 경악에 찬 목소리를 내뱉었다. 앞선 세대와 달라도 너무 다른 그들이 집단보다 개인을 너무도 중시한 나머지 세상을 마치 멸망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식의 경고를 들으며 당시 난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만일 사람들의 우려가 사실이라면, 그리 살고 싶었으나 기성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길을 걷게 된 입장에 선 나로서는 그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사례는 막연함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각기 다른 삶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닮은 꼴을 하고 있는 이들의 사례를 읽으며 난 예전에 품었음직한 감정이 다시 한 번 싹 트는 걸 느꼈다. 부러움, 시기, 질투, 다독이고 싶음. 그건 여느 말로도 설명이 어려운 감정이었다.
TV를 아니 본 지 꽤 오래 됐다. 영화 또한 가까이 한 기억이 내겐 없다. 책을 나름 많이 읽는다고 하여도 모든 책을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러저러한 이유 탓에 책을 통해 알게 된 인물이 상당수였다. 제 분야에서 굵직한 커리어를 쌓았다고는 하나 그들의 나이는 많아도 30대 초반이었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운동 선수는 예외일 테지만 100세 시대에 나이 서른 즈음은 아직 젊다 말해도 괜찮은 연령대임이 분명하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그들이 벌써 많은 걸 이루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동시에 난 그 무렵 무얼 했던다, 책이 의도하지 않았을 반성 또한 하게 됐다. 저절로 이루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결과를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들은 충실히 과정을 이행함으로써 자신에게 제법 잘 어울리는 결과에 도달했다. 완성이 곧 끝이 아니라는 걸 세상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평하는 이들의 삶을 보며 알 수 있었다. 여전히 치열했고, 앞날을 자신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머릿속에 뚜렷이 그려지지 않는 내일이 나에게 선사하는 불안감이 어찌나 컸던지, 여전히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나는 발언 하나하나에 촉각이 곤두섰다. 요즘 젊은이들이 지향한다는 안정성과 다분히 거리를 둔 형태의 삶이었으므로 그들의 호소는 당연했다. 굳이 거친 길을 택할 이유라도 있었을까. 용기였지만 무모함으로 해석하고 싶었다. 난 그리 굴지 못하리라는 걸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에 든 시샘이 원인이었다.
각기 다른 직업군,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할 수도 있는 그들에게서 발견 가능한 공통점은 많았다. 불확실성에 좌절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노력했다. 당장 바라는 성취를 이루지 못할지라도 애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면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이 무언지 왠지 그들은 알고 있는 것만 같았고, 어쩌면 그래서 때때로 실패했을지라도 스스로를 지나치게 타박하지 않았다. 높은 자존감 또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젊은 여자가’ 무언가를 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일도 있었지만 세간의 평이 자신의 전부가 아님을 명심했다. 나의 실수나 실패를 향한 손가락질이 내 자신의 정체성마저 부정하는 일은 없고, 또 그래선 아니된다는 사실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주지시켜야만 하는 무언가임에도 현대인 대다수가 외면하는 게 현실이다. 직접적인 명상을 비롯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들은 자신을 지켰다. 세상의 무례함이 자신을 쓰러뜨리진 못한다는 확신이 지난날 90년대생들에게 당돌하다는 평을 안겨다 준 이유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도중 나왔을 많은 말들을 반복해 읽었다. 문장이 주옥 같다며 감탄하느라 내가 엿보고 있는 게 무언지 잠시 망각할 뻔했다. 지금도 아름답지만 그들이 써 내려갈 내일은 오늘보다 더 아름다울 거라는, 그러길 바라는 마음이 제목에 담겨 있다는 것도 느지막히 깨달았다. 그들은 개척자였다. 앞선 이들이 그토록 열어제껴보고자 안간힘을 썼던 길 위에 그들은 섰다. 앞선 이들의 노력에 자신의 구슬땀을 더해 이후 세대로 하여금 희망을 품을 수 있게끔 만들어주고 있었다. 아니, 이들보다 한창 앞서 걷고 있던 나에게도 그들의 존재는 곧 희망이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