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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각시 살인사건

[도서] 꼭두각시 살인사건

다니엘 콜 저/유혜인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봉제인형 살인사건’은 신선했다. 누구도 시도치 않았던 방식으로 사람을 죽이는 범인 앞에서 모두가 속수무책 당했다. 에밀리 백스터를 비롯한 인물들은 용감하게 현장을 통솔하며 혼란을 수습했다. 온몸 가득 긴장감이 감돌 때마다 알게 모르게 말랑말랑함을 던져 주었던 울프는 이제 곁에 없다. 절친한 이의 실종 자체도 충격인데다 그 원인을 제공했다는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백스터에게 필요한 건 휴식 같았다. 저자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로 마음먹은 나머지 백스터의 사정을 고려치 않았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 봉제인형 살인사건을 모방한 범죄가 발생했고, 이 사건 해결의 주축으로 여겨졌던 백스터는 다시 한 번 대혼돈의 중심에 놓이고야 말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초반에는 몰입이 쉽지가 않았다. 앞선 이야기를 읽지 않은 경우에는 이해가 어려울 거라는 평도 있었으나 반대로 나는 자꾸만 이전을 떠올리기 바쁜 나머지 새로이 전개되는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달라진 건 미국이라는 배경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FBI와 CIA의 영향력이 강력한 고장이므로 이 두 단체에 소속된 사람들의 등장은 예견된 바였다. 삼국지 마냥 어마어마한 수의 인물이 등장한 게 아님에도 낯선 이름에 이리저리 치였다. 지난 작품에서 만난 인물들을 능가하는 매력을 이들이 발산해주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고, 그 점이 더더욱 나의 집중을 방해했던 듯하다. 하나의 단체 안에서도 계파가 갈리고, 개개인이 아전투구하는 일이 흔하다. 미국과 영국이 마치 한 몸처럼 어떠한 갈등도 없이 잘 어울릴 거라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짓일 수도 있다. 백스터는 필요에 의해 얼굴 마담처럼 활용될 운명이었다. 공은 자신들의 몫이길 바라는 이들은 자신들이 습득한 정보를 백스터에게 곧이곧대로 전달치 않았다. 우연의 일치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점차 거세졌고, 백스터는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 기껏 책을 읽기로 결정한 독자들에게 이는 비극이기에, 저자는 그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

때때로 우린 자신의 뿌리가 흔들리는 경험을 한다. 전 세계를 떨게 만들었던 테러 등에서 가족이나 친지를 잃은 이들의 경우,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도 현재 진행 중인 아픔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허나 개개인의 대응 방식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누군가가 타인을 해하고, 심지어 자신을 산산이 부숴 버리는 일에 앞장서는 동안 다른 부류는 비슷한 상처를 지닌 이들을 향해 손을 내민다. 저자는 두 인물, 루쉬와 루카스 키튼을 대조적으로 배치했다. 한 인물이 세상의 부조리를 파헤치며 자신의 가족을 덮친 비극의 재현을 막으려 드는 동안 다른 인물은 정 반대의 행보를 보인다. 어디에서도 희생된 이를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세상이 부디 이름 없는 이들에게도 시선을 드리우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수많은 미끼와 꼭두각시를 양산해 냈다. 죽은 자는 알 길 없겠으나 그들의 이름이 연일 언론을 달군다. 마침내 세상으로부터 기억될 기회를 얻은 이들이 진정 기뻐했을 거 같진 않지만, 루카스 키튼에게 이는 보상 받는 기분을 안겨 주었다. 어떠한 인생을 설계하느냐는 개인의 몫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처를 딛고 자신이 설정한 방향으로 한 발 내딛을 때 사회가 과연 어떠한 도움을 선사했을지가 난 묻고 팠다. 상실은 온전히 그들의 몫으로 남았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옹호해선 안 될 테지만, 과연 우리 사회에서 루쉬나 루카스 키튼과 같은 이들이 위로 받은 적이 있는지는 한 번 즈음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봉제인형 살인사건’에서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저자는 불친절을 과시했다. 울프의 귀환을 기다리던 이들, 누구보다도 백스터에게는 기쁨이었을 테지만, 그와 같은 감정을 채 감지하기도 전에 저자는 황급히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달콤한 입맞춤을 기대하며 눈을 감았는데 물벼락을 맞은 꼴이라고 하면 너무 심한 비유겠으나, 막판 울프의 등장이 의미하는 바가 무언지 나로서는 도통 모르겠다. 다음 이야기를 읽어라? 사람과 사람을 엮는 기이한 범죄가 지속될 거니 긴장하라는 뜻일까. 또 다른 비극을 예고하기 위함이라면 외치고 싶었다. “이 세상에 신은 없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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