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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도서]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이채훈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사회가 요구하는 상에 부합하는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게 참 많았다. 지루하기 짝이 없던 소설을 읽어야, 아니, 암기해야 했고, 일정 수준 이상의 교양을 쌓는다는 목적으로 난해한 음악 역시 들어야만 했다. 나의 부모는 제 아이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내며 위인전집과 더불어 클래식 음악이 담긴 카세트 테이프를 들였다. 한 번이나 제대로 들었을까. 테이프가 CD로, MP3로 진화 아닌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나는 클래식 음악과 점점 더 멀어지는 길을 걸었다.

세상에 숱하게 존재하는 책 중 기왕이면 내 입맛에 맞는 책을 골라 읽고자 하는 게 모든 사람의 마음일 거다. 그러는 편이 한정된 시간을 가장 알차고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라고 나름 여겨왔다. 클래식 이야기를 향해 손을 뻗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다. 읽다가 잠들 수도 있고 중도에 덮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지만 일단은 시작해보기로 했다. 전문서적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 형태를 취한 글들의 연속이었다. 덕분에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으나 문외한이라는 나의 정체까지도 숨기기란 어려웠다. 겨우 이름 한 번 들어보았을까 싶은 수준의 미약한 지식을 자랑하는 나에게 모든 것은 아무리 초보 단계라 하여도 난해할 수밖에 없었다. 시대가 참 좋아졌다는 걸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친절하게 박힌 QR코드에 힘입어 내 멋대로 거장의 음악을 상상하는 누를 피할 수가 있었다.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출발 지점은 클래식의 기초를 확립했다는 평을 듣는 비발디였다. 음악사에 다들 한 획을 그었지만 그들의 생이 진행되던 순간에는 모든 게 상이했다. 태초부터 천재로 추앙 받은 인물이 있는가 하면 오랜 무명생활을 견디어야 했고 한 줌의 재가 된 이후에야 비로소 진가를 인정 받은 경우도 존재했다. 시간이 적게 혹은 오래 걸렸다는 점이 유한한 생을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퍽이나 중요할 테지만 특정 시점에 시야를 고정하지만 않는다면 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수록된 인물들은 세상을 떠나면서 이름과 더불어 영원히 사랑받을 음악을 남김으로써 영생을 획득했다. 근근히, 때로는 웅장하게 음악에 끊이지 않을 생명력을 불어넣을 인물들의 존재 또한 주목하게 됐다. 비발디에게는 바흐가 그랬고, 슈만, 브람스 등 동떨어진 것 같은 인물들 역시 유심히 들여다보면 연결고리가 존재했다. 누가 누구의 계승자인가에 세상은 몰두했지만, 그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도 온전히 자신으로 우뚝 서는데 성공했다.

음악을 잘 몰라서일 수도 있는데, 인간적인 고뇌에도 이끌렸다. 모차르트의 짧은 생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한 투쟁의 연속과도 같아 보였다. 귀족에게 영속돼 경제적 안정 위에서 음악을 행했던 앞선 시대의 인물들과 달리 모차르트는 홀로 서길 꿈꿨다. 당시로서는 낯설었을 자유 음악가의 길을 걷고자 하는 아들이 아버지에겐 당연 철없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냥 평온했더라면 쓰이기 힘들었을 피아노 협주곡 21번 C장조다. 귓병으로 자신의 전부인 음악과의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었던 인물로 모두가 망설임 없이 베토벤을 꼽을 것이다. 모두가 열광하는데 정작 주인공은 그 소리를 못 듣는 아이러니 속에서 또 다른 창조력을 발휘한다는 게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음악을 잘 모름에도 그저 존경심이 일었다. 히틀러와 나치의 칭송을 받았던 음악의 주인공인 바그너, 폴란드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무덤까지 안고 가야만 했던 쇼팽, 이념을 뛰어넘는 호소력 짙은 음악을 선보였으나 낯선 이국 땅에서 숨을 거둘 수밖에 없었던 윤이상 등의 심정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음악을 통해 꿈꾸는 세상에 다가가기에 그들 개인은 미약했다. 그러나 현실을 뒤바꾸는데 하등 영향력을 발휘 못한다는 음악을 통해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려는 노력은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으니 실패라는 평은 거두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는 말은 진실이었다. 오로지 귀 기울여 음악을 듣는 일에만 매달렸던 이들은 놓쳤을, 음악 이면에 깃든 이야기, 특히 아름다운 음악을 창조한 이들의 생 역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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