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벚꽃 에디션)

[도서]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벚꽃 에디션)

심혜경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젊은이들의 공간처럼 여겨지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를 책 제목으로 내세운 게 신선했다. 소설일까, 에세이일까. 아니면 그 무엇도 아닌 다른 무언가? 제목은 일종의 예시와도 같았다. 할머니는 아니지만 지향하는 삶의 방향이 제목에서 읽혔다. 이렇게 살 수 있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조금은 신기했다. 충분히 부지런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는데, 내 경우에 공부는 주어진 때에 행해야 하는 성질의 것이었다. 일정 연령대에 입학하고 시험을 치르고, 때가 되면 상급 학교에 진학하고. 그 때라 하는 걸 놓치고 나면 이후로는 마음이 진해도 따라잡거나 새로이 시작하는 게 어렵다고 이제껏 여겨왔다. 여기에 나의 그릇된 사고가 더해졌다. 정규 학위 과정만을 공부로 해석하는 나의 편협한 시선이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는 힘으로 작동했다. 나이가 든다고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여전히 배우고 싶은 건 많으며,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매일 깨닫는다. 시간이 없고, 체력이 부족하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보니 직장을 관두어야 하는 건 아닐까 싶은 조바심에 으레 겁을 먹는다. 이 또한 하나의 핑계에 불과할지도. 인생을 장거리 레이스라 일컬은 저자는 내가 매번 마주하는 장해물로부터 자유로운 듯했다. 다르기에 마냥 신기하게 여겨지는 삶을 살포시 뒤쫓아 보았다.

필연보다는 우연의 힘이 강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회는 갑작스레 찾아왔다. 사서가 되어 오래도록 도서관에서 일한 것 역시 오랜 기간 준비를 했다기 보다는 그 시점에 그와 같은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떠밀리듯 억지로 직업에 임했던 건 아니었다. 책과 늘 함께하면 오히려 독서와 멀어질 법도 한데, 주변이 책이라는 사실이 그에게는 어마어마한 행운인 양 보였다. 시작하기에 앞서 실패의 가능성부터 타진하는 나와 달리 그에게 두려움은 없는 듯했다. 이왕이면 성공하고 싶은 게 사람의 본능일 테지만, 성패를 고민할 정도의 심오한 무언가로 도전을 해석하지 않으므로 가능했던 일이다. 시작이 쉬운 만큼 내려놓는 것도 쉬웠고, 실패가 아닌 전환이었으므로 또 다른 출발 역시 수월했다. 자칫 가벼워보일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이 만족하는데 무엇이 문제겠는가! 나로서는 부러워할 법한 모습이 계속해서 그려지는데, 이 또한 나와 같은 행성에서 살아가는 이의 삶인가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일단 독서의 경우, 방식이 독특했다. 최근에는 자제하려 노력 중이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속독을 하는 편이다. 얼른 해치우고 다른 책을 집어 들어야만 하는 것처럼, 내 독서 자세는 전투적일 적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속도 측면에서는 남들의 부러움을 샀는지 모르나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것들이 내 안에 오래 남지 않았다. 초등학생 때나 했을까 싶은 윤독이 저자의 독서 방법이었다. 그것도 혼작 아니었다. 비슷한 뜻을 품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는 함께 소리 내어 책을 읽었다. 4-5명이 함께 모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윤독을 한다면 재빠르게 읽는 건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책 한 권을 몇 달씩 붙들고 읽는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피로가 몰려오는 듯했지만 구성원들의 만족도는 무척 높았다. 새 언어를 배우는 과정도 비슷했다. 과제가 있는 것도 이니요, 수업 시간 후엔 덮은 책이 열리는 일이 드물었다. 그야말로 제자리걸음을 하기에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의외로 진척은 있었다. 재미있으니 가능한 일 같았다. 즐기는데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사정에 따라 일본어 강습이 중국어로 바뀌기도 하였으나 누구 하나 불만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아무도 이들을 말리지 못하리라!

물리적으로 나이 드는 건 막을 길이 없다. 그러나 사고의 나이 듦은 얼마든지 제어가 가능하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려 드는 삶에는 노화가 없다. 젊은 사고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넘치는 세상, 왠지 설렌다. 나도 이렇게 살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싶다가도 한 편으로는 이와 같은 생각을 경계하게 된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 저자가 저자만의 방식을 찾았듯, 어쩌면 지금 나는 내 정답에 맞추어 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어디에 있는지 모를 완주 지점을 바라보며, 오늘도 정진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위해 건배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