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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자본주의자

[도서]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당장 먹고 사는 게 걱정이라 그러질 못한다는 고백. 다들 한 번 즈음은 들어보았을 거다. 나부터가 ‘생계형’ 노동을 하고 있는 입장이므로, 딱히 사회생활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난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접할 때면 부럽다는 생각과 더불어 신기한 마음을 품고는 한다. 나날이 물가는 오르건만 왜 월급은 그대로인지. 불평을 털어놓다가도 그마저 수중에 없으면 내 삶은 어찌 되나 걱정이 앞선다. 한 편으론 지나친 소비에 대한 우려도 떨쳐내지 못한다. 덜 쓰면 덜 벌 수 있을 텐데, 굳이 탕진에 가까울 정도로 이것저것 사 모아가며 내 자신을 일터로 몰아넣는다.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서부터 끊으면 좋을지. 생각이 많은 건 행복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공부를 잘 했다. 명문대를 졸업했으며 유수의 언론사에 취업하기도 했다. 고된 삶조차도 동경의 대상일 정도로 기자라는 직업을 선망하는 사람들이 꽤 존재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더니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한 사람에게 모든 재능을 이렇게 몰아주는 건 불공평하지 않냐는 핀잔도 잠시. 이후 그의 선택은 놀라웠다. 서울 생활을 청산한 그가 택한 건 미국 시골행이었다. 무척이나 느닷없어 보이는 행보다. 더 설명을 하면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는 이들이 많지 싶다. 부부가 모두 직장생활을 관뒀다. 내 몸 하나 간수하는 것도 버거운 와중에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들에게 자녀 양육은 안중에도 없었던 걸까.

찬찬히 글을 훑었다. 어찌 이런 삶이 가능한지가 궁금했다. 그가 운영하고 있다는 빵집이 매우 장사가 잘 될 거라는 가정은 이내 물거품이 됐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선 많은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는 빵을 다량으로 굽지 않았다. 빵이 고급스럽다 한들 몇 십 만원을 호가하진 않을 터이니 버는 돈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벌이만을 놓고 본다면 먹고 사는데 필요한 기본조차도 마련이 쉽지 않을 듯했다. 전기수도세 등 공과금은 기본이요, 세 끼 먹을 식량 구입도 필수다. 우리나라만큼은 아닐지라도 자녀 교육비도 무시 못한다. 이 모든 걸 그저 빵만 구워서는 마련하기가 요원하다.

나에게 필요한 건 발상의 전환이었다. 소비 금액을 정해 놓고 거기까지 소득을 끌어올리고자 안간힘을 썼는데, 왜 그만큼 소비해야만 하는지 타당한 이유가 부재했다. 저자의 경우, 많은 부분을 시장 경제 외에서 구현하고 있었다. 거주하는 집은 낡았다. 게다가 스마트폰도 사용 않는다. 사람들과의 소통이 꽤나 고되겠다는 안쓰러움도 잠시, 뉴스레터를 발송하며 소통의 대가로 소액이나마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외식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정도로 우리는 우리 안에서 먹는 삶을 해결 못하며 살고 있다. 각종 첨가물이 가미된 것들은 위험하기에 보다 비싼 값을 지불해가면서까지 안전한 먹거리를 강구하고 있기도 하다. 손끝이 찔려감서 블루베리를 따는 삶을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내다 팔기 위함이 아니므로 수확량 증대를 위해 각종 화학비료를 사용치 않고, 어여쁜 모양새를 얻고자 농약을 뿌리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적극성(!)의 발휘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누렸다는 그의 삶은 불가사의와도 같았다. 와이셔츠의 겉으로 보이는 부분만 다림질을 하는 식의 타협 역시 이와 같은 삶을 지속가능토록 만들어주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타인 또한 나와 같음을 인지하고. 그렇고 그런 우리가 만나 하나의 세상을 이루고 그 안에서 공존하는 거. 적어도 추하지는 않을 거 같다. 이웃에 거주하는 트럼프 지지자깢도 포용하는 놀라움은 이해가 쉽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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