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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은 해피엔딩

[도서] 꽤 괜찮은 해피엔딩

이지선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처음 이야기를 접했을 땐 소설 아닌 실화라는 사실에 놀랐다. 동시에, 그가 처한 상황에 비해 내 일상이 무척이나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후자의 경우에는 약간의 반성 또한 일었다. 감히 한 사람의 인생을 비교의 대상으로 삼아가며 평가했다는 사실에 대한 일말의 반성이. 첫 저서가 나온 지 어언 10년이 흘렀다. 강산이 변할 만큼 긴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내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달라지는 시간 동안 저자의 인생 또한 달라졌다. 생존자로서의 지위는 더욱 강고해졌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추진력에도 힘이 붙었다. 마침내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모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는 소식을 접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기울였을 노력이 얼마나 컸을지는 상상조차 힘들었다. 온갖 상상이 나의 머리를 지배하려 드는 찰나에 새로이 출간됐다는 책에 대해 알게 됐다. <꽤 괜찮은 해피엔딩>은 <다시 새롭게, 지선아 사랑해>에 이은 이지선 님의 두 번째 저서다.

삶이 언제나 행복하기만 했을 리는 없음에도 이를 긍정하는 태도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부인하고 싶을 그날로부터 새로운 삶이 시작했다는 고백은 예나 지금이나 찡했다. 셀 수 없이 드나들었을 수술실로부터 여전히 멀리 가지 못한 거 같아 코끝이 시리기도 하였으나, 더 나은 삶을 위해 반복되는 일상으로 여기고 있는 듯한 태도가 그나마 다행이지 싶었다.

장애, 가난 등의 굴레로 한 개인의 모든 걸 판단하려 드는 경우가 잦다. 수급자면 저렴한 삼각김밥 따위만 먹어야 하고 장애인이라면 비싼 차량에 탑승해선 곤란하다는 식의 사고 말이다. 저자가 미국 유학을 결심했을 때 사람들은 불편한 심기를 한껏 드러내며 눈을 흘겼다. 몸이 힘든 만큼 마음도 예민해졌고, 작은 시선조차도 받아들이기가 버거웠을 것이나 저자는 자신이 꿈꾼 것을 향해 나아갔다. 막연하던 순간마다 신기하게도 길이 열렸다. 선한 사람들이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으며, 그런 까닭에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낯선 문화,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일반적인 대화도 아닌 전문적인 학문을 영어로 익혀야 한다는 사실은 실로 막연했을 것이다. 드넓은 세상에 홀로 놓인 것만 같은 절대 고독이 찾아왔다. 남들보다 뒤쳐지고 있다는 자각 역시 스스로를 괴롭혔다. 그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는 걸 서서히 익혔다. 공부도 그러했지만, 다소 무모하다 싶었던 마라톤 도전이야말로 저자를 보다 큰 사람으로 성장시켜 주었다.

평소 달릴 일이 전혀 없긴 하나 체력만큼은 자신있다 여겨왔는데, 막상 기부 마라톤 같은 행사에 참여하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고작 3km를 신청했음에도 초반에 한 500m나 달렸나 싶고, 이후로는 걷다 서다를 반복했다. 그런데 저자는 놀랍게도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에 나섰다. 자신의 도전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건지를 자각 못한 상태였으므로 딱히 연습조차 않았다. 7시간이 넘도록 뛰다 걷다를 반복했다는 기록에 내가 다 지쳤다. 혼자였으면 결코 해내지 못했을 거라는 말, 응원해준 사람들이 있어 멈추지 않았더니 결승점에 닿을 수 있었다는 고백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네 삶도 마라톤 같은 것일지 모른다는 말. 지금 당장은 너무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을 수도 있으나 자신만의 속도로 멈추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원하는 곳에 다다를 수 있다는 말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세상에 쉬운 상처는 없을 것이다. 안면 화상의 경우 상처를 감출 수 없다는 점에서, 물리적인 아픔 못지 않은 괴로움이 수반된다. 당당하게 세상의 일원으로 살아가기까지, 인고의 시간이 어마어마했을 것이고, 실은 이를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일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 자신이 그러했듯 비슷한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 또한 삶을 긍정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곳곳에서 아름다운 결실로 드러나고 있는 듯해 기쁘다. 내 삶도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는 사실에 눈 뜰 수 있었으면 싶다. 여전히 실체 없는 두려움에 하루하루 떨기 바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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