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

[도서]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

하종강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비가 내렸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때는 여름이었던 것 같다. 허름한 건물에 적지 않은 인원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으니, 모두가 하종강 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서점에 들러 부랴부랴 저서를 구입한 나도 조금 늦게나마 그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던 게 벌써 2년도 더 전의 일이다. 저자의 사인은 이미 오래 전 잉크가 말랐다. 당시 대학 졸업 후 마땅한 직업을 갖지 못한 상태였던 나는 이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고도 남을 시간, 세상 역시 변화했을 듯한데 책을 읽으며 난 씁쓸한 미소만을 지을 뿐이었다. 어쩜 이리도 달라진 게 없을까? 내 자신을 향해 이와 같은 질문을 내뱉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질 않는다. 불과 2년 사이에 모든 게 달라져서 이 책이 구닥다리 마냥 느껴진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싶은데,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희망과는 어느 정도 평행선을 그은 채 달리고 있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희망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조금은 든다. 수치상으로는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썩 신뢰가 가지 않는 경제 회복에 관한 소식들을 듣는다. 청년층의 대다수가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직장을 잡지 못해 도피마냥 대학 울타리 내에 머무르는 현실을 잘 알면서도 희망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회의적인 시선이 자꾸만 고개를 치켜든다. 빨리 세상의 법칙을 깨닫고 이에 편입했더라면 좀더 편한 삶을 살 수도 있을 텐데, 왜 저자처럼 반대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 노동자를 만나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노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나 역시도 그러하거니와 그런 입장을 피력하는 이들의 머릿속엔 노동자라 하였을 때 전통적인 육체노동의 이미지가 가득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로 분류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싶다. 산업 구조가 바뀌었기에, 예전에 비한다면 정말 많은 인원이 사무실에 앉아 일을 하고 있기에, 우리의 고정관념에 의하자면 이 땅에서 노동자로 불릴 수 있는 이는 아주 많지 않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점이 하나 있으니, 스스로 경영을 하고 있는 쪽이거나 아예 노동치 않는 쪽이 아니라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 의해 고용되어 있는 상태라는 점이다. 어떤 종류의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의해 고용되어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는 게 중요하다. 내 몸과 정신을 움직여 생산물을 만들어 내는,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모두는 노동자이다. 가시적인 폭력이, 직접적인 해고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고 사고치 않는, 그렇지만 막상 권리의 침해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항하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다른 누군가가 우리를 대변해 줄 리는 없기에,... 정부에서는 그리고 언론에서는 이기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체제를 뒤흔드는 범법 행위일 뿐이다 매도하지만, 뭉치는 것 이상 효과적인 것도 없고, 그 외의 방법도 없기에 교사도, 경찰도, 공무원도 그토록 노동조합을 갈망했던 게 아닐까 싶다.

짧은 이야기들로부터 사람 사는 냄새를 맡았다. 현학적인 이론이 아니어서, 머리를 아프게 하는 복잡함이 없어서 좋았다.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손 치더라도 그 안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중요한 시사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진리였다. 지금 당장에는 기기로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이 비용 면에서 더 저렴하게 먹힌다며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남을 외면하는 행동은 머지않은 훗날 타인에 의한 외면을 낳을 뿐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철통과도 같이 지켜야 하는 원칙, 인간을 최우선에 두고 사고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역사는 이 원칙에 충실했노라는 저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소위 피지배층으로 분류되었던 이들의 자유가 점차 확대되는 방향으로 인류의 역사는 변화해왔다. 예외도 있지 않겠느냐 묻는 이들도 있겠지만, 굳이 애써 회의적인 시선부터 가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린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