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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도서]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천종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제껏 양육은 여성의 문제로만 치부돼 왔다. 교육은 살림을 할 수준만 허락됐고, 졸업 후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직장에 몸 담았다가 결혼 후 그마저도 퇴사했다. 가정 내 모든 일에 관해서는 여성의 몫이어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이 또한 여성의 책임으로 여겨지곤 했다. 아마도 IMF가 계기였을 것이다. 원치 않게 직장에서 밀려난 아버지들이 경제적 부양자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고 돌아갈 곳이라곤 가정 밖에 없게 됐을 때, 그들은 가정 내 자신을 위한 자리가 없음을 발견했다. 적잖은 이들이 이제껏 뼈 빠지게 고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며 억울해 했고, 사회 또한 아버지의 추락한 권위를 회복시키고자 안간힘을 썼다. 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취업을 해도 비정규직이 전부였고, 전보다 못한 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하는 통에 가족과는 더더욱 담을 쌓게 됐다. 소외당한 아버지는 피해자였고 약자였다. 동시에 우리는 아버지의 역할이 지금과는 달라져야만 한다는 사실에도 눈을 뜨게 되었다. 
천종호 판사는 소년부에서 오래도록 일해온 인물이다. 사회에서 주목하는 굵직한 사건들이 쏟아지는 곳이 아닌데다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에 놓인 청소년들을 상대하는 부담도 제법 커 많은 이들이 소년부를 꺼린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청소년들과 계속하길 꿈꾼다. 자신이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 때문이기도 할 터이고, 무엇보다도 어린시절의 경험 때문이지 싶다. 그가 고백하는 어린시절은 가난 그 자체였다. 물론 시대 자체가 부유한 이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긴 했다. 그래도 먹을 게 없어 물로 주린 배를 채우는 일이 잦을 정도라면 빈곤 중에서도 어느 선 이하에 속하지 않았을까 싶다. 흔히 가난하면 엇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가난하긴 했어도 마음을 보듬는 일에 모두가 애썼기에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했지만, 경제의 영역이 과대하다 싶을 정도로 커진 지금은 곤란하다. 오로지 경쟁만을 배운 아이들은 가정에서도 지지받지 못하면 제 편이 아무도 없는 것만 같은 고립감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특히 저자가 주목한 건 '아버지'였다. 최근 들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가정 내 아버지의 역할이란 점을 생각하면 저자의 시선은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이야기에는 판사로서 이제껏 만나온 많은 아이들의 사례가 담겨 있었다. 그 이야기들로부터 난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딱히 성공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어쨌건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내가 어른이 된 데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영향이 미쳤을 것이다. 지금도 "엄마"는 부르면 어딘가 모르게 짠한 감정이 드는데 "아버지"는 아니다. 용어부터가 "아빠" 아닌 "아버지"가 튀어나오는 것은 알게 모르게 느껴온 거리감의 발로일지도. 근데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아버지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고마움의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꼭 그렇다 할 순 없겠어도, 적잖은 아이들이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어려움에 빠져 있었다. 
대개의 어머니가 자애로운 모습으로 아이를 돌본다. 이 때 아버지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준엄함일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를 따끔하게 혼내는 것은 대개가 아버지의 몫이다. 아이는 아버지를 통해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요구되는 규범, 규칙등을 배운다. 건강한 남성성의 확립 또한 아버지를 롤모델 삼았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근데 아버지가 없다? 잘못을 해도 꾸짖는 이가 없으니 잘못에 대한 인지부터가 어렵다. 어머니마저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기 위해 가정을 비울 경우 아이는 충족되어야 하는 욕구들을 충족하지 못한 채 방치된다. 욕망에 따라 마구잡이로 행동하는 게 허락되려면 성인군자가 아닌 다음에야 불가능하다. 남의 물건을 빼앗고 폭행에 성폭행까지, 커 나가는 욕망을 제어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미성숙의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의 방식은 독특하다. 아이가 소중한 가치를 지닌 존재임을 일깨워야 한다는 사실에는 기본적으로 모두가 동의 할 것이다. 거기에 그는 주변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도 시도한다. 엄숙해야 할 공간이 외침으로, 때론 울음으로 가득 들어찬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영 미덥잖아하며 그의 요구를 따르지만 "아버지 사랑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등을 외치다보면 감정이 격해지기 일쑤다. '사랑' 참 쉬운 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노래의 태반이 사랑에 관한 것이고,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면 나오는 드라마의 주제 또한 모양새가 요상할지라도 대부분이 사랑을 다룬다. 하지만 사랑은 가벼워선 안 되고 가벼울 수도 없다. 사랑하기 위해선 상대가 있어야 한다. 이 말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 하였을 때 그 감정에 얽힌 나 그리고 상대를 책임진다는 의미다. 입에 사랑을 담는 순간 그 사랑은 진솔해진다. 더구나 상대가 부모인 경우라면 더더욱. 
최근 들어 나이가 어린 친구들에게서도 성인 못지 않은 흉악한 범죄가 일어나곤 한다. 아이는 어른을 모방한다. 그들은 백지와도 같아서 사회로부터 모든 것을 리트머스지 마냥 빨아들인다. 그들의 잘못은 곧 우리 어른의 잘못이기도 한 이유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스스로를, 자신들이 만든 사회체제를 살피지는 않고 청소년들의 형량을 더 높여야 한다고만 주장한다. 사회로부터의 격리, 이를 통해 한 줄기의 가르침에 눈 뜨는 이들도 있긴 하다. 그러나 미약한 실수를 한 이들이 강력범죄에 눈을 뜨고, 자신에게 새겨진 주홍글씨로 인해 미래를 향한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옳다/그르다, 착하다/나쁘다 등의 잣대를 사용해 아이들을 재단하고, 대다수를 절망에 빠트리는 일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 뿐이다. 
이제라도 아버지들이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 노력한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적인 짐을 덜고, 일 아닌 마음에 보다 집중하면서 가족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침묵한 아버지라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처음부터 아버지인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으나 괜찮다. 아무것도 안 하는 아버지보단 좋은 아버지가 되고자 힘쓰는 아버지는 나을 수밖에 없다. 
다시금 나의 아버지에게로 시선을 돌려본다. 나에게 그는 어떤 아버지였던가. 그에게 나는 어떤 자녀였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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