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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


80년대 어느 날, 헌책방에서 발견하고 읽을 뻔 했으나 책값 흥정에 실패한 후 늘 숙제처럼 남아있던 책,
노벨상 수상이라는 후광을 입고 추천도서에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도하고 '백년의 고독' 제목이 주는 묘한 끌림도 있고.

이 이야기는 부엔디아(Buendia 좋은 날, 좋은 시절이라는 뜻의 스페인 어) 가문과, 그들이 이룩한 마콘도 마을의 흥망성쇠를 다룬 이야기로,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고, 유령과 대화하고 사람이 공중부양을 하거나 승천하고, 4년 넘게 비만 내리는 등 판타지적인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한다) 느낌도 드는 소설인데, 엄청 긴 호흡의 문장을 번역가 (안정효)가 짧게 풀어놓아서 쉽게 읽힐 듯하나 의외로 읽으면서 은근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소설이다.

그것은 바로 이야기가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일단 이름이 많이 헷갈린다.
호세, 아르카디오, 아우렐리아노, 레메디오스, 아마란타, 우르술라…….

오죽 했으면 책 맨 앞에 부엔디아 집안의 가계도가 있을까?

 

왜 그렇게 비슷한 이름을 자손들이 돌아가며 사용을 하게 했을까? 실제로 남미에서 대를 이어가며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의도적으로 작가가 그렇게 비슷한 이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많다.

가령 남자는 아우렐리아노와 호세 아르카디오라는 이름이 되풀이되는데,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들은 머리는 좋은 편이지만 성격이 내성적이고, 호세 아르카디오라는 이름의 아이들은 충동적이고 모험심이 있지만 그렇다 보니 비극적인 삶을 갖는다.

또한 여자 중 레메디오스 세 명은 전부 미녀이고, 독특한 성격에 일찍 죽거나 사라진다.
이름을 물려줌으로서 성격과 운명도 같이 물려주고, 따라서 이들의 역사는 되풀이 된다.



밀림 한가운데 있어 외부와 고립된 마콘도 마을.(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오랫동안 외부와의 통로를 찾다가 실패를 하고, 그 과정에 난파한 스페인 선박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마을은 지리적으로 고독할지 모르나 유토피아다.
즉 '햇볕이 쨍쨍한 날이더라도 집집마다 그늘이 똑같이 들어서 서로 불평이 없는 곳’
가장 질서 있고 열심히 일하는 곳’
아무도 죽은 사람이 없어 모두 행복하기만 한 곳’

 

하지만 이 마콘도 마을에 외부로부터 집시들이 들어오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집시 멜키아데스가 가져온 외부 세계의 물건에 정신이 팔리고 금을 두 배로 늘리려는 실험을 하는 등 마을을 돌보지 않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마을의 평화는 깨어지고 조금씩 외부 세계의 문물이 알려지다가 정부의 개입과 본격적인 현대 문명이 마을로 들어오면서 더 이상 마콘도 마을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자유파와 보수파의 대립 속에 내성적이며 타인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지 않고 지내던 아우렐리아노 대령은 이념 보다는 '자존심' 때문에 자유파와 보수파의 전쟁에 뛰어든다. 그러다가 자유파의 많은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작은 이익을 위해 보수파와 협정을 맺고 정부는 보수파의 수중에 들어가고, 기차와 미국인과 바나나 농장 등 현대 문물과 외세가 밀려오면서 마을 사람들은 착취당하는 노동자로 변모하고 이들은 봉기하지만 정부가 파견한 군대에 의해서 몰살당하고 살아남은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는 은둔한다. 그리고 진실을 말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고 그 역사는 왜곡되어 지워지고 없어지지만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는 이 이야기를 아우렐리아노에게 가르친다. 그로서 역사는 지워질 듯하나 지워지지 않고 근근이 이어져올 수 있는 것. 이후 닥친 오랜 비와 홍수로 마을은 폐허가 되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부엔디아 가문도 우르슬라가 그토록 피하고자했던 근친상간이, 진실 즉 아우렐리아노가 레메의 사생아라는, 아마란타 우르슬라는 아우렐리아노의 이모라는 사실을 은폐 한 채 성적인 쾌락만 탐닉한 결과로 돼지꼬리 달린 아이를 낳게 되고 이 아이를 끝으로,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가 100년 전 멜키아데스가 전해준 양피지를 해석함으로서, 모든 것이 '역사의 시초는 나무와 연결되어 있고, 종말은 개미들에게 먹힐지니라.'라고 운명 지어진 대로 가루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역사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힌다.

"100년 동안의 고독에 시달린 종족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날 수 없다고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몇 가지 번역본이 있으나
가브리엘 마르케스 특유의 아주 긴 호흡의 문장을 짧게 잘라놓은 안정효 번역 (영어로 된 책을 중역했다. 문학 사상사)가 읽기가 낫다는 평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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