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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수 있는 여자

[도서] 먹을 수 있는 여자

마거릿 애트우드 저/이은선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The Edible Woman 우리말로 번역하면 '먹을 수 있는 여자'가 맞지만 어감이 좀 이상해서일까? 1993년 ‘케익을 굽는 여자’라는 제목으로 국내 출간되었다가 2000년 원제 ‘The Edible Woman’ 그대로 살린 제목으로 다시 출판되었지만 이 책은 1965년 탈고되어 1969년 출간된 책이다.
다른 책들도 비슷하겠지만 특히 이런 책은 시대적 배경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언제 쓰여졌는지를 아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1960년대 캐나다는 지금과 달리 여성들의 대학 진학도 많지 많지 않고 대학을 나와도 남성들 처럼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은 사회였다. 
'거의 비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정상'적인 메리언은 대학을 졸업한 후 설문 조사회사 시모어 서베이스에서 설문지 문항을 만드는 20대 중반의 여성으로 메리언의 부모 역시 '대학 교육이 미칠 영향'에 대한 걱정을 한다. 
고등학교 선생이 되거나. 결혼도 하지 않고 약물중독자나 여성 중역이 되는 건 아닌지, 아니면 근육이 생기거나 목소리가 굵어지거나 수염이 자란다거나 하는 식의 충격적인 신체적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니지 걱정했을지 몰랐다 (241)
 
회사에서 메리언을 비롯한 여자들은 '위층 남자들'이라고 불리는 고위층 남자들과 아래층 남자들이라 불리는 허드렛일을 하는 남자들 사이의 중간 사무실에서 일하지만 여자들이 하는 일은 그다지 많은 교육이나 전문성이 필요한 일은 아니며 회사에서 여성들의 지위는 불안정하다.
 
“캠루프스에서 도지 부인을 빼야겠어. 아이가 생겼대.” 보그 부인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는 임신을 회사에 대한 배신행위로 간주한다.  p.36
 
“얼마 전에 우리 직원 중 한 명이 조만간 결혼한다는 소문을 전해 들었어요. 메리언 매캘핀의 새로운 인생을 우리 모두 축복해주기로 해요.” …  말투와, 경고나 사전 논의 없이 이 소식을 공표했다는 사실로 짐작건대 메리언의 의사와 상관없이 퇴사를 바라는 것이 분명했다. p.233~234
 
"담당자께, 
시리얼은 맛이 괜찮았지만 건포도 사이에 이런 게 있었어요.
러모나 볼드윈 (부인) 드림." 
납작해진 파리가 편지 아래에 스카치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볼드윈 부인께. 
시리얼에 그런 이물질이 들어 있었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실수는 늘 벌어지기 마련이죠. 
볼드윈 부인, 이런 불편함을 드려서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용물은 백 퍼센트 살균 처리되었음을 알려 드리는 바입니다. 41 
 
메리언은 비슷한 나이의 회사 동료 셋과 친하며 이들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아직 숫처녀이다. 즉 건강염려증으로 성관계로 병에 걸릴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에미, 남들의 시선이 두려운 루시,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혼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밀리와 달리 메리언은 피터와 사귀고 있는데 피터는 결혼을 혐오하며 여성들이 남자를 꼬드겨 결혼으로 망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역시 대학을 졸업한 후 전동 칫솔 회사에 다니는 룸메이트 에인슬리는 결혼은 싫지만 여성성의 완성은 아이를 갖는 것이라 생각하며 아이 아버지가 될 후보를 물색한다. 
 
“좋아. 인정할게. 하지만 아이를 낳고 싶은 이유가 뭐야, 에인슬리? 아이를 낳아서 뭐 하게?” 그녀는 혐오스럽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여자라면 누구나 아이를 최소 한 명은 낳아야지.” 여자라면 누구나 헤어드라이어가 한 개쯤은 있어야 한다는 라디오 광고와 비슷한 말투였다. “성생활보다 그게 더 중요해. 그래야 가장 심오한 여성성이 충족되니까.”  59~60
 
그러다가 메리언의 동창으로 젊은 여자들만 찾으며 원하는 것을 얻고는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렌과 메리언의 남자친구 피터가 만나는 자리에 에인슬리가 나타나고 피터를 유혹한다.
메리언는 피터와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고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신들의 관계가 그 이상임에도 피터가 메리언을 이용하기만 한다고 생각하여 울며 뛰쳐나오고 뒤따라온 피터는 메리언에게 청혼을 한다. 
 
우리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대하고 있는데, 그 말은 곧 성격이 아주 잘 맞는다는 뜻이었다. 물론 내 쪽에서 그의 기분을 맞춰주어야 했지만 그건 어느 남자나 마찬가지고 그는 표정에서 다 드러나기 때문에 별로 어려울 게 없었다. p.88
 
당신은 뭐가 문제인가하면 당신에게 주어진 여성성을 거부하고 있다는 거야 113
 
“그리고 당신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어, 메리언. 나는 항상 당신을 믿을 수 있다는 걸 알아. 대부분의 여자들은 천방지축인데 당신은 참 현명하거든. 당신은 그런 줄 몰랐을지 몰라도 나는 전부터 아내를 선택할 때 그걸 가장 먼저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125
 
메리언은 모든 결정을 '혼돈의 구조자, 안정감의 제공자'라고 생각한 피터에게 맡기고 피터에게 의지하는 등 그녀에게 요구되는 역할에 번화가 생겼다.  
 
당신 결정에 따를게. 중요한 결정은 당신에게 맡기고 싶어.127
 
처음에는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약혼 사실을 알렸지만 서서히 주위에서 알게되고 메리언은 회사도 그만 두는 등 결혼 준비를 시작하는데 그 때부터 이유는 뭔지 정확히 모르지만 늘 먹던 음식들을 하나 둘 씩 먹을 수 없게되고 못 먹은 음식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그녀는 불안해진다. 
그녀의 입이 먹기를 거부하는 이 현상이 악성이라는 것이었다. 앞으로 점점 퍼져서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분리해 그려놓은 동그라미가 서서히 작아질 테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하나씩 지워질 거라는 사실이었다.  p.212~213
 
에인슬리는 내숭을 떨다가 결국 렌과 하룻밤을 보낸 후 임신에 성공하고 렌과 헤어지지만 임산부교실에서 아이에게 부성의 중요함을 듣게된 후 렌에게 결혼을 요구하고, 메리언으로부터 에인슬리가 처음부터 자신을 이용한 것이라는 사실을 들은 렌은 에인슬리를 멀리한다. 
설문조사차 나갔다가 만난 영문학 대학원생 덩큰은 과제나 논문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빨래방을 찾아 빨래를 한 후 옷을 다림질하는 걸로 푸는데 빨래방에서 덩컨을 만난 메리언은 덩컨과 가까워진다.
결혼 후 회사를 그만두기로하고 결혼 준비를 해나가던 메리언은 이유는 뭔지 정확히 모르지만 처음에는 육류부터 시작해서 늘 먹던 음식들을 하나 둘 씩 먹을 수 없게되고 못 먹은 음식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그녀는 불안해진다. 
그녀의 입이 먹기를 거부하는 이 현상이 악성이라는 것이었다. 앞으로 점점 퍼져서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분리해 그려놓은 동그라미가 서서히 작아질 테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하나씩 지워질 거라는 사실이었다.  p.212~213
 
메리언은 설문조사를 나갔다가 알게된 모성애를 자극하는 덩큰이라는 영문학과 대학원생을 우연히 빨래방에서 다시 만나고 가까워진다. 그리고 피터의 모임에 따라가서 잘 모르는 피터의 친구들과 지내다 오던 메리언은 결혼 전 마지막 파티에 자신의 친구들을 초대한다.  회사의 세 처녀들,철학 강사 조와 결혼한 후 아이를 셋이나 낳아 육아와 가정 생활에 자신을 잃어버린  클래라와 조,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클래라는 자기한테도 그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는 듯이 놀라워했고 둘째 때는 경악했다. 셋째를 가진 지금은 암울하지만 무기력한 운명론 속으로 침잠했다.  p.53~54
그리고 초대하진 않았지만 클래라를 따라온 렌, 에인슬리와 덩컨과 그의 친구 트레버와 피시, 덩컨은 파티장에 들어오지않고 가버리고 에인슬리는 렌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음을 선언하고 렌이 아버지 되기를 거부하자 덩컨의 친구 피시와 가까워지고, 렌에게 접근해보지만 실패한 루시는 약혼남 피터와 가까워지려한다. 
파티가 무르익고 술에 취한 메리언은 먼 훗날 피터와의 결혼 생활을 상상해보고는 그 가정에 자신은 없음을 깨닫고 말도 없이 파티장을 빠져나가 덩컨을 찾아 나선다. 덩컨과 추운 밤거리를 헤메다가 둘은 허름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지만 첫 경혐이라고 했던 덩컨의 말은 사실이 아님을 알게된다.
어젯밤에는 어땠어요? 그녀는 물었다.
어느 정도까지는 괜찮았어요. 여느 때처럼 좋았어요. 
그녀는 완벽하게 속았다. 진작 알아차렸어야 하는 건데.
알았어요. 농담 잘 들었어요. 365~366
 
 
파티에서 주인공이 사라진 것을 안 피터는 메리언을 찾아나서고 다음날 파티장에서 갑자기 사라진 메리언에게 화가난 피터가 메리언을 찾아오고 메리언은 여자 인형 모양을 한 케이크를 굽는다.
그녀가 만든 작품이 인형 같은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그걸 만드는 동안 신명이 났었는데 이제와 곰곰이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서글퍼졌다.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건만 앞으로 이 아이가 어떻게 되겠는가? 
"너 맛있어 보인다."그녀는 작품을 향해 말했다.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여. 너는 결국 먹히게 될거야. 음식의 운명이 그렇거든." 음식이라는 단어에 배 속에서 경련이 일었다. 그녀의 작품이 가엾어졌지만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작품의 운명은 정해졌다. 374
 
그리고 메리언은 피터와 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으로부터 벗어날 결심을 한다.
피터가 그녀를 철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녀도 그렇게 믿고 그의 평가를 받아 들일 것이다. 그래도 그는 웃어 넘길 테고 그들은 앉아서 조용히 차를 한잔 마실 수 있을 것이다. 374
 
하지만 그의 어깨가 어딘지 모르게 이상했다. 계속 팔짱을 끼고 앉아있는 게 분명했다. 뒤통수 저편에 달린 얼굴이 다른 사람의 얼굴 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 같이 진짜 옷을 입고 진짜 몸을 달고 다녔다. 신문에 등장하는 사람들, 2 층 창문에서 저격할 기회를 기다리는,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사람들. 그들이 날마다 길거리에서 그녀를 스쳐지나 갔다. 오후에는 그를 안전한 정상인으로 착각하기 십상이었지
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런 착각을 현실이라고 믿으면 그 대가로 진짜 현실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었다. 375
 
"당신은 나를 파괴하려고 하고 있지? 나를 동화시키려고하고 있지? 하지만 내가 대역을 만들었어, 당신이 훨씬 더 좋아할만한 걸로. 당신이 처음부터 진심으로 원했던 건 이거 아니야?"
그는 대화다운 대화도 나누지 않고 금세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황스러워하며 엉덩이를 들썩였고 심지어 차도 사양했다. 
 
그녀는 갑자기 허기가 졌다. 미치도록 배가 고파졌다.
"발부터 먹어 주겠어. "그녀는 결정했다. 그녀는 처음 한 입을 음미했다. 기분이 이상했지만 다시 맛을 보고 씹고 삼킬 수있어서 뛸듯이 기뻤다. 그럭저럭 괜찮네. 그녀는 평가를 내렸다.  376
 
메리언은 여자의 모습을 한 케이크를 먹음으로써 거짓되고 공허한 정체성에서 탈출하고 자신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는다.
 
피터가 떠난 후 인형 케이크를 먹고 있는데 에인슬리와 피셔가 들어오고  
마침내 에인슬리가 경악하며 외쳤다.
"메리언! 너는 지금 여성성을 거부하고 있어!"
어떻게 저렇게 잔뜩 심각한 분위기를 풍길 수 있을까? 도덕성으로 진지하기가 아래층 아주머니에 버금갔다. 378
 
피터와 헤어진 후 찾아온 덩컨에게 말한다.
다 끝났어요. 피터가 나를 파괴하려고 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382
이제 다시 일인칭 단수로 나를 대하고 보니 그의 상황보다 내 상황이 훨씬 더 관심이 갔다. 382
"다시 먹기 시작했어요?"
"맞아요. 점심으로 스테이크를 먹었어요." 이 말을 한 이유는 자부심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담한 일을 시도해 성공했다니 아직까지도 기적처럼 느껴졌다.
 
1960년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은 힘겹기만하며 많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익과 바른 위치를 되찾기 위해 싸우고 기존 사회와 남성들은 이에 대한 거부감 또한 만만치 않다. 몇 년전 강남역 사건 이후 우리 사회에 불어닥틴 페니니즘 열풍은 뜨겁지만 도쿄 올림픽 양궁 선수 안산의 헤프닝에서 보듯이 지금도 페미니즘과 반 페미니즘의 갈등은 첨예하다. 그런 와중에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않는 탈레반이 아프카니스탄을 장악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무거운 가운데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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