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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너비 스토리. Patchwork planet

퓰리처 상 수상작인 <종이 시계>를 통해 처음으로 만난 후 좋아하게된 작가 앤 타일러의 소설.

원제는 <Patchwork planet>으로, 직역하자면 <짜집기별> 정도가 되겠지만 의미가 제대로 전달될 것 같지 않아서 국내 번역본에서는 주인공 이름을 따서 <바너비 스토리>로 나왔다.
 
patchwork planet은, 소설 속에 나오는 고객 중 한 사람인 노인이 죽으면서 남겨놓은 '조각천으로 만든 지구 모양의 짜깁기' 에서 따온 제목으로
‘가까이에서 보면 옹색하고 어울리지 않는 천조각들이 어설프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는 의미라고.


볼티모어의 준 재벌 격인 게이틀린 가문의 둘째 아들이지만,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가정에 반발해서 소년 시절부터 절도, 마약복용 등으로 ‘문제아’의 과거를 지닌 바너비는 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채, 이혼 후 혼자 살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잔심부름을 해 주는 <척척 심부름센터>의 직원이다.
 
게이틀린 가의 가장들에게는 재미있는 전통이 하니 있는데, 각자 자신이 만난 ‘천사’에 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오래 전 여자들이 외출할 때 옷이 어울리는 지 시험적으로 입혀보는 가봉대를 만들어 성공한 바너비의 증조할아버지가 당시 그 아이디어를 준 낯선 여자를 자신의 천사로 묘사한 데서 시작, 이후 게이틀린 가의 남자들은 모두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계기가 되거나 도움이 된 ‘천사’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다. 집안의 골칫거리이자 제대로 된 직장도 없고 떠돌이 친구 몇 밖에 없는 인생의 낙오자 바너비는 이러한 전통에 회의적이고 냉소적이지만. 자신의 현재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들어줄 천사를 만나고 싶은 막연한 꿈을 갖고 있다.

그러던 중 기차역에서 우연히 소피아라는 여섯 살 연상의 은행 여직원을 만나게 되고, 그녀는 바너비의 삶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온다.
그녀는 바너비와는 반대로 부모에 순종하는 외동딸이자 모범생이었고 지금은 은행원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자신과는 다른 삶의 행적을 걸어온 바너비의 모습에 끌린다. 그녀가 과연 자신의 천사일까 의심하다가 점차 그녀와 가까워지고 결혼까지도 꿈꾸게 된다.

그러던 중 자신의 고객이기도 한 소피아의 고모가 바너비를 돈을 훔쳐간 도둑으로 의심하게 되고 (결국 돈은 할머니가 착각을 해서 다른 곳에 옮겨놓은 것으로 밝혀진다), 소피아도 바너비의 과거를 생각하면 바너비가 도둑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은 여전히 바너비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바너비의 누명을 벗겨 주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가진 돈을 모두 털어서 잃어버린 액수만큼 고모의 밀가루 단지 안에 몰래 넣어둔다. 그리고는 끊임없이 자신은 바너비를 위해 모든 돈을 다 희생해서 빈털털이임을 바너비에게 상기시키며 바너비에게 마음의 짐을 지운다.
도둑으로 몰린 바너비는 좌절하지만, 소피아조차 자신을 의심하는 것같지만, 그의 고객들은 오히려 모두 바너비를 응원하고 지원한다. 

“순간 내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있었다. 나이든 고객들이 모두 나를 위로, 위로, 행가래해주는 것이다. 내가 절대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서로서로 도와가며 나를 위로 올린다. 만일 누군가가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해준다. 그래서 얼굴들은 변한다 해도 위로 쳐든 무수한 손들의 물결은 영원할 것이다.” 412

그것은 바너비의 과거나 배경보다는 직접 그를 대하면서 느낀 인간적인 면을 잘 아는 노인 고객들의 감사와 신망의 표시이고 그들의 신뢰와 온정을 통해 바너비는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한편 평소 여자로는 전혀 여겨지지 않던 동료 마틴.  그는 마틴과 실수로 같이 잔 적이 있지만 서로 그 이야기는 피하고 있다.
마틴은 바너비를 위해 그 할머니 집에서 밀가루통 안에 숨겨져있던 소피아의 돈을 다시 가지고 나오고 바너비는 그 돈을 소피아에게 돌려준다.
돈을 받지 않으려는, 계속 바너비에게 마음의 빚을 지우려는 소피아에게 편지를 남기면서.

“소피아, 당신은 늘 알아주지 않았지. 내가 믿을만한 사람이란 것을.” 433

그 동안 주변 사람들의 눈으로 판단하고 집안과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인생의 낙오자로만 생각했던 바너비는 스스로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자신의 정체성, 즉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바너비의 천사는 누구였을까?
바너비에게 진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찾는 ‘계기’를 마련해 준 소피아?
자신을 믿고 신뢰와 온정을 보내준 노인들?
아니면 그의 곁에 남아서 끝까지 자신을 믿어주고 함께 해 준 마틴?
아마 천사는 하나가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이들이 천사일지도 모른다.
 


[책에 밑줄치기]
그 전화는 허세깨나 부리는 비즈니스맨들이 들고 다니며 사람들 많은데서 자랑하듯 사용하는 작은 휴대폰이었다. 16
살이 빠졌구나.
아녜요
제대로 끼니를 챙겨 먹을 리가 없지
전 잘 먹고 있다니까요.
어머니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내 몸무게가 줄었다면, 지금쯤 체중계의 바늘은 마이너스를 가리키고 있을 거다. 106


아버지는 식구들에게 무얼 마시겠냐고 묻고 있었다. “전 뭐든지 제이피가 먹는 것으로 할게요.”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문득 조카 제이피가 아직도 엄마 젖을 먹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흠칫했다. 109
이상하지 않수?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도 오렌지 값이 오른 것이 여전히 신경이 쓰이고, 버릇없는 점원아이 때문에 기분이 상하니 말이야“ 187


사실 나는 항상 군인 아내를 갖기를 꿈꾸어왔거든.
어마나! 여군을?
아니, 남편이 군인인 여자 말이야. 197


척척 심부름센터에서 일하면서 나는 40년, 50년, 60년씩 아니 그야말로 영원토록 결혼 생활을 해 온 부부들을 알게 되었다. 어떤 부부는 72년 동안이나 함께 살았다. 서로의 병 수발을 들어가며 서로의 기억력을 메워가며. 그들은 금전적인 어려움이나 딸의 자살, 손자의 마약 중독과 같은 힘겨운 문제들을 함께 나누면서 살아갔다. 나는 그들이 서로에게 꼭 맞는 사람과 결혼했든, 아니든 별 차이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냥 끝까지 함께 옆에 있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인 것이다. 그 사람과 함께 결혼서약서에 서명을 하고 거의 반세기를 오직 그 사람과 함께 보내게 되면 자신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게 되고 결국 그러다보면 그 사람이 ‘꼭 맞는’사람이 되어버린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유일한’사람이 되는 것이다. 330


나는 누가나 삶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풍족하게 살기 위해 아등바등 힘들게 일하면서 살거나, 아니면 평범하고 단순하게 살면서 쉬엄쉬엄 일하거나. 334

그런 작은 지혜의 섬광들이란 생각만큼 그리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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