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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국부론

[도서] 음식국부론

우석훈 저

내용 평점 2점

구성 평점 3점

도서관에서 그냥 무심코 집어들었다. 우석훈이, 본인은 공 많이 들인 책인데 엄청 안 팔렸다고 블로그에서 징징거리던 기억도 나고 해서.

 

대체로 아는 이야기... 그의 블로그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그냥 책으로 묶어 놓은 듯 했다. 그래도 신선한 내용들이 몇 있긴 했다.

 

narcissism of small differences- 정말 경상도 음식은 맛이 없나?

 

"일본의 음식 맛은 '얕은 맛'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마와 다랑어 뼈의 맛이 숨어 있다. 화학조미료라고 하는 화학물질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 일본음식을 건강식단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놈의 감칠맛이 모든 식재료의 원래 깊은 맛을 가려버리고 미각을 버려놓는다는 관점이 새롭다.

 

"..정부의 중국인 억제 정책에 의해서 가격 규제-를 받게 된 자장면은 한때 설렁탕과 거의 두 배 이상의 가격차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저가의 음식으로 전락하게 된 자장면은 심각한 자체 경쟁 속으로 들어가게 됐고, 이 과정은 누가 더 많은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느냐를 겨루는 경쟁이 됐다. 화학조미료를 경쟁적으로 사용한 것은 설렁탕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자본가들이 귀족들의 애호 식품이었던 쇠고기 스테이크를 자신들의 이윤을 창출하는 노동자들에게 다량으로 값싸게 공급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와 북미 대륙을 거대한 쇠고기 생산지로 바꾸었고,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생태계와 함께 서식자이던 물소와 인디언이 역사에서 사라지게 됐으며, 이 말살의 과정에서 생겨난 스포츠가 바로 골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소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한우는 품종으로는 정의되지는 않는다. 소는 약 48개의 품종이 고기종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한우는 아시아계 한우인 인도 원소와 유럽 원소 사이의 혼혈종이 북중국, 만주를 거쳐 우리나라에 정착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해방 이후 워낙 많이 개량돼 품종으로서의 한우보다는 서식지로서의 한우라는 의미를 더욱 많이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푸아 그라는 축제와 고급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여 가장 비인도적인 현상을 만들어내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노엘(noel)이라 불리는 크리스마스의 축제 음식인 거위간은 비대해진 거위의 간에 생겨난 병적인 현상인 지방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봄부터 깔대기를 통해 거위 부리에 억지로 밀어넣은 옥수수가 거위에게 지나친 열량으로 작용해 결국 지방간을 만들어내게 된다. 운동을 못하도록 가두어진 상태에서 억지로 옥수수를 먹어야 하는 거위들의 운명은 비참하기 짝이 없지만, 어쨌든 이렇게 해서 병적으로 비대해진 간을 가지게 된 거위들은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작은 가죽 장화를 신고 파리를 향해서 일렬로 떼를 지어 행군하게 된다. 프랑스에서 노엘이라고 부르는 크리스카스 기간에 맞추어 파리에 도착한 지친 거위들의 간에서 지방 부분만을 떼어내 조리된 푸아 그라는 노엘 만찬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여러 음식 사이에서 생선수프와 함께 백미를 장식하게 된다. 바게뜨라고 하는 프랑스 식 빵에 버터 대용으로 사용되는, 귀족들의 한 끼를 위해 사육화된 거위들의 화려하고도 짧은 인생은 이 날 끝을 맺는다."

 

"60-70년대 자원 선물시장이 등장하면서 석유를 제외한 국제 자원의 가격은 전반적으로 안정된 기조를 보였다. 시카고, 런던, 뉴욕과 파리의 선물시장(futures market)은 소비자들에게는 국제 자원 가격의 등락폭을 줄여주고, 무엇보다도 국제 공급자들의 폭리를 위한 매점매석 행위나 임의적인 공급 축소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었다. 이를 제3세계의 관점에서 뒤집어 해석하면, 제국주의 시절 선진국 정부가 맡았던 공급자의 역할을 60년대에 새로 생겨난 독립국가의 정부가 새롭게 맡았는데, 이제는 오히려 선진국들이 단합하여 수요자의 입장에서 공급 세력을 좌지우지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인삼 농사에 사용된 밭은 인삼이 워낙 땅의 영양분을 심하게 빨아먹기 때문에, 3년에 한 번씩은 윤작을 해야 하고, 특히 논으로 바꾸려면 오랜 세월이 지나야 한다. 마찬가지 현상이 커피 농장에서 벌어지게 됐다. 이제는 수요자라는 입장에서 어떻게든 낮은 가격으로 수요 독점의 지위를 누리고 싶어하는 선진국들에 의해서 커피 가격이 안정된다는 것은 많은 커피 농장들이 더 이상 원가 보존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땅은 남아 있으므로 이곳에 쌀이나 콩 같은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심을 수 있다면 기아는 면할 수 있겠지만, 커피를 심던 농장은 그런 자연적 조건을 허용하지 않았다. 커피나무는 1미터에서 3미터 정도의 키를 유지하는 관목이다. 뿌리는 깊고 한 번 심어놓으면 아카시아만큼 없애기가 어려운 관목 지대로 변하기 때문에 더 이상 쌀과 같은 농작물은 심을 수가 없다... 게다가 종다양성을 잃어버린 커피나무의 관목 지대는 비가 오면 끊임없이 양질의 토양이 휩쓸려 내려가게 되므로 토양 손실이 심각하다. 상업적으로 의미를 잃은 커피 관목 지대는 점점 죽음의 땅으로 변해가게 된다. "

 

건조한 경제학적 개념을 생활어로 풀어 쓰는 능력이 출중하다. 가끔 너무 거칠게 풀어서 오해를 살 만한 것도 있지만.

 

"ethique에서 변형돼 간단한 윤리, 즉 '작은' 윤리라는 의미의 ethiquette이 된 것이다. 음식과 관련된 에티켓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음식 타박을 허락하고 있지 않다. 모든 주어진 음식은 감사히 먹도록 돼 있고, 특히 사회적으로 고귀한 신분일수록 이러한 음식 예법은 더욱 철저하다.... 음식을 남기지 않고 남은 음식 찌꺼기와 소스를 프랑스 식 빵인 바게트 조각에 발라서 깨끗이, 그야말로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싹 비우는 것이 프랑스식 귀족 식사 예법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이다."

 

"소비자들이 아무리 많이 공급하더라도 우리나라 전체의 유기농생산 능력은 현재는 총 공급량의 2퍼센트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2퍼센트의 시장을 지금까지 지켜온 것이 정부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심훈의 소설 <상록수>에 나오는 농민 운동, 가톨릭 농민회 같은 오래된 농업 운동, 그리고 생명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오고 있는 귀농자와 농업 선각자들이다. 그리고 이렇게 제한된 생산물의 소비를 담당하고 있는 사회적 기관 또한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 또한 백화점이 아니라 '영세'하기 짝이 없는 개인들의 모임인 생활협동조합(생협)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 사회는 음식이나 음식물의 안전에 대해서 시스템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기억 소자가 결여돼 있는 체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한 포도를 만들게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을 사회가 적절하게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오히려 개인들이 포도를 먹을 때마다 농약에 대해 '개별적인 대처'를 하는 것보다는 효율적일 수 있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경우는 7000달러에서 8000달러 사이에 자연스럽게 생겨났어야 할 현상들이 발생하지 않은 셈이다."

 

"도시의 빈민들은 실제로 농업 부문에서 직접 공급된 1세대와 도시 내에서 재생산된 도시 2세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도시 2세대가 성공적으로 농업, 그것도 유기농에 정착하기 위한 사회적 프로그램은 귀농 학교에서 토지 은행과 안정적인 소비처까지 세 가지 난관을 무난히 해결할 수 있을 때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200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제조업 매출액 10억 원당 사회적으로 총 4.9명의 고용이 발생한다. 건설업은 이보다 많은 12.6명의 고용을 발생시키고, 서비스업은 평균적으로 18.2명의 고용을 발생시킨다. 이에 비해 농림, 어업은 58.2명의 고용을 발생시킨다. 관행농업에 비해 훨씬 더 노동집약적인 유기농의 경우 정확한 수치는 존재하지 않지만, 아마 10억원의 매출액당 70-80명의 사회적 고용을 발생시킬 것이다."

 

"전국 평균이 17.8%인 것에 비해서 제주도의 아토피 유아의 비율은 23.2%로 확실히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다...확실히 제주동는 공장은 없지만, '관광 제주'를 건설하기 위해서 지난 3년 동안 전국에서 가장 많은 건설공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제주도 전문가들은 공사보다는 지하수를 의심하였다. 중산간 지대라고 부르는 제주도 언덕배기에 있는 '곶자왈' 지역에 들어선 골프장들을 의심하는 분위기였다."

 

문장들도 엉성하고 그냥 휘갈겨 쓴 느낌이 강하다. 한 번 퇴고도 하지 않은 듯한 느낌. 문장들이 너무 거칠고 예쁘지 않다.  "그야말로"가 없이 지나가는 문장이 없다.-.-

 

한 마디로 우석훈이 알고 있는 여러 분야의 상식과 미시사를 음식경제 속에 버무려 쉽게 써나간 책. 그닥 새로운 내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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