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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에 관하여

[도서] 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저/김명남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면역에 관하여

 

일단 낚였다는 낭패감을 감출 수 없다. 나는 면역의 철학적인 성질을 파고드는 책인 줄 알았다. ‘란 어디까지인가? 우리 몸은 어디까지를 self로 인식하고 어디부터 nonself로 인식하는가? 내 몸에 붙어 있는 세균과 바이러스는 나인가? 내 유전자 속 바이러스 기원 유전자는? 내가 방금 들이마신 공기는 나인가 아닌가? 왜 남들은 잘만 퍼먹는 땅콩과 스치기만 해도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알레르기가 진화에서 등장했는가? 슈퍼박테리아도 건강한 사람의 면역계에는 오히려 더 잘 제압당하는가? 왜 손을 씻어야 하는가? 이런 이야기들을 다루는 책인 줄 알았다. (자기-비자기는 스쳐지나가듯 나오긴 함.) 그냥 이 책은 백신에 대한 책이다. ‘백신에 관하여라는 제목이 훨씬 잘 들어맞는다.

시적이고 아름답다는 평을 들었다. 인정한다.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과학을 다루는 책의 문체는 더 똑 부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질적 문맹이 많은 우리나라의 독자층을 생각하면 이 책의 숙고하는 문체는 오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오독하는 독자들은 거 봐, 백신에 대한 두려움도 의미가 있다니까.’하고 의기양양해할 것 같다.

내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고, 그래서 더더욱 대중 대상의 글을 쓸 때 단 한 문장도 모호하게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반어법, 자조적 표현, 비꼬는 표현, 이중부정, 생략법, 주장을 담은 의문문 등 독해 능력이 떨어지는 독자가 읽었을 때 헷갈릴 만한 문장은 쓰지 않는다. 전체 맥락에서 뚝 떨어져 그 문장만 인용되었을 때도 오해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모든 문장이 그 자체로 완결되게 한다. 왜냐하면 명백한 반어법도 이해하지 못해서 내가 전달하려던 내용을 반대로 이해하는 독자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뱀파이어 비유는 서구 맥락에서 풍부한 텍스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와닿지 않는 것 같다. 뱀파이어 이야기 왜 이렇게 계속 하나 싶었음.

나는 한국의 백신 반대론자에게 말걸기 좋은 위치에 있는 편이다. 양의사와는 다르게 자연요법을 잘 이해해줄 것 같은(?) 한의사이고 모유수유와 개입을 최소화하는 출산을 지지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의사 말을 무조건 의심하는 사람도 내가 백신 맞으라고 하면 좀 수긍하는 것 같다. 그리고 집단 면역을 위해서는 고집스런 자연요법 매니아들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지석영도 한의사였잖아?

 

인상적인 대목들에 대한 나의 감상.

 

p.15

아이가 울었던 건 소젖을 못 견디기 때문이었다. 내가 마신 우유에 담긴 거슬리는 단백질이 젖을 통해 아이에게 전달되었던 건데, 당시 내게 그 가능성은 머리에 떠오르지조차 않았다.

 

: 우유 속 beta-lactoglobuline, alpha-lactalbumin 등이 아기들 중 2~5%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심지어 엄마가 우유를 먹어도 모유로 전달되어 알레르기가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생애 초기에는 특히 모유만 먹는 완전모유수유를 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분유를 한 방울도 먹이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다.

 

p.21

유럽의 일부 독감 백신에는 정말로 상어 간유에서 얻은 스콸렌이 포함되어 있지만, 미국에서 승인을 얻은 백신에는 스콸렌이 포함된 적이 한 번도 없다.

 

: 이 대목을 읽을 때 깜짝 놀랐다. 스콸렌? 스쿠알렌? 상어가 암에 걸리지 않는 비결이라며(걸리지 않긴 쥐뿔..) 건강식품으로 불티나게 팔리던 그 스쿠알렌? 스쿠알렌이 어느새 전락해서 극소량도 흡입될까 걱정하는 독소 취급을 받게 되었구나.. 세월 무상..;;;

 

p.37

군중 심리를 꺼리는 사람들은 그보다는 개척자 심리를 선호하는데, 우리 몸을 독립된 농장으로 상상하고서 개개인마다 그것을 잘 가꾸거나 잘못 가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내 아이에게 무엇을 먹여야 하나 전전긍긍할 때마다 결국 이 사회 전체가 바뀌지 않고는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없다는 결론을 매번 내리게 된다. 방사능, 중금속, 지용성 독소 등은 나 혼자 노력해서 피할 수가 없다.

 

p.44

나는 내가 출산 중에 피를 많이 흘릴 거란 사실을 알기 전, 아들에게 B형 간염 백신을 맞히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에는 내가 위험군에 속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시점에 나는 수혈을 받은 뒤였고, 내 상태는 변해 있었다.

 

1898, 어떤 사람들은 백인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 병은 깜둥이가려움증이라고 불렸고, 이민자와 연관된 곳에서는 이탈리아 가려움증이나 멕시코혹이라고 불렸다.

 

: 매독도 이런 식의 여러 이름이 붙어 있었는데.. 어디서 읽었더라?

 

p.45

당시 백신 반대자들은 공동의 목적을 지닌 대의로서 노예제 폐지에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 개인의 자유에 대한 은유로서만 관심이 있었다.

 

: 19세기 영국 여성운동에서 여성은 노예와 같다라고 한 맥락도 어쩌면 비슷할 것 같다.

 

p.53

인간의 유전체 중 꽤 놀랄 만큼 많은 양이 그처럼 옛 바이러스 감염이 남긴 부스러기들이다.

 

일부 백혈구는 마치 난수 발생기처럼 유전 물질의 DNA 서열을 무작위로 뒤섞음으로써 무수한 종류의 병원체를 인식할 줄 아는 무수한 종류의 세포를 만들어 낸다.

 

: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양이? <바이러스 행성> 읽어봐야겠다.

 

p.71

더 이상 DDT를 모기 퇴치제로 쓰지 않는 나라들 중 일부에서 말라리아가 되살아났다는 건 사실이다.

 

p.84

종두는 영국에서는 아직 좀 신기한 이야기였지만 중국과 인도에서는 벌써 수백 년 동안 시행되어 온 관행이었다.

 

: 송나라 때 시작되었고 전세계로 퍼져나갔는데, 왜 한반도에는 일본을 통해 뒤늦게 들어온 걸까..?

 

p.128

이제 천연두 바이러스는 세계에서 단 두 군데 실험실에만 있는데, 한 곳은 미국이고 다른 한 곳은 러시아다. 세계보건기구는 천연두 근절 직후부터 그 저장량마저 없앨 최종 시한을 수차례 설정했으나, 둘 중 어느 나라도 따르지 않았다. 2011년에 문제를 논의했을 때, 미국은 혹시 모르니까 안전을 위해서 더 나은 백신을 개발하려면 바이러스에 좀 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 호환 마마가 가장 무섭던 시절이 몇 세대 지나지 않았는데 천연두는 멸종, 호랑이는 거의 멸종. 인간이 제일 무섭다..

 

p.131

소아마비는 이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에만 풍토병으로 남았다. 2003년에 나이지리아의 소아마비 근절 캠페인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곳 종교, 정치 지도자들이 백신은 서구 열강이 무슬림 아이들을 불임으로 만들려고 꾸민 책략이라는 소문을 사실로 받아들인 탓이었다.

 

p.134

미국 중앙 정보국CIA은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던 중 그의 소재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DNA 증거를 모으기 위해서 실제로 가짜 백신 접종 캠페인을 벌였다. 진짜 B형 간염 백신을 제공하되 면역 형성에 필요한 3회 용량을 다 놓진 않는 식이었다.

 

: 루머는 루머지만, 백신으로 민간인들을 농락하며 군사 작전을 수행한 건 맞았구나.. 이어 탈리반이 접종을 금지시키고, 적과 내통했다는 이유로 백신 접종원들을 조직적으로 살해했다.

 

p.140

세상에는, 특히 가난한 나라들에는, 티메로살 금지가 사실상 디프테리아, 백일해, B형 간염, 파상풍 백신 접종 금지에 해당하는 장소들이 있다.

 

: 다회 접종 백신을 만드려면 티메로살이 꼭 필요하다. DDT와도 겹친다.

 

p.165

실제로 2008년에 미접종 상태로 스위스로 여행을 떠났다가 홍역에 걸려 돌아와서 다른 아이 11명을 감염시켰던 아이는 밥 선생님(Robert Sears)의 환자였다. 그 아이가 백신을 맞지 않은 건 밥 선생님의 처방에 따른 일이었지만, 그 아이가, 너무 어려서 아직 백신을 맞지 못한 아기 셋에게 홍역을 퍼뜨린 건 밥 선생님의 대기실이 아니었다.

 

p.176

2011.. 수두에 걸린 아이가 핥은 사탕을 주고받는 부모들로 구성된 <()를 넘나드는 일당>이 발각되었다.. 하나에 50달러의 가격으로 팔린 오염된 막대 사탕은..

아픈 아이가 핥았던 사탕에는 B형 간염 외에도 인플루엔자, A군 연쇄상 구균, 포도상 구균이 묻어 있을 수 있다.

 

: . 봉이 김선달.

 

p.179

오늘날 주로 전쟁과 결부되어 쓰이는 <양심적 거부자>란 용어는 원래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 궁금해서 검색해봤더니, 여호와의 증인이 1952년에 백신 접종은 허용하는 쪽으로 교리 해석을 변경했고 1980년에 장기 이식도 허용하는 쪽으로 변경했다. 수혈은 아직까지 금지.

 

p.182

초기의 백신 거부자들은 미국에서 점차 강해지던 경찰의 힘에 처음 법적으로 도전한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더 이상 머리를 겨눈 총구 앞에서 강제로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되는 것도 그들 덕분이고, 어쩌면 여자들이 낙태권을 부정당하지 않는 것도 그들 덕분이다.

 

p.192

연구자들은 두 피험자 집단에게 몸 은유를 사용하여 미국 역사를 서술한 글을 읽게 했다. 국가가 <성장 급등>을 경험했다느니 혁신을 <소화하려고> 애썼다느니 하는 식이었다. 이 글을 읽기 전, 둘 중 한 집단은 공기 중 세균을 해로운 것으로 묘사하는 글을 먼저 읽었다. 확인 결과, 해로운 세균에 대한 글을 읽었던 사람들은 안 읽은 사람들보다 나중에 신체적 오염에 대한 걱정과 이민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둘 다 더 많이 표출했다. 그들이 읽었던 미국 역사 글에 이민에 대한 언급은 없었는데도 말이다.

 

p.197

정부가 아기 방에서 프탈레이트를 없애지 못하고 아기 로션에서 파라벤을 없애지 못한다면, 게다가 멕시코 만에서 8억 리터나 되는 원유랑 700만 리터나 되는 유처리제마저 없애지 못한다면, 대체 빌어먹을 정부는 왜 있는 거야?

 

p.207

일부는.. <면역 마초> 같은 태도를 보였다. 가령 자기 면역계가 <끝내준다>고 말하는 식이었다.

 

: 나는 건강하기 때문에 백신 따위 필요없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딱 맞는 표현이다. 꼭 내가 아니라 남, 특히 약자를 위해서 백신이 필요하다.

 

p.238

손택이 썼듯이, <매독은 영국인들에게는 <<프랑스 발진>>이었으며, 파리 사람들에게는 <<독일 질병>>, 피렌체 사람들에게는 나폴리 질병, 일본인들에게는 중국 질병이었다.

 

: 아까 찾던 내용이 요기 나오네~

 

p.253

미국이 필리핀과 푸에르토리코에서 실시한 백신 접종 캠페인은 겉으로는 원주민들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목이었고, 그럼으로써 점령군 주둔을 정당화하는 근거로도 쓰였지만, 또한 그곳을 점령자들에게 안전한 장소로 만들어 주는 결과를 낳았다. 필리핀에서 강제 백신 접종이 불법이 된 건 미군이 필리핀인 수백만 명을 강제로 접종시킨 뒤였다.

p.263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2년에 천연두 백신을 맞았다... 정부는 후세인이 천연두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지 않았지만, 그가 그럴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만으로 미심쩍은 백신 접종과 이라크 침공을 둘 다 정당화했다.

 

: 놀랍다!

 

p.270

캠던에서 천연두가 터졌을 때, 지역 교육 위원회는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는 학교를 나올 수 없다고 선언했다.... 나중의 조사에서 밝혀진 바, 파상풍에 걸린 아이들은 거의 모두 같은 제조업체에서 생산된 백신을 맞았다...천연두 백신은 소에서 원료를 얻고 농장에서 제조되었는데, 그런 환경에서는 파상풍균에 오염되어 있기 쉬운 외양간의 먼지와 분뇨 때문에 백신이 오염되기 쉬웠다.

캠던에서 파상풍 사망자 수가 천연두 사망자 수를 넘어서자, 부모들은 등교 거부 운동을 벌이고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

백신 접종에 대한 저항이 거세지자,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백신 제조업체에 대한 인증 및 검사 체계를 설립할 것을 규정하는 생물학적 제제 관리법에 서명했다.

 

: 백신 거부 운동이 안전한 백신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의회에 백신 부작용을 추적하라고 부모들이 요구하고, 소아마비 경구 백신을 그보다 안전한 불활성 백신으로 교체하자고 주장했던 역사가 현재의 백신 일정표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p.274

미 국가 아동 백신 피해법은 백신 제조자가 아니라 연방 정부가 백신 피해 소송의 피고가 되도록 규정했다.

 

 

 

 

 

 

 

읽을 책

오래된 친구들 Graham Rook "A Darwinian View of the Hygiene or 'Old Friends' Hypothesis," Microbe, April 2012

바이러스 행성 (칼 짐머)

생활의 조건 (웬델 베리)

출산, 그 놀라운 역사 (티나 캐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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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휘연

    음... 평 잘 읽었습니다. 책이 오고 있을 텐데.. 구매하기 전에 봤으면 더 좋았을 뻔 했습니다-_-;;

    2016.12.20 16:24 댓글쓰기
  • unhi26

    뭔가 미심 쩍었는데 리뷰 많이 도움됐습니다. 고맙습니다.

    2019.07.17 13:23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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