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 책은 미주대륙에 청교도 이주 전 원주민들이 장애인과 몸에 대해 어떻게 보았는지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 그 관점이 본격적인 식민지 시대-저자가 현대 미국인으로서 원주민이 유럽 이주민에게 지배당한 시기를 식민지라고 표현하는 것이 신기하다-를 거치며 장애인과 몸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3장까지 전개된다.
2. 이후 미국 독립전쟁과 남북전쟁을 거치며 올바른 몸을 지닌 시민 개념과 '자율:비장애 의존:장애' 개념이 어떻게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배제했고 이주민, 장애인 등에 대한 극단적인 단종정책 및 탄압의 역사가 이루어졌는지 6장까지 서술된다. 마지막 7, 8장에서는 장애인들이 단체를 만들고 투쟁을 통해 비장애중심주의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하는 주체로서의 장애인을 조망한다.
3. 올바른 몸을 가지지 않았던 원주민,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노인, 소아 등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사회적인 차별 뿐만 아니라 무차별적인 폭력과 성적 학대가 이루어진 역사가 적나라하게 써져있어서 읽는 중에 많이 불편했다. 현대 자유와 인권의 상징인 미국이라는 나라가 좋게 말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느꼈고 나쁘게 말하면 그러한 이미지와 거의 반대가 되는 추악한 역사를 지닌 위선적인 것인지 동시에 느꼈다.
4. 하지만 책을 읽다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서론부터 저자는 몬트리올 학술대회에서 만난 맹인과의 일화를 소개하는데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하는 몬트리올에서는 소위 비장애인인 저자가 프랑스어에 능한 맹인보다 장애에 가깝지 않은가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는데 장애라는 단어의 외연을 굉장히 넓게 생각하는 오류가 아닌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물론 동시에 모두가 장애인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장애로 인한 고통을 덮는 행위라고 저자 또한 지적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장애에 대한 사회적, 시간적 맥락이 없는 고정된 정의와 이념은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과 학대로 나타났기 때문에 정의를 유동적으로 말하는 것이라고 말하긴 했다만..)
5. 책에 있는 대부분의 내용은 잔인했던 차별의 역사를 다루기 때문에 쉽게 분노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자자가 생각하는 대로 현실에서 대부분의 소위 정상인을 '비장애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보다는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견 성적 지향성 스펙트럼에서 소위 대다수의 일반인을 이성애자라고 칭하는 것과 비슷해보인다) 마치 의료계에서 비주류인 한의사가 자신을 기본으로 두고 (양)의사를 비한의사라고 칭하면 과연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을까?
6. 물론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개념들이 많은 사람들이 투쟁을 통해 이뤄낸 결과고 투쟁할 당시에는 나같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했지만 현재는 당연해진 만큼 '비장애중심주의' 또한 앞으로는 보편적으로 쓰일 개념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물음표를 붙이는 것조차 굉장히 공격받을 수 있는 걸 보면 인권분야는 무조건 배우고 납득해야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일종의 백래시로만 이해되야하는지 조금 의아하다.
7. 그럼에도 장애는 또 하나의 현실이기도 하다. 많은 장애인들이 지하철 리프트 추락사고에서 이동권을 부르짖어서 생긴게 지하철 엘레베이터의 보편화이다. 비록 정작 장애인보다는 어르신들이 주로 많이 타긴 하지만.. 인지 못한 사이에 세상이 빨리 바뀐다.
8. 아쉬운 점도 있다. 미국 장애의 역사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벌어졌던 지하철 이동권 투쟁처럼 먼나라의 일이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불편감을 겪었고 의아함을 느낄 수 있는 소재를 다루는 책이 있다면 보다 우리 삶에 와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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