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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도서]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시미즈 켄 저/박소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1. 이 책은 암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일본 정신과의사(정신종양학)이 죽음을 맞닥뜨린 환자들의 이야기를 공유해 우리가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는 태도가 인생에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완화의료라는 이름으로 호스피스 병동에서 정신과 전공의가 말기암환자들을 상담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2. 한방병원에 있을 때 말기암 환자를 본 적도 있고, 중증도가 심한 암을 진단받은 젊은 환자들도 본 적도 많다. 내가 본 말기암 환자들은 대부분 입원 기간 동안 멘탈이 없어진 경우가 대다수라 환자 본인의 감정은 알 수 없었지만 간병인과 보호자를 통해 여러 것들을 느꼈었다. 하지만 내게 가장 와닿은 건 젊지만 중증도가 심한 암을 받은 소위 '시한부' 환자들이었다.

 

3. 그들도 협진하는 양방병원에서 정신과적 케어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예고 없이 심해지는 증상, 증량해도 나아지지 않는 통증, 보호자들의 지쳐가는 모습 등을 볼 때마다 보고 있는 나조차도 맘이 깎여나갈 정도였다. 입원 당시 (진단받고 얼마 안됬을 때) 오히려 암환자를 처음 접하는 나를 응원하고 격려해주던 분도 본격적인 항암치료를 받게 되니 점점 상태가 안 좋아졌었다. 정신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오심, 구토, 설사, 진행되는 탈모, 전신부종, 야간 통증은 어떠한 긍정적인 사람도 파괴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이 책에 나온 이야기의 대부분은 환자가 처음에는 자신의 불행에 분노하다가 죽음이 다가옴과 함께 두려움을 느꼈지만 상담을 통해 결국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제까지 인생에서 후회되는 점, 남겨진 소중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적어놨다. 그러나 나의 짧은 경험상 내가 봤던 환자들 모두가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죽음에 대해 받아들이는데 성공했지는 않았기에 '끝까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리지 못한 건 다소 아쉬웠다. 그러한 이야기들도 암환자 입장에서 충분히 '나라면 이러지 않을 것 같아'라고 메세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5. 과연 나라면 이 책에 나온 환자들처럼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어릴 때부터 항상 하고 싶은 것들(미래의 자기계발과 관계없는 것들)을 미루는 습관이 있었다. 수능 끝나면 게임을 해야지, 내가 졸업하면 본격적으로 뭘 해야지, 내가 돈을 벌면 무엇을 해야지. 이런 식으로 인고의 시간을 보내다보니 이룬 것도 많았지만 과거 당시에 했다면 좋은 추억이었겠지만 현재는 더 이상 하고싶지 않아진 것도 많고, 인생살이에 새로운 목표가 생길 때마다 그 목표가 달성된 뒤에 하자는 생각이 계속 생긴다. 그런데 이러한 시점에 내 수명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다면? 책을 읽고도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6. 한때 '죽음학' 책들이 인기 있었을 때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죽음을 맞는지에 대한 생각이 좀 더 좋은 삶을 살게 한다는 취지에서이다. 비록 책을 읽고 나서 그 느낌과 깨달음이 얼마 갈 수 없을 지라도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고, 타인의 예정된 고통을 같이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년 전 내가 이 책을 읽고 '정신종양학'에 관심을 갖고 필요한 상담내용을 공부했더라면 작년에 봤던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 조금 더 좋은 한의사가 되지 않았을까?

 

* 본 서평은 한빛비즈의 협찬으로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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