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은 2019년에 처음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성별, 나이를 알 수 없는 주인공에 몰입을 할 수가 없었지만,
세운상가에 대한 묘사가 나오면서 그곳의 냄새, 공기, 기운을 상상하며 읽을 수 있었다.
100만원이 넘는 오래된 LP 플레이어를 자전거에 싣고 고시원으로 천천히 가는 dd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좋아하던 사람과 함께 듣던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얼마나 설레었을까?
이빨이 너무 튼튼해서 왠만한 못은 공구가 아닌 이빨로 뽑았던 여소녀가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이빨이 조각조각 부서져 버려서 잇몸이 남아있는 곳에만 임플란트를 할 수 있었다는 글을 읽고 생각했다.
지금 내가 가진 것 중 곧 사라져 버릴 것이 무엇인지
내가 아끼지 않고 쓰는 것 중 곧 쓸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 무엇인지.
황정은의 글은 몇번이나 매만진 듯 단정하고 군더더기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