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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오랜 기간 집을 비웠다. 가족이 다 그런 건 아니고 나만 그랬다. 이곳이 아닌 그곳에서 폭우를 느꼈고 습한 날들을 견뎠다. 작년보다는 덜 덥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했다. 더위는 그 말을 다 듣고 있었고 나는 더위에 지쳤다. 작년보다 더 많은 시간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늘어져있었다.

 

시간은 부지런하게 일을 하고 초복, 중복을 지나 오늘은 입추다. 조리된 삼계탕으로 몸을 보신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고 치킨과 캔맥주가 오히려 나에게 기운을 주었다. 긴 머리를 질끈 묶었지만 짧은 커트의 유혹에 나는 갈등 중이다. 그 사이 배롱나무는 꽃을 피우고 그 우아한 자태는 여름의 여왕 같다.

 

더위로 무기력해진 내게서 책은 멀리멀리 달아났다. 간신히 붙들고 있는 책은 김연수의 『시절일기』다. 지나온 날들을 김연수의 글로 읽으면서 그때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나서 힘들면서도 어느 마음이 넉넉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순간의 어떤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굳건하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8월 8일에 남긴 이 짧은 글로 그러할까. 나는 민소매의 옷을 입고 땀을 많이 흘리고 얼굴은 엉망이다. 그러면서도 입추란 말을 중얼거리며 입추니까 곧 미묘한 변화가 시작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 변화는 나의 몸과 마음에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김연수의 산문을 읽고 표지처럼 시원한 내용을 기대하는 소설『썸씽 인 더 워터』을 읽고 보랏빛 표지 『보라색 히비스커스』도 만나야 하는데 가능할까. 아, 여름과의 이별은 길고도 힘들구나. 『다정한 호칭』의 시인 이은규의 시집도 나왔는데, 어쩌란 말인가. 집 나간 정신을 불러들이고 저질 체력을 위해 커피를 마셔야 한다. 믹스 커피 봉지를 잘라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약간 붓고 냉장고의 우유와 냉동실의 얼음을 합쳐서 탄생할 커피. 카페인 섭취를 줄이라는 말은 못 들은 걸로!!

 

 

시절일기

김연수 저
레제 | 2019년 07월

 

썸씽 인 더 워터

캐서린 스테드먼 저/전행선 역
arte(아르테) | 2019년 07월

 

보라색 히비스커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저/황가한 역
민음사 | 2019년 06월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이은규 저
문학동네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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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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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여름과의 이별은 정말 길어요,, 이별은 한참 남아 있으니, 책과 함께 보내시기를 요, 이은규 시인의 시집 다정한 호칭이 참 좋았었는데!!

    2019.08.08 13:0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자목련

      질긴 이별이라고 할까요. ㅎ 이은규의 이번 시집도 좋을 것 같아요.

      2019.08.16 17:43
  • 파워블로그 블루

    아, 믹스 커피에 우유를 더 넣으신다는 말씀에 놀랐어요.
    저는 아무것도 넣지 않는 아메리카노가 좋아서요. 글쎄요, 시절일기는 여행가면서 읽을까, 먼저 읽을까 고민중이에요. ^^

    2019.08.08 13:2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자목련

      딱히 선호하는 커피는 없고요. 아메리카노를 마시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아요. ㅎ
      여름에는 가끔 이렇게 시원하고 달달한 커피를 마셔요. 시절일기는 언제 어디서든 좋겠지만 여행 전에 만나시는 게 더 좋을 듯해요. 그냥 제 생각에요.

      2019.08.16 17:43
  • 파워블로그 Aslan

    어디 다녀오신 건가요?
    자목련님 혹시 조해진 신작 읽으셨나용?
    저는 몇주째 만지작 거리고만 있어요.

    2019.08.10 01:1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자목련

      휴가나 여행은 아니고요, 일이 있어 잠깐 다녀왔어요.
      조해진 신작은 아직 만나지 못했어요.

      2019.08.16 17:41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