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11월 1일, 1이라는 숫자가 나란히 보인다. 친구처럼 동료처럼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팔짱을 끼고 있다고 해도 좋을까. 어쨌든 11월 1일이라고 자꾸만 말하고 싶다. 새벽에는 예배를 드리러 다녀왔다. 지난달 첫날에는 참석하지 못했으니 두 달 만에 새벽을 만난 것이다. 낮에는 햇살이 좋지만 새벽에는 무척 추울 거라 긴장하고 나갔는데 예상한 것만큼 춥지 않았다. 오히려 포근하다도 느껴질 정도였다. 대신에 안개가 자욱했다. 아파트를 빠져나와 도로에는 온통 안개였다. 안개는 공포를 안겨준다.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건 불안하다. 잘 보이지 않기에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 그 시각 도로에는 자동차가 많지 않았고 빠른 속도가 아니었는데도 나는 살짝 무서웠다. 고라니가 뛰어나와 사고가 날 뻔했던 기억이 떠올라, 이 안갯속에서 고라니를 만나면 정말 큰일이겠구나 생각했다.

 

신호등의 점멸 신호가 반가웠고 간격을 두고 나타나는 가로등의 빛에 의지를 했다. 가로등이 제 할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로등이 고장이 났다면(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도로를 달리는 일은 한 치 앞도 가능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 사는 일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반복된 일상이 지겹다고 느끼지만 작고 작은 것 하나가 어제와 달라지면 삶은 엉망이 될 수도 있다. 매일 타는 버스가 조금 늦는 경우, 항상 들렀던 편의점이 문을 닫았을 때 당황한다.

 

안개를 만났을 때 그래도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건 안개가 곧 사라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 빛이 있다는 걸 믿어서다. 끝도 알 수 없는 안개를 상상하면 아찔하다. 그러나 안개는 언젠가 사라진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그 안개도 곧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 계속 걸어가자. 잠깐 주저앉았다면 시야가 넓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러면 괜찮아진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