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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는 식물들

[도서] 미움받는 식물들

존 카디너 저/강유리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잡초는 장점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식물일 수 있다. (99쪽)

 

여름은 무성한 잡초를 만나기 좋은 계절이다. 밭과 논에는 기르는 작물과 함께 풀이 자란다. 농작물이 주인의 발걸음을 듣고 자란다는 소리는 풀을 매러 얼마나 자주 밭에 오느냐는 성실함이 숨겨져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맘때 벼를 심은 논에는 김매기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더위를 피해 이른 새벽이나 저녁 어스름에 논에서 김을 매는 풍경은 볼 수 없다. 병충해를 막고 잡초를 제거하는 농약을 치기 때문이다. 물론 우렁이 농법이나 오리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노동력이 부족한 시골에서 친환경 농법을 고수하는 일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작물에 피해를 주는 잡초는 어떤 게 있을까? 어린 시절 마구잡이로 뽑거나 잘라낸 쓸모없는 풀들이 약용 성분을 가진 귀한 식물이라는 걸 알 게 된 지금 잡초는 잡초가 아닐지도 모른다. 『미움받는 식물들』이란 흥미로운 제목에 끌려 궁금했던 이 책은 잡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니까 잡초와 인간의 이야기, 다른 방면으로 말하자면 생명력에 대한 보고서 정도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30년 넘게 잡초를 연구한 자연 관찰자 존 카디너 박사는 여덟 종의 잡초의 특성과 어떻게 잡초로 전락(?) 했는지 그 과정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그가 선택한 여덟 종은 민들레, 어저귀, 기름골, 플로리다 베가위드, 망초, 비름, 돼지풀, 강아지풀이다. 민들레, 비름, 강아지풀 정도는 익숙한 이름이지만 나머지는 생소한 풀이었다. 봄이면 노란 잎이 반가운 민들레는 어쩌다 잡초가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토종민들레가 아닌 서양 민들레는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걸로 안다. 서양 민들레가 잡초로 찬밥 신세가 된 경우는 인간의 욕망이 있었다.

 

약용으로 재배했던 민들레는 정원의 등장으로 초록 잔디에 눈에 띄는 노랑이 되었다. 완벽한 잔디만을 원했던 인간에 의해 민들레를 제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그 결과 제초제가 등장했지만 뿌리에 탄수화물을 축적했다 봄이 되면 다시 개화하는 놀라운 생명력을 지닌 민들레는 지금까지 우리 곁에 생존한다. 민들레는 진화하여 잔디에 적응한 개체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똑같이 복제한 씨앗을 다른 잔디에 옮긴다. 대단하지 않은가. 아무리 막으려 해도 바람을 타고 어디듯 날아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잔디밭에 노란 민들레가 있다고 해서 큰일이 날 것도 아닌데,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민들레도 그것에 적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저귀가 잡초가 된 사연은 남다르다. 대마와 함께 북아메리카에 스며든 어저귀는 처음에는 섬유작물로 대접받았다. 어저귀 생산을 장려하기도 했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어저귀 대신 대두가 주목받는다. 한때 장려했던 어저귀가 스스로 자멸할리 만무하니 저자의 바람처럼 어저귀가 잡초가 아닌 작물이 되어 대두와 함께 자랐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에 공감한다.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더 강력한 제초제가 등장한다. 일일이 손으로 잡초를 뽑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다. 기름골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저자가 동아프리카 잡초 사찰을 하면서 마주한 현실은 가혹했다. 잡초를 죽이는 제초제를 판매하면서 그에 대한 설명은 전무한 것이다. 사용 방법과 보관 방법을 몰라 그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일이 빈번했던 것이다. 잡초는 사라지지 않았고 땅을 갈아엎는 대신 제초제를 뿌리고 농사를 짓는 일은 잡초를 죽이는 일이 아니라 그것에 적응하는 다른 잡초를 탄생시킨다.

 

농부들이 쟁기질을 중단하자, 죽이기 쉬운 한해살이 잡초가 사라지는 대신 죽이기 어려운 두해살이 또는 여러해살이 잡초가 그 자리에 들어섰다. (196쪽)

 

더 많은 수확량을 얻기 위해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등장하면서 제초제의 성능은 더욱 좋아졌다. 그에 따라 새로운 잡초의 등장은 아니지만 잡초는 제초제에 저항성을 발달시켰다. 잡초의 시선으로 보면 당연한 것이다. 우리가 감기를 앓거나 백신 투여 후 면역력이 향상되는 것처럼 말이다. 제초제가 잡초에 주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스트레스 테스트로 알게 된 사실도 흥미롭다.

 

스트레스는 식물에 후생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후생적 변화가 유전자의 DNA 서열을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DNA를 둘러싼 화학반을 바꾸고, 그로 인해 유전자가 작용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후생적 변화는 유전자가 조절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즉 유전자 발현을 켜기도 하고 끄기도 한다. 그 과정에 반드시 돌연변이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초제 저항성으로 이어진 과정에 관여한 유전자도 그 대상이었을 수도 있다. (215쪽)

 

대규모의 기업화와 산업화로 생산되는 농업의 세계에서 잡초는 불필요한 존재라 여긴다. 그러나 농업이 발달함에 따라 잡초 역시 진화한다.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도 박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가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지구의 회복력에 대해 언급한 것처럼 자연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식량 생산을 지속하는 방법으로 잡초를 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인류의 삶에 파고든 잡초에 대한 이야기는 재밌고 놀라웠지만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어쩌면 이런 분야의 책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탓일지도 모른다. 주변에서 마주하는 풀들이 이제는 생소하게 다가올 것 같다. 그저 잡초로 보였던 식물에 숨겨진 대단한 역사와 생명력에 대해 감탄하면서 말이다.

 

잡초는 인간 본성이 식물에 표출된 결과이자 식물과 인간 사이에서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루어진 상호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에 잡초화 패턴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새로운 작물 생산법이 등장하면 새로운 잡초가 등장한다. 잡초의 성공 여부는 공진화 파트너가 탐욕, 근시안, 게으름, 순진함, 기술 집착, 교만 같은 인간 특유의 형질을 어떻게 발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사람이 있는 곳에 잡초가 있다. (3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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