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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명 소녀 분투기

[도서] 은명 소녀 분투기

신현수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다룬 책을 읽을 때면 현재의 내 삶에 감사를 하게 된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고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난민의 처지도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힘든 역사를 몸소 겪으며 살아온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만날 때면 화가 나면서도 과연 나라면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묻게 된다. 선뜻 답을 할 수 없다. 반면 책을 통해 내가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신현수의 『은명 소녀 분투기』를 읽으면서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이끌던 학생운동을 떠올렸고 독립을 위해 외치던 3.1 만세운동에 대해 생각했다.

 

제목이나 표지를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의 신여성에 과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은명 여자 보통학교 2학년으로 기숙사에서 지내는 신혜인, 민애리, 최금선은 뭐든지 함께 하는 단짝 친구다. 혜인은 작문 실력이 좋고 애리는 피아노를 치며 금선은 그림을 잘 그린다. 통학을 할 수 있는 거리지만 친구들이 좋아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 아무 문제 없던 기숙사에 새로운 일이 벌어진다. 기숙사 사감 선생님과 재봉 선생님이 새로 온다는 소식. 그런데 그 두 사람이 모두 일본인이라는 거다.

 

두 사람의 등장은 기숙사는 물론 학교 전체의 분위기를 흔들었다. 조선인 학생을 무시하고 재봉 시간에는 조선의 옷이 아닌 기모노를 만들라고 한다. 혜인을 비롯한 학생들은 반발한다. 거기다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사이 기숙사에 들어와 물건을 뒤지고 혜인의 일기장의 시를 불온한 시라며 정학을 명한다. 혜인의 시는 융희 황제가 서거하여 망곡하러 간 곳에서 느낀 점을 기록한 것뿐이다. 선생님이라는 위치에서는 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두 일본인 교사에 대해 조선 선생님이 의견을 내고 막아보지만 무용지물이다.

 

조선인이 다니는 학교인데 모든 게 일본인의 뜻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기숙사 3, 4학년 학생들이 주축이 돼 맹휴를 결의한다. 동맹 휴학을 결정하고 조선인을 폄하하는 일본인 교사에 대한 퇴진과 일본식 교육을 즉각 중단하고, 조선인 교육을 실시하라는 내용의 동맹 휴학 결의문을 낭독한다. 당연 학교는 학칙 위반이라며 그들을 제지하고 참여한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기숙사와 집으로 돌아간다. 학생들의 동맹 휴학 소식은 신문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고 학부모들도 학생들의 뜻에 동참한다. 세간의 시선에 교장과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용한 척하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학생들에게 퇴학을 내세워 협박한다.

 

 

소설 속 은명 여자 보통학교의 설정은 ‘숙명여자고등보의 항일 동맹 휴학’을 접한 작가가 사실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 시대의 학생 운동에 대해 전혀 몰랐을 것이다. 숙명여자고등보의 항일 동맹 휴학은 1927년에 학교의 운영 주도권을 장악한 일본인에 저항하여 전교생이 일어난 사건으로 학생, 학부모, 졸업생, 그리고 주변 학교까지 연대한 사건이다.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가르치는 학교에서 자행된 폭력은 아마도 소설의 묘사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끔찍했을 것이다.

 

시대적 배경과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작가는 학생들의 말투와 신분에 따른 가정 환경을 설정해 일제강점기를 표현한다. 일본에 호의적인 집안과 시골에서 상경한 학생의 입장이나 생각, 일본 유학을 다녀온 혜인의 이모처럼 신여성도 등장시킨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았던 그 시절의 모습도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암울한 분위기는 찾을 수 없다. 끈끈하고 애틋한 우정으로 뭉친 십 대 소녀의 명랑과 발랄함을 작가가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대적 존재였던 학교를 향해 잘못된 점을 말하고 고쳐나가도록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낸 학생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시대가 변해도 차별과 불평등은 여전한 현재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가의 말이 더욱 큰 울림으로 남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은명 소녀 분투기』를 읽으면서 일제 강점기를 살아갔던 당시 우리 민족의 아프면서도 치열했던 삶과 간절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면 좋겠다. 아울러 소설 속 인물들이 그러했듯이 부당하고 힘겨운 상황 속에서 침묵하기보다 함께 힘을 합쳐 청소년다운 목소리를 내고, 희망찬 내일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굳세게 걸어가기를 바란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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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Aslan

    오 재밌겠어요. 덕분에 제게 필요한 책의존재를 알았습니다

    2022.08.08 03:5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자목련

      이 소설이 아니었다면 저는 몰랐던 역사적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부끄럽기도 했고요.

      2022.08.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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