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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행성서비스센터, 정상 영업합니다

[도서] 은하행성서비스센터, 정상 영업합니다

곽재식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미래를 상상하는 일을 설렘과 동시에 어떤 공포가 함께 한다. 막연하게 우주여행을 하거나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편리함을 생각하던 때와 다르게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는 미래의 일상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편하고 좋은 것들만이 아니라 공존, 존재, 존엄에 대한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에 대한 쉽지 않은 고민들.

 

활발한 작품과 방송 활동을 통해 그의 책보다도 이름을 먼저 알게 된 곽재식 작가의 연작 소설집 『은하행성 서비스센터, 정상 영업합니다』에서 말하는 것들도 그렇다. 자유롭게 우주를 여행하고 각기 다른 행성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연 우리에게도 이런 미래가 도래하는 게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이 책은 잡지 『독서평설』에 1년간 연재하며 사랑을 받은 단편 12편으로 구성된 연작 소설집이다. 그러니까 잡지의 특성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쉽고 재미있게 쓴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굳이 독자층을 청소년을 대상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

 

‘은하행성 서비스센터’의 사장 미영과 이사 영식은 다양한 의뢰를 받아 행성을 방문한다. 우주선을 타고 행성을 찾아다니는 미영과 영식의 눈에 비친 12행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게는 미영과 영식의 모습이 맥락은 다르지만 여러 행성을 다니며 어른들과 대화를 나누는 어린 왕자처럼 느껴졌다. 철통 행성부터 파동 행성, 정지 행성, 양육 행성, 의미 행성, 생명 행성, 영원 행성, 재생 행성, 기억 행성, 통제 행성, 진공 행성, 매매 행성까지 12개의 행성은 어떤 행성인지 상상하며 읽을 수 있다.

 

 

「철통 행성」은 말 그대로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하는 행성으로 은하연합계열 단체와는 교류를 하지 않은 행성이다. 그러니 외부의 소식을 들을 수 없고 우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다. 소행성이 철통 행성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러 간 미영과 영식은 그들을 외계인이라 부르는 응대관을 만났다. 외부와 교류가 단절된 상태라 은하교통연합에서 보낸 연락 사항을 보는 일조차 어려웠다. 어떤 기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 소행성이 철통 행성에 떨어졌고 행성의 중요한 조각 작품이 무너졌다. 그런 와중에도 행성 사람들은 행정처리는 답답 그 상태였다. 자신들의 규정에 따라 처리한다는 이유를 내세운 소통 단절로 재앙으로부터 행성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외면하는 것이다.

 

「파동 행성」에서는 농업 행성으로 좋은 말을 해주면 잘 자라고 나쁜 말을 해주면 잘 자라지 못한다는 걸 증명하는 행성이다. 그러기 위해서 식물을 개조해야 했고 그런 식물들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직원이 필요했다. 현재 우리가 접하는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먹거리와는 차원이 다른 괴상한 식물들이 가득한 행성이라고 할까. 그 안에는 진짜는 없는 게 아닐까. 어쩌면 파동 행성은 위선과 가짜로 진심을 포장한 행성은 아닐는지.

 

「양육 행성」에서는 누구를 양육하는 것일까? 식물, 로봇, 동물을 떠올리지 않을까. 놀라지 말길, 행성에서 양육하는 건 바로 사람이다. 혹여 그 사람이 그 행성을 탈출할 기회를 찾지 못하는 게 아닐까 미영과 영식은 그를 찾았다. 그런데 원하는 모든 걸 로봇이 다 해준다며 사람은 그곳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로봇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지만 로봇이 사람을 기르는 거라는 생각은 미영과 영식만의 것일까. 양육 행성을 읽으면 그려지는 미래가 내게는 섬뜩했으니까.

 

그런가 하면 「의미 행성」에서는 그들의 존재 자체에 의미를 찾으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목동 자리 공동에 살고 있는 그들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 한복판에 있는 은하계에 살고 있어서 그 은하계가 우주의 전부라고 생각한 것이다. 세상에는 다른 은하계도 많다는 걸 모르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던 것이다. 사실, 그 행성은 은하계의 부유한 사람들의 재미로 만든 행성이었다. 누군가에는 너무고 간절한 궁금증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재미에 불과하다니.

 

“저희는 언제나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왜 우주라는 것이 생겨났는지, 왜 세상에 중력과 전자기력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는지, 무엇 때문에 그냥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엇인가가 세상에 이렇게 있는 것인지, 별이 빛나고 해가 뜨고, 계절이 바뀌고 그에 맞춰서 생명체가 태어나 죽고, 이런 게 다 뭐하자는 것인지, (…) 이 우주에서 우리가 왜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런 것들이 저희는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의미 행성」, 84쪽)

 

뇌 수술 상품권이 생긴 김에 뇌 수술을 받겠다는 미영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기억 행성」에서는 뇌 속에 컴퓨터를 심고 난 후에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뇌 속에 컴퓨터가 있다고 상상하면 모든 건 하나도 없는 완벽한 지식을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데 뇌 속의 지식에 대한 저작권은 누구의 것일까? 내 뇌에 있으니 내 것이 아닐까. 소설 속 저작권 분쟁은 먼 미래의 우리의 일일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가 떠오르기도 했다.

 

“저는 뇌에 컴퓨터를 설치하면 항상 뭐든 정확히 기억하고 아는 게 많은 사람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요.”

“뇌 컴퓨터용 백과사전 구독원을 구입하시면 됩니다. 한 달 사용료는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프리미엄판을 설치하시면 단순 기억 이외에도 감각 연동도 가능합니다.” (「기억 행성」, 151쪽)

 

곽재식이 초대하는 상상의 미래는 흥미진진하고 기발하다. SF 소설의 재미를 맘껏 느낄 수 있다. 12행성 방문 기록지는 이게 끝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 다양한 행성들을 방문하게 될까 궁금하다. 그 안에서 펼쳐질 미래의 모습은 얼마나 놀랍고 신기할까.

 

아무 행성이나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호기심이 닿는 대로 끌리는 대로 행성에 발을 내딛기를 바란다. 우주여행이 현실이 된 지금, 우주의 우리가 알지 못하는 행성에서는 소설보다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구인을 기다리는 우주인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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