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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도서] 지문

이선영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가정폭력, 아동학대, 대학 내 성폭력, 이 케케묵고 낡아빠진 이름들은 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며 사라지지 않는가. 왜 누군가는 이런 폭력을 당하는 희생자가 되거나 생존자가 되어야 하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누군가는 생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분투하다 힘없이 꺾이고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약자에 보편하는 억압과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새롭게 인식하고 돌아보아야 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지문>을 읽어야만 한다.

윤의현과 오기현, 성은 다르지만 둘은 연년생 자매였다. 언니인 의현이 연락두절된 동생의 실종신고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평 청우산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동생이 남긴 말은 단 한 줄, "증오하면서 사랑한다." 유서를 남긴 채 투신한 모든 정황이 자살을 가리키지만 담당 형사 규민은 이 사건을 좀 더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변사체로 발견된 기현과 그녀를 중심으로 하나씩 밝혀지는 아동학대, 가정폭력, 대학 내 성폭력. 거침없이 소용돌이 치는 이 사건들은 하나같이 한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형사 규민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거침없이 내달린다. 과연 의현의 죽음에 얽힌 사건들을 해결해낼 수 있을까!

의현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가까스로 삼켰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일상처럼 자행되는 폭력의 형태들. 몰라서 당하기도 하고 알면서도 당한다.
<지문> p.202


어렸을 때부터 의부 오창기로부터 성적 폭력을 당해온 오기현, 노예처럼 부림을 받으며 노동력 착취를 당하며 살아온 신명호, 대학교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으나 사실을 덮으려는 대학교로 더 큰 상처를 받은 김예나. 오기현, 신명호, 김예나 이들의 또 다른 이름은 '우리'가 아닐까. 근친 성폭력, 장애인 노동력 착취, 대학 내 성폭력 등 권위와 위력의 차이가 존재하는 곳이면 그림자처럼 따라 생겨나는 폭력의 다양한 모습들. 강자는 약자를 향해 여러 가지 이름으로 폭력을 가한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일상처럼 자행되는 폭력들은 '일상'처럼 생겨날 수 있는 일이다. 단순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불운한 경우의 수와 견주어 가능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사람들은 빛이 어둠을 이긴다고 한다. 악이 선을 이기지 못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환한 빛 아래 숨겨진 어둠의 불씨가 너무 많았다. 그녀에게 내 아픔을 털어놓았을 때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음의 어두운 소용돌이 속에서도 양의 흰 점은 포함되어 있으며, 양의 흰 소용돌이 속에서도 음의 검은 점은 있다고 했다.
<지문> p.316

빛이 어둠을 이기고 선이 악을 이기려면, 최소한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성폭력 앞에 힘없이 주저앉았던 이들을 향해 "결국 너도 좋았던 것이 아니냐"는 쓰레기 같은 말을 내뱉는 삼류가 되어서도 안된다. 지금도 또 다른 오기현, 신명호, 김예나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폭력에 시달리며 숨죽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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