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온 포장지를 뜯고 보니 손에 쥐기 딱 좋은 크기의 책이다. 책도 가벼워 첫인상이 좋았다. 그런데 몇 장을 넘기고서는 뜨악했다. 목차에 적혀 있는 200가지 소제목들이 나를 압박했다. 눈이 아파졌다. 내 고민에 대한 명언을 찾으려면 이 목차의 숲에서 나가떨어지지 않게 집중해야 했다. 벌써 노안인가? 50개 정도 소제목을 읽자 눈이 어지러웠다. 그래서 목차 읽으며 찾기를 포기하고 내 직감을 신뢰하며 무작위로 책을 펼쳤다. 그때 펼쳐진 것은 120번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도 집중하자는 명언 4가지'였다.(144쪽) 하하하... 톨스토이 형님이 나에게 "우리의 영혼을 살찌우게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라고 말해주었다. 바로 밑 내 중학교 시절을 꽉 잡아주셨던 생텍쥐페리 형님이 "마음으로 보아야만 분명하게 볼 수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거든." 그래서 내 고민에 대한 명언은 안 보이는 건가요? 마음으로 보라고요? 시니커질해질대로 시니컬해지자 칼릴 지브란과 작자 미상의 명언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옆 페이지에 'Worry G 때론 체념해 보세요'라는 다음 장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이 책은 체념을 하고 보기 시작했다. 목차가 아닌 페이지를 넘기면서 어떤 주제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렇게 소제목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보니 더 편안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나에게 필요한 명언이 있는 페이지에 머물러 보았다. 그러자 내 상황들이 객관적으로 재편성되었고,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상대방과 어떤 지점에서 만나야 할지 보이기 시작했다.
언젠가 명언의 앞뒤 상황을 알지 못하고 자기 해석대로 생각하고 삶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아 나 역시 그랬는데...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현듯 발언자의 원래의 의도가 중요한 걸까? 내 방식대로의 해석으로 지금 내 삶에, 내 문제에, 내 걱정에 한 가닥의 실마리를 얻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물론 그 명언이 어떤 상황에서 만들어졌는지 알아 두는 것도 쓸데없는 일은 아니다. 그 조언에 대해 더 깊은 안목이 생길 것이다. 이 책을 후루룩 읽기보다는 '좋은생각' 잡지 보듯이 하루에 한두 쪽씩 읽으면서 사색 연습을 하면 좋겠다.
난 결국 200가지 제목을 다 읽어보고선 내게 필요한 조언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고민하는 것에 대한 명언은
67'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명언 4가지'(86쪽)와 11 '때로는 비난도 달게 들어야 한다는 명언 3가지'(24쪽)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