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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농부

[도서] 사회적 농부

정기석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인스타그램에 새 책에 대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내가 좋아하는 '사회적'이란 단어와 내가 무지한 '농부'의 조합이라 많은 호기심이 생겼다. 평생을 도시에서 살았고, 양가 조부모님들도 농사와 먼 삶을 사셨기에 명절이면 시골로 가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대학시절 그 흔한 농활 한 번 가 본 기억이 없기 때문에 농촌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다. 삶의 대부분을 도시에서만 지낸 도시인들은 푸른 자연이 펼쳐진 농촌을 꿈꾸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부푼 꿈을 실천하는 순간 많은 어려움에 봉착한다는 사실도 주변인들의 경험으로도 충분히 들었다. 그래서 더욱 '사회적 농부'에 호기심이 생겼다. 여기에는 무언가 답이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에서는 사회적인 농부의 좋은 예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농부들과 공동체들을 소개한다. 하지만 거기에서도 농부의 삶은 쉬운 삶이 아니다. 농업소득으로만 가계를 꾸려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부들보다 10배나 넓은 경작지를 일구고 있지만 단순 농업소득으로는 한국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래서 농촌 관광이나 원예, 식품가공 등의 부업을 겸한다. 그래서 이것을 보전하기 위해 직불금이 농부들에게 지원되는데 이름이 '문화경관(Kulturlandschaft) 직불금'이다. 착하고 정의로운 사회적 농사를 지으면서 먹고 살 수 있도록 국가와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와 큰 차이점은 국민과 정부의 농부, 농업에 관한 생각과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농사를 귀하게 여기지는 않는다.(귀하다는 단어 말고 일반화 오류를 피하고 싶은 마음에 다른 단어를 쓰고 싶은데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농사를 시작한다면 환영하고 적극 추천하는 일은 아니다. 자식에게 고이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농사 고생 안 시키고 공부 열심히 해서 대기업 사무직에 취직하는 것을 권유하는 것을 일상이나 드라마 등에서 많이 마주한다. 지금은 자연과학고로 이름을 바꿨지만 농고는 성적 최하위인 아아들이 떠밀려 가는 학교였었다. 이것이 우리가 농촌, 농민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고 본다. 물론 지금은 달라졌다. 인기 직업은 아니더라도 젊은 농부들의 분투기가 유튜브에서도 종종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정부의 농업에 대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시각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농촌이 버려지고 황폐화되는 것이 아닌 아름답게 가꿔지도록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는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농업을 저부가가치 산업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생태적, 문화적 관점으로 보면 다르게 보인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라

농촌 모습을 문화경관으로 아름답게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부럽지만 막상 우리나라 농촌의 풍경을 떠올려보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도시인으로 농촌을 떠 올리면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비닐하우스, 퇴비 냄새, 축사 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좀 더 지역색에 맞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 그 지역에 녹아드는 디자인과 마을 공동체가 가능하다고 본다.

최근 도시 변두리에 사는 것이 좋다는 경험이 하나 있다. 집 인근에 로컬푸드마켓이 생겨서 그날 수확한 농산물을 신선하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도 중요하지만 신선하고 맛있는 농산물이라서 더욱 발길이 간다. 책에서도 외국 사례만 나열하지 않고 국내의 상황도 다뤄줘서 반가웠다. 귀농인들의 전남 장흥 용산장이나 무주 반딧불 시장, 완주군 로컬푸드 가공센터 등이 기억난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이미 공동체나 가족농으로 성공한 사람들만 나온다는 것이다. 빵 장인이나, 치즈 장인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보통의 농부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진다. 대대로 내려오는 가족농 외에는 신규 유입되는 농부는 없는지, 가족농 안에서의 갈등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마침 같이 읽고 있는 다른 책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에서 많은 참고가 되었다. 농촌과 농부에 관해 인식 전환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결국 공동체와 농촌은 경제적인 관점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독일에 사회적 농부가 가능한 이유는 '남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벌려는' 욕심을 통제할 수 있도록 법제화했다는 사실이다.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대한민국에서도 이러한 대안적인 농업과 공동체가 많이지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풀뿌리처럼 펼쳐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것에 관심을 갖고 응원하면 결국 나의 행복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것이 대안이 아니라 대세가 되는 날이 어서 오기를 희망해 본다.

이 책을 추천하는 사람은 농촌관련 정책자들,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 농축산업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권한다. 어렵지 않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

#사회적농부 #농업 #농사 #독일 #오스트리아 #정기석 #농촌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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