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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도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2020년 방영 예정 중인 드라마의 원작『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의 저자 이도우님의 또 다른 장편 소설이다. 

 

미술 대학을 나와 미대입시 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던 혜원은 명여 이모가 있는 혜천읍 북현리 '호두 하우스'에서 한동안 지내기로 마음 먹고 강원도로 향한다. 북현리에 도착한 해원은 '굿나잇 책방'을 운영 중인 중,고등학교 동창 은섭과 재회함과 동시에 '굿나잇 책방'에서 두달 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시나브로 가까워지던 해원과 은섭은 동창회 이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지만, 2월의 끝무렵 은섭을 통해 명여 이모와 엄마 그리고 아빠에 관한 어떤 고백을 듣게 된 해원은 복잡한 마음으로 북현리 호두하우스를 떠나게 된다.

 

북현리를 떠나 서울로 돌아오면서 은섭과 해원은 자연스럽게 이별을 맞게 되지만, 4월의 끝무렵 서울에 와있던 해원에게 한 장의 초대장이 도착하고, 초대장을 받은 해원은 다시 북현리로 향하게 된다.

 

덧. 초대장의 내용은 혜천시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에 선정된 수정의 시상식에 관한 내용이었다.

 

해원이 미대 입시 학원을 그만 둔 이유 중 하나는 학생과의 일 때문이었다. 해원에게 그 날의 일은 그간 누적되어 온 것들이 넘쳐버린 날이었다. 사생대회에 출전했던 학생이 친구들에게 "그림이 잘 안되니까 너무 짜증나서 뒷면에 검정 파스텔을 막 칠했어. 내 근처 얘가 완전 잘했더라구. 바로 뒤에 제출하면서 그 애 그림에 내려놓고 문질러줬지." 라고 하는 말을 들은 해원은 "그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니? 남의 그림을 망쳐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기 그림을 그려서 뭐하게!"  하며 녀석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아이가 몸을 젖히자 얇은 점퍼자락이 찢어졌다. 옷 값은 물어주었지만 다음날 아이 어머니가 찾아와 교무실을 뒤짚으며 수강료 환불과 사과를 요구했다. 원장이 대신 사과하고 환불해 주었지만 바닥에 놓고 쓰던 물통에 (붓을 씻어 더러워진 )물을 해원에게 보란 듯이 뿌리고 간 일이 있었다.

 

나는 이부분을 읽는데 너무 화가 났다. 학생의 친구들은 '파스텔을 문질렀다'는 말에 '으아 검댕 묻었겠네.'하며 키득키득 거린다. 만약 그 그림이 본인의 것이었다면 웃을 수 있었을까?  이 일을 그들은 언젠가 웃으며 '그땐 참 어렸어, 철이 없었지' 라고 말할 것이다. 그게 더 화가 났다. 그 검댕 묻은 그림의 피해자의 시간과 노력은 어떻게 책임 질 것인가.? 소설이든 영화든 실제든 보여지는 죄에 무감각한 모습들은 앞으로 서로에게 보일 잔인함을 상상하도록 만들고 그게 참 화나기도 하면서 두려움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명여와 다툰 해원이 집을 나왔다가 은섭이 운영 중인 굿나잇 책방으로 들어가는데, 책방 안쪽 서가의 책들은 조금씩 달랐다. 조금씩 손때가 묻고, 이름표가 달린 책갈피가 꽃혀 있기도 했다. "헌 책방도 같이 하는 구나"하고 해원이 묻자 은섭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아니, 회원들이 읽다가 키핑해두고 가는거라 손때가 묻어서 그래." 라고 답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아니 무슨 책이 술도 아니고' 라는 생각을 했다. 술이 떠오른건 드라마 영향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해원이 묻는다. "키핑?" 그러자 은섭이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편하게 드나들 방법을 찾아보다가 시도해본 거야. 책도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생각하라고," 이 말이 내게 깊숙히 들어왔다. 실현 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북카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 생각 때문인지 읽는 순간 '와! 이거다.' 하고 내게로 스며들었다. 좋은 아이디어 같다. 책을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생각한다.?  이런 글을 볼때면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해원과 은섭은 동창 장우의 문자를 받게된다. '어랑어랑스시'에서 동창회를 연다는 문자였다. 은섭은 몰라도 해원은 혜천시를 떠난 후로는 동창회에 나간적이 없었다. 이유는 단짝이었던 보영과도 연관있어 보였다. 해원은 보영에게만 말했었던 것 같다. 보영은 해원이 이모의 호두하우스에 살게된 이유를 친구들에게 소문을 내었던 것 같다. 그 일로 어린 시절의 해원은 꽤나 상처를 받았다. 은섭이 동창회에 갈것인지 묻자 해원은  '지금은 어떨지, 해묵은 것들에서 과연 자유로운지 스스로의 마음을 알고 싶기도했다.' 고 생각한다.

 

나는 이 부분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해를 묵었다고 감정은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자유로워진다고 한들 완전한 자유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기억들은 수면아래 기생했다가 문득문득 수면 위로 올라와 괴롭히는 것들이 있다. 상처 받았던 기억이 흐려졌을 뿐 감정의 기억은 좀 처럼 무뎌지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이도우 작가님의 소설은 소재면에서 솔직히 신선함은 들지 않았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가 떠오르기도 했고 전작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도 많은 드라마에서 그간 썼던 소재들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도우 작가님의 글을 찾아 읽는 이유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따듯함 그리고 차분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치 눈내리는 겨울 밤 따듯한 핫 초코 한 잔을 손에 들고 앉아 있는 느낌이랄까?『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그 느낌을 더해 은은함도 전해진다.

 

[ 이 책의 밑줄]

 

- 부정할 수 없는 말은 늘 날카로운 법이다. p51

- 너무 오랫동안 생각했던 일들은 말하기가 어렵고, 차라리 아무말 안하는 쪽이 정확할 때가 있다. p61

- 가끔 생각한다. 열 권의 책을 한 번씩 읽는 것보다, 때로는 한 권의 책을 열번 읽는 편이 더 많은 걸 얻게 한다고. p63

- 책에도 그림에도 귀가 있다. p63

- 밤이 깊었습니다. 말이 길어졌네요. 밤은 이야기 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p63

- 여러분은 부디 느긋한 인생이기를 p92

- 태양 아래서 역사가 되고 달빛 아래서 전설이 된다는 말이 있어. … 알고보면 이야기는 언제나 먼 곳에 있지 않고,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던 거니까. p157

- 소소한 작업이지만, 불투명한 지금의 현실을 잠시 잊게 해준다면 그것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p161

- 듣기 좋은 빈말보다는 진실이 중요한 거야. p262

- 타인의 배려를 받고 신세를 진다는 건 고마운 일이면서도, 결국은 인생에서 크고 작은 빚을 만들어 가는 일일 테니까. p268

- 아픔의 크기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많이 아프다고 누구나 세상을 버리는 건 아니었고, 남은 사람은 덜 아파서가 아니라 살아가려고 끝까지 애썼기 때문이었다. p271

- 마시멜로의 꽃말은 뒤늦게 깨달은 사랑이야. p316

- 인생은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을 곁에 남겨가는 거지 p338

- 비밀은 말하지 않은 채로 두는 게 나을 때가 있지 p360

- 책을 읽어서 고통이 사라진다면 진짜 고통이 아닙니다. 책으로 위안을 주겠다는 건 인생의 고통을 얕잡아 본 것입니다. (샤를 단치).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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