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선 어떤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스무 살의 나는 어땠었던가를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1980년 광주를 배경으로 힘든 시대에 바람에 흔들리면서 청춘이라는 꽃을 피워내는 아홉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스무 살, 가장 아름답게 반짝반짝 빛이 날 나이의 해금과 그의 친구들은 마음대로 웃을 수도, 행복해할 수도 한없이 아름답게 피어날 수가 없었다.그들이 그 아름다워야 할 나이에 그들은 광주라는 권력과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에 살았기 때문이다. 힘없는 민중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군사정권에 무기도 없이 저항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친구 태용이를 만나 헌혈을 하러 가던 경애는 어디선가 날아온 유탄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끝내 죽게 된다. 죽어가던 친구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괴로워하던 수경은학교도 안가고 많이 힘들어하다 자살을 하고 만다.
경애와 수경의 죽음 이후에 다른 친구들도 그 거칠고 무서운 시대를 살아가는 게 만만치가 않다.
사랑으로 설레던 그 순간에도 환하게 웃을 수 없었고 가난하던 그 시절이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삶을 살아냈다.
p.246
"사실이 왜곡되는 세상은 진실도 조작할 수 있어. 없는 사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은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킬 수도 있지."
p.283
누가 웃지 말라고 해서 웃지 않은 것은 아닐진대, 꼭 누군가 웃는 것을 용서치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인가. 어쩌다가 웃음을 참을 수 없을 만치 행복한 순간에도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 습관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가. 혹시 지금 내가 누리는 이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슬픔이 되지 않을까, 따뜻한 내 집 창밖에 지금 누군가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지는 않은가. 노심초사해야만 겨우 안심이 되는 이 못 말릴 습성이, 노인네들처럼 온갖 세상 근심걱정 다 떠안아야만 겨우 내가 사람 노릇하고 있는 것같이 느껴지는 이 딱한 습벽이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