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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

[도서] 킨

옥타비아 버틀러 저/이수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제목: 킨

글쓴이: 옥타비아 버틀러

옮긴이: 이수현

펴낸 곳: 비채

 

 

 

 얼마 전, 오늘의 SF라는 잡지를 읽고 SF라는 장르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을 조금 좁혔었다. 우주로 뇌파를 찌릿찌릿 보내며 외계인과 교신하고 혹은 납치당하고 눈부신 빛을 내뿜는 UFO가 짠~ 나타나야만 SF 소설인 줄 알았던 무식에서 조금 벗어난 셈이다. 하지만 이제 호감과 관심이 고개를 들었을 뿐, 아직 짜릿한 재미는 보지 못했던 상태. 그!런!데! 맙소사! 이번엔 임자를 제대로 만난 듯하다. 미국의 저명한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의 SF소설 『킨』은 519페이지를 단숨에 읽어버릴 만큼 흥미진진했다. SF 장르에서 가장 대중적인 소재라는 타임슬립을 통해 시공간을 오가는 주인공 '다나'를 따라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신비로운 여행을 떠났던 시간. 그 짜릿한 여운 덕분에 지금 이 순간에도 심장이 두근두근 요동친다.

 

 

 

 1976년의 세상에 살고 있던 다나는 어느 날 기묘한 체험을 하게 된다. 의지와 상관없이 전혀 모르는 곳으로 순간 이동한 그녀는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빨간 머리 아기를 구한다. 하지만 부모의 반응은 냉랭하다. 심지어 아기의 아버지는 다나에게 총까지 겨누는데, 생명에 위험을 느낀 그녀는 순식간에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온다. 같은 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타임슬립이 벌어지는데 다른 세상은 몇 년이 훌쩍 지나 있다. 다나가 구했던 그 아기는 어느새 6살이 되었고 그쪽 세상이 1815년이라고 알려준다. 소년의 이름은 루퍼스. 왜 다나는 루퍼스의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마다 타임슬립의 웜홀에 빠져들어 그를 구하러 가는 걸까? 다나는 루퍼스가 자신의 조상이란 사실을 눈치채지만, 이 기이한 현상을 제어할 방법도 모르거니와 아직 노예제도가 살아 있던 그 시절에 상당한 괴리감을 느낀다. 눈앞에서 자꾸 사라지는 다나를 걱정한 남편 케빈은 타임슬립이 발생한 순간 다나를 끌어안고 함께 루퍼스의 인생으로 뛰어드는데... 이런, 두 사람이 겪은 풍파와 고생은 이루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이건 꼭 직접 읽어봐야 함!

 

 

 


 

 

 

 

 루퍼스와 시간과 다나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이 참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다나가 있는 세상에서의 3시간은 루퍼스 세상에서 8개월에 해당했다. 루퍼스가 죽을 위기에 처할 때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시대로 끌려가는 다나가 안쓰러우면서도 루퍼스의 세상에서 노예도 자유민도 아닌 어정쩡한 신분으로 또 다른 인생을 꾸려가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아기에서 소년으로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루퍼스의 인성과 태도가 변하는 과정도 전혀 예측불허. 흑인 노예의 처참한 인생을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이 많아서 이 소설은 노예제도라는 핏빛 역사를 비판하는 작품인가 잠시 생각했지만, 이건 긴장감을 조성하는 주요한 소재일 뿐이니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 되겠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자신을 SF 작가로 규명하지 않았다.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내고 좋은 이야기인지 판단 받기를 원하는 소설가.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로 멋진 이야기를 선사하는 천재 작가라는 표현이 그녀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이 책 『킨』의 첫 장을 펼쳤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다나와의 시간여행이 너무 생생하여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과거가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다나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19세기 루퍼스의 세상에 좀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상충하며 다나의 복잡한 심경을 깊이 이해했던 순간들. 루퍼스와 다나의 묘한 애증 관계, 케빈이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통, 어느새 노예의 삶에 익숙해져 그 시대에 물든 다나의 모습, 인간의 추악한 욕망, 무자비한 폭력 앞에 한없이 나약해지는 인간의 생존 본능,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다나의 행보까지... 이 소설이 독자를 사로잡는 매력은 무수히 많다. 이런 작품이 SF라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져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예감. 맙소사! 나는 SF와 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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