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체보기
블로그 전체검색
로쟈의 인문학 서재

[도서] 로쟈의 인문학 서재

이현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책읽기는 ‘즐거운 도망’이고, ‘즐거운 저항’이다. 도망치면서 저항하는 것인지, 저항하면서 도망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한없이 도망치고 한없이 저항한다. 아니, 도망치기 위해서, 저항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책읽기의 의의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는 것, 만약에 당신이 책을 읽으면서 즐겁지 않았다면, 당신은 제대로 도망가지도 못하고, 저항하지도 못한 것이 된다. 그건 당신이 변변찮다는 얘기다. 그러니 책은 무조건, 절대적으로, 악착같이 즐겁게 읽을 필요가 있다. 물론 애초에 그럴 만한 책을 고르는 안목이 중요하다.”

 

 

  웹사이트 두어 곳에 리뷰를 올리고 이곳저곳 돌아보던 중, 로쟈란 이름을 보게 되었다. ‘저공비행’이란 블로그 이름도 눈에 들어왔다. 로쟈의 서재에서 몇 글을 읽던 중, ‘내공이 상당한데..’라고 느꼈고, 가끔씩 들리곤 했다. 그 로쟈가 블로그에 담은 글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저자에겐 첫 번째 책이다. 출판사 편집부에서 ‘에세이’성격의 글들을 모아 책으로 펴내자는 제안에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손 안대고 코푸는 심정’으로 적극 동의했단다. 사실 이만한 양의 글을 (420쪽) 단숨에 써내려가려면 상당히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여러 해를 두고 꾸준히 올린 글들 중에서 모아 모아 책 한 권이 만들어졌다. 본인은 그의 전공(러시아 문학)외 분야에 대해서 논하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곁다리 인문학자’라고 겸손한 표현을 했지만, 아니다. 내가 보기엔 제대로 된 다리다. 그 분야에 종사한다고 해서 모두 전문가소리를 듣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전문분야는 물론 타 분야까지도 통섭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에게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다.

 

저자의 관심 분야는 경계가 없다. 시, 소설, 철학, 영화, 회화, 조각, 번역 등 장르를 떠난 독특한 그의 시각과 글쓰기로 문외한들의 눈과 생각을 열어주고 있다.

 

“법은 계산 가능하지만, 정의는 계산 불가능하다. 산술적으로 말해서 그것은 유한과 무한이다. 따라서 ‘정의의 권리’ 혹은 ‘정의의 법’ (프랑스어의 ‘droit'는 ‘법’과 ‘권리’를 모두 뜻하므로)이란 말은 ‘무한의 유한’이라는 말로 번안될 수 있으며, 이것은 무한/정의에 대한 법적 침해다. 법이 정의에 부합하는지 심판 받을 수는 있지만, 정의가 법정으로 소환 될 수는 없다. 정의는 법/권리를 넘어서기 때문이다(계산 불가능성으로서의 정의는 소환 불가능성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것은 권리를 부여받거나 양도 받을 수 없으며(법에 따라)권리를 행사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계산 불가능성으로서의 정의는 다만 요구/요청될 따름이다.” 저자가 자크 데리다의 『법의 힘』을 논하면서 쓴 글이다. 페이퍼 형식의 글이지만, 거의 논문 수준에 걸맞게 분석적이다. 저자의 이런 열정과 지식이 부럽다. 저자는 책을 읽다가 그 책의 저자에게 필이 꽂히면 뿌리를 뽑는 스타일이다. 이런 독서습관은 나도 진작부터 시도해보려 했던 부분인데, 사실 그렇게 하지는 못했었다.

 

책 말미에 로쟈의 독서문답이 실려 있다. 2006년 여름에 북 매거진 《텍스트》와 나눈 이메일 인터뷰와 다른 기회에 끼적거린 몇 차례의 독서문답을 짜깁기해 옮겨 놓았다고 한다. 그 중 이런 내용이 있다. (마지막 질문이다)

 

 

Q. 지금 당신은 진정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는가?

 

A. 마지막 질문은 의외다. 보통은 “당신이 진정 쓰고 싶은 글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게 예의 아닌가? 아무래도 쓰고 싶은 것보다는 써야겠다는 걸 더 많이 쓰게 된다. 만약에 직업이 ‘공부’가 아니라 전업 작가라면 한두 달에 한권씩 책을 낼만큼 쓸 생각도 있다. 어쩌면 그게 더 ‘자아실현’에는 도움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한데, 문제는 내가 쾌락적이면서 또한 금욕적이기도 하다는 데 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한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만 한다. 나는 진정 쓰고 싶은 걸 내내 아주 조금씩만 쓰게 될 듯하다.....

 

 

저자의 블로그 방제인 ‘저공비행’을 생각하며 한마디 하고 싶어진다.

 

저공비행 이라함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랜딩할 곳을 찾을 때와 보다 더 세밀한 정찰을 위해서일 것이다. 무엇을 찾느냐는 저자의 몫이지만, 저공비행은 장시간 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양력을 잃기 전에 가끔은 구름을 박차고 올라가야만 하리. 그래야 다시 저공으로 내려와도 잘 볼 수 있을 것이다. 밑에서 손 흔들어준다고 우쭐대지 말일이다. 초심을 잃지 말고, 깊고도 냉철한 의식이 유지되기를 바랄뿐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대공 포화’는 조심했으면 한다.

 

간혹 나는 북 리뷰를 쓰면서, 나는 왜 이 일에 이렇게 몰두하지? 라고 내게 물은 적이 있다. 그냥 막연히 나는 좋아서~ 라고 답했는데, 저자가 이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을 적어줬다.

 

“우리가 어떤 책을 진정으로 읽게 되는 것은, 그러니까 그 책에 대한 읽기를 완성하는 것은 그에 대한 글을 (혹은 책을) 씀으로써 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독자가 읽어내는 텍스트(readerly text)와 독자가 써나가는 텍스트(writerly text)사이의 바르트식 구별은 사소하다. 모든 텍스트는 씌어지는 텍스트여야하며, 그 씌어짐을 통해서 비로소 읽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리뷰를 쓰는 건 책읽기를 통해 얻은 걸 베푸는 것이다. 그리고 책읽기를 완성해나가는 건 그러한 베풂이다. 그러한 쓰기/베풂의 여정은 끝이 없는가? 그렇다. 그것은 무한이기에 그러하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ena

    저도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에 가끔 드나듭니다. 좀 질릴 정도이지요 (물론 나쁜 의미는 아닙니다.) 이 책 역시 서점에서 들춰 보았는데 선뜻 집어들지는 못했습니다. 어차피 독서라는 것이 개인적인 것이 될 가능성이 많은데 남이 어떤 책을 읽는지를 또 다시 책을 통해서 확인하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2012.06.01 14:5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쎄인트saint

      예..그러셨군요..ㅎㅎ..우리네처럼 평범한 리뷰어는 아니지요..저는 리뷰쓰는 방식에 내가 도움될까 해서 읽어봤는데..역시 내 스타일대로 가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그냥 참고만 하고 있습니다..방식도 책 선택도요..

      2012.06.01 17:21
  • 파란토끼13호

    좋은 정보를 얻었네요.저공비행이란 블로그를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2012.06.01 15:4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쎄인트saint

      알라딘입니다. 저공비행중이라..쉽게 눈에 띄실것 같습니다.

      2012.06.01 17:36
  • indiaman

    이 책을 한번 보려고 했는데, 쉽게 손이 안가더군요. 인물학책들을 잘 정리한 글 같았는데 제가 좋아하는 책들이 아니라서요. 그래서 로자의 다른 책을 열심히 보고있네요.^i^

    2012.06.01 23:0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쎄인트saint

      평안하시지요?..로쟈가 읽은 인문학 도서들을보면 다소 치우침이 있긴 합니다. 저에겐 책을 보는 시각과 리뷰 쓰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2.06.02 09:14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