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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쿠스포쿠스

[도서] 호쿠스포쿠스

쿠르트 괴츠 저/이재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희곡을 읽는 재미는 소설과 또 다른 면이 있습니다. 우선 대화가 그리 길지 않고, 대본이나 다름 없는 희곡집을 보면서 나름대로 무대와 그 분위기, 등장  인물의 성품과 습관까지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무대 :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모두 모여 살고 있는 베를린. 1막은 재판관 페르디난토 아든의 별장. 그 외는 모두 독일 대도시의 법정이 무대다.

 

재판장은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갖고 있는 아그다 크예룰프라는 덴마크 여자의 판결을 하루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판장은 2주전 자신이 살해를 당할 것이라는 전화를 받습니다. 바로 오늘이 그날 입니다. 불안한 재판장은 친구이자 그의 전담 변호사인 아서 그러햄을 부릅니다.

 

재판장 : 자네에게 부탁이 있어. 우정을 생각해서, 내가 죽으면 영결식에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조사를 몇 마디 해주시게.

 

분위기가 좀 이상하지요? 소위 재판장이라는 사람이 살해위협을 받고 이를 마치 숙명처럼 받아 들인다는 부분이요. 이 희곡을 분류하다면 희극입니다. 작가 쿠르트 발터 괴츠(1888~1960)는 독일의 마인츠 태생입니다. 18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베를린 배우 학교에서 배우 수업을 받은 후 연극배우로서 첫발을 내디딥니다. 그러다가 직접 작품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1933년 히틀러가 등장 했을 때 괴츠는 스위스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제3제국 즉 나치 독일의 언어는 괴츠가 즐겨 쓰는 유머 섞인 그런 언어가 아니라 무섭고 소름이 돋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받아 읽던 독일 신문을 모두 사절하고 독일어로 작품을 쓰는 것까지 포기했다고 합니다. 1939년 3막 희극 [사기꾼과 수녀]가 완성됐고 MGM 영화사와 계약하고 많은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여행중 2차 대전이 발발하자 미국에 남습니다. 집필에 공동 참여한 그레타 가르보 주연의 [두 얼굴의 여인]이 성공하자 영화사는 5년 계약을 제안하지만 이를 거절합니다. 대신 비버리힐스 근방에 양계장을 사들였는데 그 이유는 괴벨스나 할리우드 제작자들의 낯짝을 들여다보느니 병아리 새끼들을 보는 편이 더 편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닭들에게 염소젖을 먹이자 닭들은 노른자가 두 개 든 달걀을 낳았고 괴츠는 '기적의 닭 박사'로 크게 성공했다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작가 소개는 이쯤하고 다시 작품 속으로 들어갑니다. 재판장이 살해 당할 것이라는 그 날.  재판장에 집 창문을 통해 유령같이 한 남자가 들어옵니다. 이 희곡의 중심 인물인 페어 빌레입니다. 재판장의 친구인 변호사를 이날 재판장을 살해할 계획이 있다고 몰아붙이자 재판장은 그 자리를 피해 경찰을 데리고 옵니다. 경찰관이 와서 페어 빌레의 손을 묶자 원래 서커스에서 마술을 부리고 묘기에 그림까지 잘 그리는 재주 많은 젊은이인 그는 간단히 그 밧줄을 풀고 오히려 경찰관의 손을 묶습니다. "내일 재판장에서 봅시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유령처럼 나타났던 페어 빌레는 현직이 변호사이군요.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아그다라는 여인의 변호인으로 선임되었구요. 그의 정체를 모르고 있던 재판장은 거의 까무라칠 지경입니다.

 

"재판장님, 어젯밤 있었던 작은 코미디 때문에 제게 마음 상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변론에 필요해서 벌였던 소란이었습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기치 않은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그다라는 여인이 남편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벗어야 한다. 그녀는 무죄다 라고 항변하는 변호사

페어 빌레가 현란한 말솜씨로 배심원들의 마음을 뒤 흔듭니다. "젊은이, 우리 이렇게 가정을 좀 해봅시다. 어느 날 밤 젊은이가 산보를 나갑니다. 길에서 피범벅이 되어 누어있는 남자를 보게 됩니다. 당신은 무릎을 꿇고 그 사람의 얼굴을 들어 올리고 가슴에 꽂힌 칼을 뽑습니다. 그 남자는 당신 손에서 죽고 맙니다. 이 순간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갑자기 당신은 상황을 인식하게 됩니다. 당신은 시신 위에 무릎을 꿇고 있고 손엔 살인 무기를 들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습니다. 죽은 사람은 당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당신은 뛰어 도망칩니다. 복수의 여신이 뒤쫒아오기라도 하는 듯이. 그렇지만 잡히고 맙니다. 그래서 당신은 자초지종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당신 말을 믿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을 물고 늘어집니다. 죄가 없다면 왜 도망쳤느냐?"

 

앞서 언급해드린대로 법정극이지만, 희극(喜劇)입니다. 후반부엔 대반전이 있습니다. 그 반전까지도 리뷰에 언급해드리는 것은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듭니다. 그래서 이쯤 마무리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래전 애거사 크리스티의 '쥐덫'을 본 후 연극이 끝난 다음 연출자가 인사차 무대에 나와서 관객들에게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범인이 누구라는 이야기는 제발 말아달라고..문득 그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참..이 작품의 제목이 "호쿠스포쿠스"입니다. 라틴어지만 그 어원이 분명하지 못하다고 합니다. 현재는 마술을 부릴 때 주술용어로도 쓴다고 합니다. 역자가 작품의 제목을 어떻게 번역하느냐 고심을 하던 중 "수리수리 마수리"로 할까 하다가 이 또한 순수한 우리말이 아닌지라(범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그냥 원어 그대로 옮겼다고 합니다. 내 맘대로 책 제목을 다시 붙인다면..'"에헤라 디야" 정도가 어떨까 싶습니다.  끝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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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순이

    희곡에까지 범위를 넓히고 계시군요. 멋지십니다. ㅎㅎ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 보는 듯한 현장감이 느껴지는 리뷰였습니다. 게다가 말미의 '에헤라 디야'는 오늘 하루를 유쾌하게 열 수 있는 말이 될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2012.12.06 08:3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쎄인트saint

      예..이 달에는 희곡을 몇 권 골라봤습니다..재밋게 봤습니다..막판에 그냥 출연진들 모두 그분이 오신듯..어우려져서 춤을 춰도 괜찮겠다 생각들었지요..ㅎㅎ..어차피 한 호흡 만큼 살다가는 삶인데요..뭘~ㅋ

      2012.12.06 16:26
  • 파란토끼13호

    대화체를 통해 내용을 파악하는 재미도 쏠쏠하겟습니다.

    2012.12.07 22:3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쎄인트saint

      예..맞습니다..희곡의 재미는 그런데 있는 것 같습니다..대화체인지라..드라마를 보듯 읽습니다.

      2012.12.08 08:58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