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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서 / 미망인들

[도서] 바다 한가운데서 / 미망인들

스와보미르 므로제크 저/최성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두 편의 희곡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삶이 마치 망망대해에서 조각배를 타고 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우리의 삶. 무리 속에 묻혀 있지만, 늘 혼자라는 생각. 그 마음은 가끔 우리를 그 조각배에 태우곤 합니다. 노도 없이 그저 바람에 의지해서 움직여야 하는 상황. 태풍이 불어서 배를 뒤집어놓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지요.

 

바다 한가운데서

나오는 사람들은 뚱뚱이, 보통이, 홀쭉이로 표현되는 세 남자와 우체부, 하인등 다섯입니다. “바다 한 가운데 뗏목이 떠 있다. 흰 셔츠에 검은 양복을 입은 세 명의 조난자가 의자에 앉아 있다. 넥타이를 반듯하게 매고, 앞주머니에 손수건까지 단정하게 꽂았다. 뗏목 한구석에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이 놓여 있다.” 아마도 이 세 사나이는 각자의 비즈니스를 위해 길을 나섰던 중 조난을 당한 모양입니다. 그렇지요, 내게 닥치는 풍랑은 일상 속에서 부딪게 됩니다. 세 사나이는 배가 고픕니다. 아마도 조난을 당한지 꽤 시간이 흐른 듯합니다.

 

이 세 사나이. ‘뭔가’를 아니 ‘누군가를’ 먹어야 할 상황입니다. 누가 식사재료가 되느냐를 놓고 서로 설전을 벌이는군요. 추첨을 하느냐를 놓고는 추첨 방식은 야만적인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반대 의견이 개진됩니다. 선거를 하잡니다. 의회제도는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관행이라는 반대에 부딪힙니다. '폭정은 절대 안 된다, 비밀이 보장된 선거, 담합은 안 된다.' 

 

서로 각자 본인이 살아남는 나머지 사람들(지금 예상으론 2인이 남지만 나중에는 1인만이 남을지도 모르지요.)이 되기를 바라고 있지요. 한 사람을 뽑기 위해 각기 정견발표를 갖습니다. 선거 유세에 들어갑니다. 스스로 식재료로 부족하다는 것과 요리에 자신 있다는 이야기를 섞어가며 열변을 토합니다. 생사가 걸린 문제이니까요. 그 뒤에 이어지는 몇 가지 에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내긴 합니다만, 깊은 슬픔이 깃든 웃음입니다. 그냥 웃어넘기기엔 뭔가 마음에 안 듭니다. 여기에 작가의 작품의도가 들어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부지불식간에 내게 닥치는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에 대한 억압. 그 누가 지배자가 되고, 피지배자가 될 수 없지만, 그렇게 되고마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사라져가야만 하는 냉혹함. 희생자는 사라지고, 나머지는 방관자가 되고 마는 이 사회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 희곡의 무대장치는 간소하군요. 배 한척만 있으면 됩니다. 간간히 파도 소리와 갈매기 소리만 들려주면 되겠습니다.

 

 

미망인들

재미있습니다. 이 희곡엔 등장인물이 제법 나옵니다. 미망인3, 남자2,  웨이터 등입니다. 극중에서 웨이터의 역할비중이 크군요. “미망인1과 미망인2, 둘 다 젊고 빼어난 미모를 지녔다. 미망인3은 키가 크고 늘씬하다. 우아한 자태, 세련된 동작을 구사할 수 있어야한다.”  극작가의 요구 사항입니다. 처음 등장하는 두 미망인은 이제 막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각기 카페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두 사람(남편들)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죽었네요. 이 점이 벌써 심상치 않은 극의 전개를 암시합니다. 두 사람(남편들)은 결투를 하다가 동시에 죽었다는군요. 서로 모르고 지냈던 두 미망인은 모르는 채 살수 없었던 상황에 처해지게 됩니다. 그들 남편들과의 인간관계 엮어짐에서 드러난 진실 앞에 서로 싸우다가 나중엔 형님, 아우 하면서 무대를 퇴장하는군요. 심리묘사가 뛰어난 희곡입니다.

 

미망인3과 남자 둘. 남자 둘은 허세와 무책임, 무신경의 삶을 이어가면서도 스스로 똑똑하다는 착각에 젖어 사는 인간들의 군상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미망인3은 극중에서 시종일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극 후반부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스와보미르 므로제크에 대해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드라마 작가’, ‘폴란드 드라마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습니다. 위의 두 희곡은 작가의 블랙코미디로 분류됩니다. 첫 번째 작품은 1961년에, 두 번째 작품은 1992년에 쓰였습니다. 두 작품 사이엔 30년이라는 시간흐름이 있군요. 또한 동유럽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서로 다른 정치체제(사회주의와 자본주의)에서 탄생했다는 대비점이 있습니다. 므로제크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슬라보미르 므로제크’라는 국적 불명의 이름으로, 그리고 대학로에서 이미 여러 차례 무대에 올려진 〈스트립쇼〉와 〈탱고〉두 편의 작품으로 익숙한 작가입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후보로도 여러 차례 거론 된 바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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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토끼13호

    바다한가운데의 냉정한 정치... 동시에 결투를 하다죽은 미망인들은 상대를 원망하겠죠?

    2012.12.21 21:5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쎄인트saint

      결투를 하다 동반사망한 남편들..미망인들이 하는 말..자기 장례식인데 코빼기도 안비쳤다구 투덜대더군요..ㅎㅎ..죽어서도 잔소리 듣는 불쌍한 남편들이었습니다.

      2012.12.21 23:13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