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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라, 생각하라

[도서] 멈춰라, 생각하라

슬라보예 지젝 저/주성우 역/이현우 감수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1. 지젝이 2011년 10월 9일, 뉴욕 주코티 공원에서 열린 월가점령시위에 참석해서 행한 연설 중에서 옮겨본다. 지젝은 이 자리에 우연히 참석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준비된 우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미국의 자본주의가)은 우리가 몽상가라고 말한다. 진정한 몽상가는 모든 것이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무한정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치들이다. 우리는 몽상가가 아니다. 우리는 악몽으로 변해버린 꿈에서 깨어나고 있다."

 

2. 이런 이야기도 이어진다. "공산주의 시대의 오래된 농담이 하나 있다. 동독 노동자 한 사람이 강제 부역에 동원되어 시베리아로 떠났다. 모든 우편물이 검열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암호를 정하자. 만약에 내 편지가 파란 잉크로 쓰여졌다면 모두 사실이고, 편지가 빨간 잉크로 쓰여졌다면 그것은 거짓이야.' 한달 후 친구는 그의 첫 편지를 받았다. 모두 파란 색으로 쓰여 있었다. '여긴 모든 것이 완벽해. 가게에는 좋은 음식들로 가득하고, 극장은 서구의 좋은 영화들을 보여줘. 아파트는 크고 호화스럽지. 그런데 딱 하나 여기서 살 수 없는 것이 빨간 잉크야."

 

3. 지젝은 이 빨간잉크를 우리의 비자유(非自由)라고 한다. 그는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스스로와 사랑에 빠지지마라'고 당부한다. 그 자리에 참석해서 감정을 표출시킨것으로 자기 만족에 빠지지말라는 이야기다. 부패나 탐욕을 대상으로 할 것이아니라, 체제에 대한 지혜로운 저항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그리고 이렇게 그의 연설을 끝맺음한다. " '그때 우리 정말 좋았지'  이런말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하자. 사람들은 종종 무언가를 갈망하지만 진정으로 원하지는 않는다. 갈망하는 것을 진정으로 추구하길 두려워하지 마라."

 

4. 참으로 힘있고, 생명력있는 언어로 이뤄진 연설이다. 슬리보예 지젝은 1949년 옛 유고연방이었던 슬로베니아 태생이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파리 제8대학의 정신분석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라캉과 마르크스, 헤겔을 접목한 독보적인 철학으로 ‘동유럽의 기적’ 혹은 라캉 정신분석학의 전도사로 일컬어지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는 독일 고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새롭게 이론화 하였다. 철학자로는 드물게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최근 인문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각주에 인용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여 가진 두 차례의 강연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5. '비극적 시대의 탈출구를 위한 현존하는 가장 위험한 철학자'라는 닉네임도 따른다.  지젝이 위험하다는 지적은 권력과 금력가들의 것이리라.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은 우리의 성좌(constellation)에 대한 '인식적 지도'를 제공하고자 하는데 있다. 먼저 현대 자본주의의 주요 특징을 짧게 정리한 후에, 사회적 적대에 대한 반응으로 야기된 반동적인 현상(특히 포퓰리즘 폭동)에 초점을 맞추어 자본주의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윤곽을 그려 볼 것이다."

 

6. 지젝은 최근 일어나는 현상을 냉정한 열정으로 분석을 하고 있다. 그 분석의 도구로는 임마누엘 칸트가 언급했던 "이성의 공적인 사용"이다. 여기서 의미하는 '공적'이란 이성의 행사의 초국가적인 보편성을 지칭한다. 칸트는 "생각하고 복종하라!"에 힘을 주었다. (이성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공적으로 생각하고 (권력의 위계 조직의 일부로서)사적으로 복종하라는 말이다.

 

7. 마르크스가 자주 등장한다. 마르크스가 플라톤의 [국가]에 대해 했던 말이 인용된다. "이 책은 '너무 유토피아적'이어서 문제가 아니라, 기존 정치경제 질서의 이상적 이미지로 남아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말했다. 지젝은 이를 준용하여, 현재 진행 중인 복지국가의 해체도 고귀한 이상의 배반이라기보다는 복지국가라는 이상의 치명적 결함을 소급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는 실패로 간주해야 마땅하다한다.

 

8. 지젝의 날카로운 지적에 공감이 간다. "자본주의가 현재로서는 부를 창출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입증되었지만, 동시에 이대로 방치될 경우 자본주의의 재생산 과정에서 착취, 천연자원의 파괴, 집단 고통, 불의, 전쟁 등이 수반된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9. 그렇다면 처방은? 지젝은 "우리의 목표는 이윤을 추구하는 재생산이라는 자본주의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글로벌 복지와 사회 정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자본주의를 조정하고 규제해나가는 것이다. 또 시장에는 그 나름의 수요가 있음을 존중하고, 시장 메커니즘을 직접적으로 교란시키면 대재앙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여 자본주의라는 짐승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 짐승을 길들이는 일뿐이다."

 

10. 지젝의 글을 통해 미국이나 유럽의 자본주의와 권력, 이데올로기의 최근 동향을 파악한다. 그리고 그동안 잠들었던 나의 자유의지를 깨우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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