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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앙스

[도서] 뉘앙스

성동혁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은 『뉘앙스』 중 「만일」이라는 글 일부를 읽고 나서였다.

작가의 손을 떠난 원고가 책이 되어 어떠한 서점에 진열되고, 그것을 누군가 만지작거리다가 펼쳐 보고, 결심하듯 책을 사고, 읽는다는 것. 그것은 책을 쓴 사람과 그 책을 편집한 사람과 진열한 사람과 고른 사람이 함께 관여된 희귀한 일이에요.

당신이 어떠한 책을 만나길 진심으로 바라요. 그리고 그 책이 부디 당신의 표정에 작은 균열을 내고 잠자고 있던 감각과 감정을 깨우길 바라요. 그렇게 책과 우정을 쌓길 바라요. 만일, 그러한 기운이 돌고 돌아 다시 작가에게 돌아간다면, 당신은 어떤 시를 쓰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160쪽)

사실 시인이 쓴 산문집이라는 점이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하게 만들었지만, 왜냐하면 시인의 작품은 산문이 아닌 시로 접하는 편이 훨씬 나은 적을 여러 번 보아온 데다가 읽을 책이 쌓여버린 상황에서 나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어쩌면 내 마음에 와닿는 좋은 책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아쉬운 생각 때문에 결국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이 책 『뉘앙스』를 읽으며 이 책에 관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저자가 말한 대로 어떤 시를 쓰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성동혁.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6』, 『아네모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제 서랍, 옷장, 랩톱, 전화번호부에 멈춰 있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번거롭고 방대한 작업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일일이 서랍을 열고, 옷장을 열고, 감각을 열어, 약을 갈려 합니다. 제가 한 시절 사랑했던 것들에 대한 예의를 다하려 합니다. 다시 침묵을 털어 내고 또 다른 시간으로 걸어 나가길 바랍니다. (5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4부로 나뉜다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산소통, 울지 않는 사람, 눈, 무제, 성탄절, 아인슈페너, 입원, 일요일, 선택, 다인실, 병원 건축, 겨울은, 시인, 크루아상, 메스로 쓴 시, 만일, 오월, 위로, 말, 작가, 일부, 환자복, 호더, 슬픈 일이 많았지만, 격과 결, 안녕, 단 하나의, 여전히, 오늘의 것, 다시 만나지 않아도 되니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처음에는 그다지 길지 않은, 어떤 글은 굉장히 짧기도 한 글이어서 그냥 후다닥 읽을 요량으로 집어 들었는데, 뭉클, 울컥, 묵직, 온갖 기운들이 샘솟는다.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저 약간만 보여줬을 뿐일 텐데도, 오히려 담담한 듯한 글에서 나는 휘청거린다. '우는' 슬픔보다 '울지 않는' 슬픔이 더 슬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16쪽)는 그 말에 마음이 묵직해진다.

 


 

이 시인은 알까. 자신의 귀한 글이 어떻게 다른 이들의 영혼을 일깨워주고 보듬어주는지, 자신의 글에 담긴 마음이 얼마나 강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따뜻한 포옹 같고, 내 아픔에 같이 울어주는 친구 같은 이 책이 세상의 곳곳에서 작은 구원을 가져다주리라고 나는 믿는다.

_최은영, 소설가

뉘앙스라는 제목과 꾹꾹 눌러 담긴 언어의 진심에 읽는 시간보다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진다.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다. 최은영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영혼을 일깨워주고 보듬어주는 느낌이 드는 책이니,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에 이 책을 집어 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만나는 저자와 책이지만 꽤나 오래전부터 알았던 듯, 이 책을 펼쳐들자마자 조곤조곤 이야기를 펼쳐주니 그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들어보았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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