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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도서]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박상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책은 작가 박상률의 신작 산문집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이다. 문득 단어와 표현과 경험치의 틀에 갇혀 살다가 그걸 깨고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이 책이 그랬다.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 빛과 그림자의 순리와 인연 속에서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나를 일으켜 세우는 일,

세상 끄달림에서 내 마음자리를 닦는 일……

다시 숨쉬고 더불어 사랑하기 위해

작가 박상률이 피워낸 인생의 이야기꽃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를 읽으며 작가 박상률이 피워낸 인생의 이야기꽃을 엿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박상률.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동양문학》에 희곡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 소설, 희곡, 아동 문학, 청소년 문학 분야에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펼쳐왔고 1996년 불교문학상 희곡 부문, 2018년에 '아름다운 작가상'을 받았다. 오랫동안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글을 발표하였으며 여러 작품들이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책날개 발췌)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우리말 열 개를 꼽아본 적이 있다. 그때는 되는대로 즉흥적으로 꼽기만 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나는 그 말들을 살고 있었다. 의식했든, 의식하지 않았든……. 그래서 글을 쓰고 산다는 건 어쩌면 자신이 좋아하는 말을 여기저기에 갖다 놓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4쪽)

 

좋아하는 우리말 열 개를 꼽아보고 기록하고, 그 말들을 살고 있다니! 그러고 보면 살면서 접하는 단어가 한정적인데 문학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좀 더 폭넓게 단어를 접하곤 한다. 그동안 못 보던 단어까지 말이다. 역시 우리는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제각각 다른 단어로 살아간다. 같은 언어를 쓰는 데도 말이다.

 

바람, 이야기꽃, 동무, 그러나, 그리메, 오래뜰, 밥, 나무, 오도카니, 맬겁시… 저자는 그렇게 열 단어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글은 각종 문예지, 사보, 종교 잡지, 신문 등의 청탁이 있어 쓴 글이 대부분이지만, 페이스북에서 가져온 글은 자발적으로 '맬겁시' 쓴 글이라고 한다. 맬겁시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냥'이라는 전라도 말이라고 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머리말 '나는 그 말들을 살고 있다'를 시작으로, 1장 '사랑에 젖다', 2장 '낯선 풍경, 함께하는', 3장 '글의 품 안에서', 4장 '소란한 밤을 끌어안다', 5장 '사라져가는 것들의 뒷모습'으로 이어진다. 어머니의 사랑, 진도는 오늘도 구슬픈 가락으로 일렁이고, 다시 살아야 하는 고향의 삶, 서늘한 그리움을 남기다, 봉숭아 물들이기,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내 맘대로 정한 글쟁이 등급, 아름다운 일을 한 게 없으면서 '아름다운 작가상'을 받았다, 착한 일도 하지 말라 했거늘,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세상,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사는 값을 하고 있다, 뒷모습은 눈물 아닌 것이 없으니,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고 하나인 바에야 등의 글이 담겨 있다.

 

그리움에 더욱 목마른 사람은 그 섬에 가서 한 십 리쯤 아무 쪽으로나 걸어보라. 발부리에 차이는 돌멩이 하나, 여름 햇살에 졸고 있는 풀잎 하나에도 그리움이 서려 있을 것이다. 천 년을 넘게 그 자리에서 그렇게 아무렇게나 있으면서 자고 깨는 그리움이 거기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해 질 녘이면 무작정 포구로 가라. 저녁 포구에 가면 물감이 풀리듯 황홀하게 깔리는 낙조 속에 올망졸망한 그리움으로 앉아 있는 작은 섬들이 또 막무가내로 누구든 불러댈 것이다. 그 섬, 그곳은 진도. 거기엔 단단하고, 오래되고, 설레고, 아찔하고, 가슴 시린 그리움이 있다. 외로울수록 더욱 팽팽해지는 그리움. 그 섬엔 팽팽한 그리움이 있어 소리가 있고, 춤이 있고, 묵향이 있다. 아니 무엇보다도 부서지지 않은 오랜 세월이 아직 있다. (26쪽)

저자가 말한 열 단어 중 '맬겁시'는 전라남도 사투리라고 한다. 글을 읽다 보니 아마 저자는 그렇게 그 섬을 걸어보았고 거기에서 자고 깨는 그리움을 직접 목격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표현할 수 없겠다.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건 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이 그런 것일 테다.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다. 얼마만큼 드러내야 할까, 이런 말까지 해도 될까, 이런 말을 하면 너무 속 좁게 느껴지지 않을까, 혹시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는 건 아닐까…….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할 것이다. 진심을 담았다기보다는 이리저리 가지치기 하기에 바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누가 뭐라든 상관없이 자신이 살아내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잘 녹여내었다. 그중에서 어떤 이야기이든 놓치지 않게 잘 잡아내어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것은 '이런 이야기는 말씀하지 마시고 그냥 속에 담아두기만 하시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솔직히 있었다. 하지만 판단은 독자의 몫이라고 해도 일단 자신은 있는 그대로 펼쳐 보이리라 생각했나 보다. 묵묵히 진솔하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와 거기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듯하다. 우리네 삶이 이것저것 가리고 거르다 보면 제대로 우러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곰국 우러나듯 진하고 뽀얀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것인가 보다. 화려하지 않아도 진하게 우러난 무언가가 있다. 그리움이든 사랑이든, 삶의 순간순간이든. 어쩌면 감추고 싶은 뼛속 깊은 이야기든 그 무엇이든 말이다. 그건 이 책을 읽는 사람이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 꺼내가는 것이다.

 

이 책의 뒤표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그러고 보니, 빛과 어둠은 같이 있을 때 서로가 더 확실하구나!" 이 책을 읽으며 한 문학인의 사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작가 박상률이 피워낸 인생의 이야기꽃을 들을 수 있는 책이니, 이 책을 읽으며 삶의 질곡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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