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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도서]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캐서린 메이 저/이유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함박눈이 내리고 소복하게 쌓인 걸 보면 진짜 겨울이 왔다. 첫눈 치고는 제법 풍성하게 내린 날,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이 제목이 내 마음에 쿵 들어오는 걸 보면, 책과 계절과 인생의 어느 순간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 이 책은 표지에서부터 무언가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서 뭉클하다. 아닌 척해도 문드러진 속을 나조차 외면하고 있었는데, 그렇다. 인생에 언제 햇빛 찬란한 날만 있었던가. 오히려 그런 날은 휙 하니 지나가버리고 말지 않았던가. 괜찮다. 잘 견뎌내면 된다. 겨울이 잘 지나가게 하면 된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고독과 사색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순간이 있다고. 더 메마르고 더 외로운 시간들에 기대어보는 것, 그것이 바로 '윈터링'의 지혜라고 말이다.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희망을 찾는 법을 알고 싶어서 이 책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캐서린 메이. 캔터베리 크라이스트처치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글 쓰고 책 만드는 사람들 사이를 떠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2020년 팬데믹 위기에 지친 독자들에게 '인생 최악의 순간 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찬사를 받으며 영미권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출간 두 달 만에 미국에서 10만 부가 팔렸고, 미셸 오바마의 책보다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10월, 11월, 12월, 1월, 2월, 3월로 구성된다. 10월에는 겨울 준비, 몸을 덥히다, 핼러윈, 11월에는 당분간 휴식, 겨울잠이 필요해, 12월에는 빛, 동비를 보내다, 버트의 겨울, 1월에는 트롬쇠 여행, 늑대 허기, 2월에는 하얀 마녀 오는 날, 바다 수영, 3월에는 개미와 베짱이 그리고 실비아 플라스, 당신의 목소리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에필로그 3월 말 '얼음이 전부 녹고 난 뒤'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윈터링'은 동물이나 식물 등이 겨울을 견디고 나는 일, 겨울나기, 월동이다.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이다. 구체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거부당하거나,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발전하는 데 실패하거나,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생의 휴한기라는 것이다.

그냥 첫 페이지를 열며 나는 이 책이 그저 그런 책들 중 한 권일지도 모른다는 가벼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읽어나가며, 햐, 어쩜 이렇게 내 마음을 툭툭 건드려주는 건지, 아찔하다.

매일의 세계의 톱니바퀴 사이에는 틈이 있고, 때로 그 톱니바퀴가 열리면 우리는 어딘가 다른 세계로 떨어진다. 그 어딘가 다른 세계는,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금 여기와는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어딘가 다른 세계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현실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언뜻 보일까 말까 한 유령들이 산다. 어딘가 다른 세계는 지연된 시간 위에 존재하기에 현실 세계와 보조를 맞출 수 없다. 아마도 나는 이미 어딘가 다른 세계의 언저리에 위태롭게 서 있다가 마침내 마룻장 사이로 떨어지는 먼지처럼 가뿐하고 조용하게 그곳으로 떨어진 것이리라. 그곳이 내심 집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어 나는 놀랐다.

겨울이 시작되었다. (17쪽)

이 책은 9월 인디언 서머 시즌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작가가 겨울을 나는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룬 회고록으로, 자신에게 이유 없이 찾아온 인생의 힘겨운 순간을 '겨울'에 비유하며 그 시기를 지나는 태도를 담담하고도 투명한 언어로 그린다. 남편의 맹장염, 건강 문제로 인한 실직, 아들의 등교 거부 등 갑작스럽게 닥쳐온 '인생의 겨울' 한가운데에서 동화·자연·예술가들의 생애·여행 등을 통해 휴식과 겨울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아름답고도 시적인 순간들이 매 페이지마다 펼쳐진다. (책날개 발췌)

나는 내가 큰일이 닥쳐도 이성적으로 행동할 줄 알았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한없이 흔들리고 무너지고 울며불며 나 자신이 너무도 나약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다. 내 인생의 겨울이었다. 이 책에 의하면 누구나 한 번쯤 겨울을 겪으며, 어떤 이들은 겨울을 겪고 또 겪기를 반복한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겨울은 몸서리쳐지도록 갑작스럽게 온다는 것이다.

혹독한 겨울은 때로는 우리에게 이롭게 작용한다. 따라서 무턱대고 겨울을 무의미하고 신경이 마비되는, 의지박약의 나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 시기를 무시하거나 없애버리려는 시도도 멈춰야 한다. 겨울은 실재하며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겨울을 삶 안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다. 겨울나기의 과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간직하는 법을 배우는 것. 우리는 겨울은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살아낼지는 선택할 수 있다. (21쪽)

강렬한 도입부에 이어 담담하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맨 첫 장면이 시선을 확 사로잡은 이후에 평범한 일상을 세세하게 보여주는 식이다. 인간의 내면묘사와 함께 말이다.

지금껏 나는 겨울을 어서 지나가야 할 계절이라고만 생각했나 보다. 몸서리쳐지게 추운 계절이어서 그렇다. 차가운 공기와 맞닥뜨리고 보면, 이 지긋지긋한 겨울을 잘 버티고 지나야 봄이 온다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겨울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 본다. 겨울은 겨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계절도 그렇고, 인생의 겨울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겨울이 우리에게 쉬어갈 수 있는 경계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을 감지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공간을 거부한다. 추운 계절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공간을 환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121쪽)

인생의 많은 부분은 언제나 형편없기 마련이다. 한껏 높이 비상하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아침에 일어나기조차 버거운 순간들도 있다. 둘 다 정상이다. 사실 둘 다 어느 정도 필요하다. (303쪽)

둘 다 정상이고 둘 다 어느 정도 필요한 일인데, 아침에 일어나기조차 버거운 순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며 나 자신을 채찍질하기에 바빴다. 그럴 수도 있고, 그래도 된다는 것, 그런 내 모습도 인정하며 나 자신과 화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이 책이 예전에도 있었다면, 그리고 그때 내가 이 책을 만났더라면, 그 시기를 좀 더 슬기롭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네 인생에 어디 햇빛 찬란한 날만 있던가. 숱한 겨울을 건너온 저자는 말한다. 겨울은 그저 혹독한 단절이 아니라고. 한발 물러나 에너지를 신중하게 쓰면 귀중한 지혜를 만나는 충전의 계절이 된다고. 그녀의 이야기를 접하니 곧 닥칠 겨울이 덜 춥게 느껴진다. 당신도 나도, 이 책과 함께 지혜로운 겨울을 보내고 찬란한 봄을 맞이하기를 희망한다.

_최인아(최인아책방 대표, 前 제일기획 부사장)

이 책을 읽으며 계절인 겨울과 우리네 인생에서의 겨울을 한번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조금씩 야금야금 음미하며 사색에 잠기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저자의 삶을 통해 내 인생의 어느 순간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불합리함을 이제야 깨닫기도 하며, 떠오르는 온갖 사념들을 인식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겨울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건네받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인생의 겨울을 버티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윈터링의 지혜를 얻어보기를 권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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