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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도서] 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김정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는 바로 이 문장에서였다.

사우디에서 이방인 한국 여자로 산다는 것,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진짜 사우디 이야기 (책표지 중에서)

궁금했다. 그냥 딱 떠오르는 이미지와 비슷할까, 완전히 다를까? 그것은 직접 살아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그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이 책에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리라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글은 한국 여자가 사우디의 수도인 리야드의 디큐에서 살면서 사우디의 안과 밖에서 보고 느꼈던 짧은 관찰입니다. 2008년 2월 1일부터 시작하여 3년 2개월 6일 6시간 걸렸던 사우디 생활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날을 세었냐고 신기해하는데 저는 그 말이 더 신기했습니다. 한국과 너무 다른 낯선 나라인 사우디에서 매일매일 날 세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쓰던 시간은 2014년이었는데 사우디에서 사용하는 달력으로 1435년에 해당합니다. 사우디와의 시차를 물으면 실제 시간 대신에 "대략 8백 년?"이라고 농담 삼아 말할 때 월력의 차이만은 아니었습니다. (5쪽)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 '두 번째 결혼이 시작된 나라, 사우디', 2장 '사우디에 입문하다', 3장 '어린 왕자를 찾아 떠나는 사막 여행'으로 나뉜다. 불길 속에 가둔 소녀들의 영혼, 페튜니아가 전하는 진실, '헨젤과 그레텔'이 살던 곳, 자전거 타는 여자, 우리 동네 대사관 순례기, 스타벅스는 룸살롱, 암시장에서 만나는 빨간 장미와 크리스마스트리, 이슬람 이전의 두 도시 이야기, 사우디를 떠나는 신고식, 경찰에 체포된 나라에서 한국 문화를 가르치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45살이 되던 날 생일선물을 받았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긴 까만 드레스와 보자기보다 더 큰 까만 스카프였는데, 그게 검정 아바야와 검정 히잡이었고, 두 번째 결혼과 함께 저자의 인생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얼결에 담요 같은 아바야를 펼쳐서 입었습니다. 인습과 습속이 사회 문화와 야합할 때 잔인한 권력이 됨을 모르지도 않는 한국 여자 하나가 자기 나라의 인습을 떠나 서양인 남자와 재혼하여 아랍이라는 곳에서 한번 살아보겠다며 도착한 나라,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일체의 타협이 없다는 엄격한 율법의 나라가 맞이한 환영인사는 "아바야!"였고 그 단어는 사우디에 살면서도, 떠나서도 결코 제 사랑을 받지 못했던 단어였습니다. (22쪽)

아무것도 모른 채 사우디로 간다면 이런 느낌일까. 아니, 이렇게 상세하게 눈앞에 펼쳐놓은 듯 글로 그려내지는 못할 것 같다. 그곳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보더라도 대략 그림이 그려지도록 그렇게 글을 쓰고 있다. 사우디라는 공간이 내 눈앞에 뚝 떨어진 듯, 아니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사우디로 뚝 떨어진 듯, 그런 느낌으로 그렇게 이 책을 읽어나갔다.

 


 

겨울 햇살이 광화문에 내려앉던 날, 혼인신고를 한 후 눈 덮인 정동길을 걸어 미술관에 갔습니다. 미술관 마당을 내려다보며 커피를 마실 때 남편이 난데없이 "집 앞에 스타벅스'도' 있어" 합니다. 사우디, 그곳이 살만한 곳임을 강조하는 말이었습니다. '스타벅스 가서 책 보고 커피 마시면 된다'는 말에 일상의 평범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온 나라였습니다. 실제 와서 보니 스타벅스'만' 있었습니다. 사우디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남편이 그토록 자랑하던 집 앞의 스타벅스에 갔습니다. (185쪽)

그곳의 스타벅스는 커튼 하나에 테이블 하나라고 한다. 룸살롱이 아닌가 헷갈리는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글의 소제목 「스타벅스는 룸살롱」을 보며 무슨 의미인가 했는데, 바로 테이블마다 커튼을 쳐두어서 옆 룸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커피 마시는 일이 졸지에 숨어서 들키지 않게 조용히 해야 하는 비밀스런 일이 된 셈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남편에게 사우디 생활이 어땠냐고 물어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사우디에 대해 알고 싶으면 여자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자가 다니지 않는 거리, 여자의 아바야 옷깃에도 불타오르는 '남자의 눈빛'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여자를 성적 대상으로 정의 내리는 폭력이고 억압이었습니다. 사우디살이는 사우디의 현지 여성에게도 간단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여덟 살의 이혼을 예상할 수도 있고 사촌 간의 결혼일 수도 있고 첫 날밤에 처음 보는 남자와의 결혼일수도 있고, 한 남자를 세 명의 다른 여자와 공유하는 결혼일 수도 있고,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결혼인 미스야(Misaya)일 수도 있었습니다. 명예살인조차 낯설지 않은 사우디에서 여자로 산다는 일은 도전임에 분명했습니다. (6쪽)

저자는 이 책을 2014년에 처음 썼고, 2019년에 출간된 책을 지금 내가 읽은 것이다. 지금은 사우디도 아랍에미리트마저도 떠났지만, 인생의 동서남북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이 글을 썼다고 말한다. 그때그때 적어두어서 이렇게 생동감 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하나같이 몰랐던 것을 새로 알아가는 느낌이어서 흥미로웠다. '거기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아니거든. 내 이야기를 따라와봐.'라며 밤새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 '어머, 정말?' 반응하며 들어나간다. 술술 풀어내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나갔다.

이 책에는 누군가가 들려주는 어느 기간의 기록이 있다. 결코 평범하지 않다. 쉽게 경험할 수 없고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이야기 하나하나에 놀라운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생생하게 풀어낸 그 이야기에 여운이 길게 남을 것 같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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