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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타임

[도서] 엔드 오브 타임

브라이언 그린 저/박병철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책은 꼭 읽고 싶었으나 한참을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지나고 또 한 번 계절이 바뀌기 시작하고 나서야 이 책을 꺼내들어 읽기 시작했다. 왜 그런 책이 있지 않은가. 천천히 정성을 다해 차근차근 읽을 마음의 자세가 되지 않을 때에는 시작조차 하고 싶지 않은 것 말이다. 이 책이 그렇게 시작을 더디게 만들었다. 겉모습만으로도 존재감이 상당한 책이다.

하지만 막상 펼쳐들어 읽어나가다 보니 왜 진작 읽지 않았던 것일까 생각될 만큼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며 나를 다양한 세계로 안내해 준다. '그래, 내가 원한 게 이런 책이었어.' 상당히 고조된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앞으로 우리는 시간대를 거슬러 가면서 언젠가 붕괴될 우주와 별과 은하, 그리고 생명과 의식 등 질서 정연한 피조물을 창조한 물리학 원리를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삶이 유한한 것처럼 모든 생명 현상과 정신도 유한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예정이다. 실제로 어느 단계에 이르면 어떤 형태로든 조직화된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성찰이 가능한 존재들이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도 생각해 볼 것이다. (12쪽)

이미 유명한 책이고 널리 알려져 있으며 물리학자 김상욱이 '멋지다 못해 경외감까지 느껴진다'라고 했던 그 경외감을 나도 느끼고 싶어서 이 책 《엔드 오브 타임》을 드디어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브라이언 그린. 컬럼비아대학교의 물리학과 및 수학과 교수이자 초끈이론 분야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이론물리학자다. 그의 전작인 《엘러건트 유니버스》와 《우주의 구조》, 그리고 《멀티 유니버스》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65주 동안 연속으로 선정되었으며, 이 내용은 과학다큐멘터리 시리즈 <NOVA>로 제작되어 절찬리에 방영되었다(이 프로는 그린이 직접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또한 그는 매년 뉴욕시에서 개최되는 월드 사이언스 페스티벌을 공동으로 기획하는 등, 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대중화에 힘써왔다. 지금은 안데스와 뉴욕주, 그리고 뉴욕시를 오가며 살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에서 우리는 시간이 처음 흐르기 시작했던 시점부터 종말의 순간(또는 그와 비슷한 순간)에 이르기까지, 우주가 어떤 길을 걸어 왔고 또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이 만물의 무상함에 어떤 식으로 반응해 왔는지도 알아볼 것이다. (13쪽)

이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된다. 1장 '영원함의 매력: 시작과 끝, 그리고 그 너머', 2장 '시간의 언어: 과거와 미래, 그리고 변화', 3장 '기원과 엔트로피: 창조에서 구조체로', 4장 '정보와 생명: 구조체에서 생명으로', 5장 '입자와 의식: 생명에서 마음으로', 6장 '언어와 이야기: 마음에서 상상으로', 7장 '두뇌와 믿음: 상상에서 신성(神聖)으로', 8장 '본능과 창조력: 신성함에서 숭고함으로', 9장 '지속과 무상함: 숭고함에서 최후의 생각으로', 10장 '시간의 황혼: 양자, 개연성, 그리고 영원', 11장 '존재의 고귀함: 마음, 물질, 그리고 의미'로 나뉜다.

이 책은 되도록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저자의 박식함에 온갖 감탄을 하면서 읽어나가게 된다. 누군가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내어 내가 이해할 때까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은 책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흥미로운 세계로 초대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유일한 종이다.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찾은 다양한 패턴을 하나로 엮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놀라고, 즐거워하고, 가끔은 공포에 떨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가 여러 가지 버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지식을 망라한 도서관에서 서가를 아무리 뒤져도, 자연에 대한 모든 이해를 한 권으로 요약한 책은 찾을 수 없다. 그 대신 우리에게는 다양한 영역을 탐구하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 그리고 이로부터 알게 된 현실의 패턴을 각기 다른 언어와 어휘로 정리한 여러 권의 책이 주어져 있다. (22쪽)

엔트로피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이야기해 주니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이해할 수 있도록 눈높이에서 설명해 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금의 엔트로피가 이미 최댓값에 도달했다면 과거와 미래는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앞면과 뒷면이 50개씩 나온 동전을 아무리 흔들어도 배열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엔트로피가 최대인 우주는 무수히 많은 유사 배열(멤버)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수증기가 균일한 밀도로 가득 찬 욕실의 우주적 버전에 해당한다. 다행히도 지금처럼 엔트로피가 최대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는 최대에 도달한 상태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고 볼거리도 많다. 엔트로피에 증가할 여지가 남아 있으면 입자가 전체적인 구조에 유입되면서 거시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저-엔트로피 상태는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제2법칙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의 상태는 오늘보다 엔트로피가 낮은 어제의 상태에서 비롯되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이 논리를 계속 적용하면 어제는 그저께, 그저께는 그그저께…로 소급되다가 결국은 엔트로피가 가장 낮았던 우주의 기원, 즉 빅뱅까지 도달하게 된다. 빅뱅이 일어나던 무렵에 엔트로피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낮아서 지금도 최고 엔트로피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와 다른 미래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65~66쪽)

이 책을 펼쳐들어 읽기 시작하면 시야가 넓어진다. 그러면서 깊고 넓은 세상을 다양하고 꼼꼼하게 살펴보게 된다. '나 잘 모르…(는데요)'라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자는 이리 재고 저리 풀어가며 되도록 내가 이해하기 쉽게, 이해할 때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느낌이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말이다.

기어이 내가 이해할 때까지 다양한 예시를 통해 들려주니 이미 잘 모르겠다는 말은 저 어디 멀리 떠나보내고 그냥 집중해서 읽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이 어려운 듯한 것을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읽고 있으니 이 정도면 대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아는 한 인간은 불변의 법칙으로부터 탄생했지만, 영원의 시간과 비교할 때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존재하다가 사라질 운명이다. 우리는 뚜렷한 목적 없이 작용하는 법칙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며 끊임없이 자문하고 있다. 존재 이유가 확실치 않은 법칙에 자신의 운명이 좌우되고 있는데도, 그 안에서 의미와 목적을 찾고 있는 것이다. (12쪽)

이 책을 읽고 보니 생명체 자체가 기적이라는 것을 인식하며, 나 자신을 다시 한번 깊이 통찰해 볼 기회를 이 책을 통해 얻는다. 특히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로 경이로운 일이라는 것을 그냥 가볍게만 생각했었는데, 저자에 따르면 빅뱅의 순간에 입자의 위치나 장의 값이 조금만 달랐어도 당신과 나, 인간, 지구, 그리고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것(456쪽)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보니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두꺼운 편이지만, 부분부분을 읽자고 보면 눈높이에 맞게 일반인에게도 쉽게 설명해 주면서도 깊이 있는 통찰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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