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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그리운 날에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다가 갑자기 어머님 생각이 났다.
그러지 않아도 엊그제 꿈에 어머님의 뒷모습을 본 후 어머님 생각이 많이 난다.

내 짧은 손톱…
고무장갑도 끼지 않고 하는 설거지.
설거지를 하다가 손톱을 보니 어머님 생각이 더 난다.
어머님이 계셨더라면 그러지 않을 일들 중 하나이지.
맨손으로 하는 설거지 말이다.

오늘은 내가 사랑했던 어머님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어머님은 생전에 항상 매니큐어를 아주 예쁘게 바르고 다니셨다.
지금처럼 네일아트가 유행하지도 않을 그 시절에도.
매니큐어를 화장대에 색색별로 구비하고 계시면서 옷에 맞추어 감각적인 네일 아트를 손수 하신 분이다. 
짧고 작은 자신의 손의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손톱을 기르고, 정성으로 가꾸셨다.
그 덕에 내 못난 손톱까지 호강을 했었다.
어머님은 큰아이가 조금 크자, 내게도 손톱을 기르라 하시고는 아이가 잠이 들면 아티스트가 되어 내 손을 붙잡고 그리도 못생긴 내 손을 예쁘게 치장해주셨더랬다.
대학에 다닐 때 가끔씩 유행하는 색으로 매니큐어를 하긴 했었지만, 
어머님처럼 세련된 색과 감각으로 내 손을 꾸며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매니큐어를 바르다가 아직 마르기 전에 잠든 아이가 깨면 나보다 먼저 뛰어가 아이를 안아 얼러 재워주시며 손톱이 다 마를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단단히 이르셨다.
잠든 아이를 얼러주시는 어머님을 보며 마르지 않은 손이 어찌나 거북스럽고 어찌나 민망한지…
식은 땀이 바짝 바짝 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머님이 발라주신 매니큐어가 다 마르면 그리 못생긴 내 손도 볼 만했으니 기분은 참 좋았더랬다.
내 팔자에 무슨 복이 그리 많아 그런 호사를 누렸는가 싶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어머님의 부재는 어디 둘러 볼 것도 없이 내 몸뚱아리에 붙은 내 손톱에서부터 티를 내고 있었다.
기르기는커녕 어머님이 발라주셨던 손톱 보호제도 바르지 못해 금방 갈라지고 일어나 짧게 깍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손등은 락스와 세제를 쓰면서도 바쁜 탓을 하며 고무장갑을 끼지 않는 더러운 성미 덕에 거칠고 흉해졌다.
도저히 여자손이라고 보아지지 않는다. 더이상은…
오늘 그런데 설거지를 하면서 옆에 둔 고무장갑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갑자기 왈칵 떠오른 어느날 밤의 호사가 떠올라 마음이 숙연해졌다.

어머님 돌아가신지 10년.
벌써 날 수로도 3650일이 훨씬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님과 함께 보낸 7년의 시간은 평생 잊히지 않고 불쑥불쑥 이렇게 설거지를 하다가도, 빨래를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나를 그 시간 속으로 끌어다 앉힌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갑자기 추억속으로 들어가 그걸 마냥 넋놓고 바라보는 것 마냥….

언젠가 어머님을 만나면 나는 위생검사를 받는 학생 마냥 다른 곳이 아닌 손톱부터 내밀고 검사를 받을 것 같다.
그러면 어머님은 특유의 웃음소리로 호탕하게 웃으신 후, 눈을 살짝 흘기고 내 손등을 찰싹 아주 찰지게 때리실지도 모르겠다.
“에미야, 손이… 여자가 이게 뭐냐?, 손톱부터 기르고, 그리고 이리 앉아봐라. 손에 로션 좀 바르자.”

보태기.
오늘은 어머님이 태어나신 날이다.
돌아가신 분 생신은 챙기는 게 아니라지만, 내 마음은 그게 안된다…
다시 어머님을 뵙게 되면, 어머님을 어찌 뵐지 모르겠다.
불효한 나를 그래도 품에 안고 보듬어 주실 따뜻한 분.
어머님이 너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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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키미스

    정말 넘 좋은 분이셨네요. ㅠ_ㅠ; 왠지 케익 잘 드시고 가셨을 것 같아요. 책으로지은집님의 고운 마음이 듬뿍 가득 느껴져서 제 마음도 따뜻해지네요. '행복'과 '행운' 듬뿍 가득 따따블루 살포시 놓고 갑니다...♡

    2019.02.20 00:0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으로지은집

      고맙습니다 키미스님도 참 따뜻하고 친절하신 분이시네요^^
      하루종일 흐린 날씨에 다운 되어 있었는데 반가운 분의 따뜻한 글로 힐링합니다.
      남은 2월도 행복하고 편안하시길 빕니다,

      2019.02.20 18:27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