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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문장들

[도서] 그리움의 문장들

림태주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책인문학실] 그리움의 문장들

제목: 그리움의 문장들
지은이: 림태주
출판사: 행성B
출간일: 2021 2 25
읽은날: 2021. 3.22~23

 그리움에 미친 작가 림태주의 신간그리움의 문장들 제목 그대로 그리움에 대한 문장을 수집하는 작가의 수집기이다. 문장 하나 하나에 묻은 진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왈칵 왈칵 자꾸만 뒤집어져서 글을 읽기가 힘이 들었다. 문장을 수집하고 그것을 재단하여 것으로 산출해내는 능력이 정말 뛰어난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책이었다.
중에서도 어머니와 딸과의 추억에 관한 그리움들은 나를 눈물짓게 하기에 충분했다.


 

설날에 가겠다고 떠보는 때가 있었다.  

엄마, 죄송해요. 너무 바빠서 이번 설엔 내려가요.”
그러면 어머니는 저수지 방류하듯이 전화에 대고 말씀을 하셨다. 이하 모두 엄마의 말들이다.

뭐가 죄송하다냐? 나는 암시랑토 않은디 아부지가 조금 서운하것지. 요즘 시상에 바쁜 제일이지. 상하지 않게 니가 애껴줘야 한다. 고향은 땅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하드냐. 가슴팍 한가운데 허니 그리운 사람이 들어앉아 있으면 그걸로 거지. 겨를 없고 고달프더라도 사람이 마음 속에 살고 있으면 되는 것이여. 좋아하는 단밥이랑 김부각이랑 산적을 멕여서 어쩐다냐. 벼꽃 논에 찰랑찰랑 들어가는 것처럼 입에 그것들이 환하게 들어가는 봐야 속이 편할 텐디……

p. 97 많던 엄마의 말들은 어디로 갔을까 중에서

 

 어느 딸애가 내게 문자를 보내왔다. 나는 딸애가 아이라고만 생각했다가 나를 위해 소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다. 소망은 나를 넘어 성숙한 인간이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는 그리움이었고, 비나리 같은 것이었다.

 아빠, 세월호가 인양됐다는 기사를 호주에서 봤어. 근데 그런지 내가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세월호가 가라앉았다는 뉴스를 봤을 때보다 오늘이 가슴 아프고 먹먹하더라.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너무 믿고 있었나 . 좋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좋은 나라인 줄로만 알았나 . 내가 나라를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화나고 속상하고 아픈 일인지 스무 살의 나는 몰랐어.
  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를 때마다 자꾸 가슴이 아려와. 일이 넘는 시간 동안 자기 자식 얼굴 부분도 잊지 않으려고, 사소한 무엇이라도 기억해내려고 애썼을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나라에 대해 화가 나고 분해서 자꾸 눈물이 . 빠진 건져내는 삼년이라니 너무 말이 안되잖아.

 근데 기사를 보다가 밑에 달린 댓글을 보고 말을 잃었어.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더라고. 말들의 가시가 어디로 가서 박힐지 아는지 모르는지. 누군가에게 독이 되고 상처가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절망했어.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악마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그게 나를 슬프게 했어.

 아빠! 나는 아빠가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워. 아빠가 쓰는 글들이 다른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공감을 부르고 그리고 누군가에겐 뉘우치고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같아서. 글을 쓰는 아빠가 정말 좋아.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나는 아빠가 멋지고 유명해져서 언젠가 그렇게 죄의식도 부끄러움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까지도 아빠의 글을 읽게 되기를 말이야. 비록 내가 당한 일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있고, 위로할 있는 사람이 되고, 사람들도 아빠의 글로 위로받기를 말이야.

p. 142~143 그리운 미래 하늬양의 문자 중에서

 

그리움의 문장들 읽으며 다시 느꼈다.
글에는사람 깃들어야 한다.
림태주 작가의 그리움의 진원(震源)에는 무던하게 그러나 아름답게 삶을 이어오신 어머니와 낳기도 전부터 존재를 뜨겁게 사랑한 아빠를 가진 딸 그리고 그리움에 빠져 사는 작가 자신이 있다.
 
그들과 이루어 온 삶 속에서 때로는 서원 앞마당의 고매古梅가 피워낸 붉은 매화와도 같고, 아주 추운 겨울 맑은 하늘을 수놓은 빛나는 별과도 같고, 철을 지내고 유난히도 아프게 지는 동백꽃처럼 색과 빛을 달리하는 그리움이 여러 색으로 녹아 들어있다.
 
그 영롱하고도 아픈 그리움들을 읽어내면서 나는 사춘기의 소녀가 되어 몸둘 바를 모르기도 하고, 세상을 다 살고 난 할매가 되어 삶을 굽어보기도 하다가 그렇게 혼자 진한 그리움놀이를 하였다.
 
그렇게 넋을 놓고 놀아본 지도 참 오랜만이었다.

 ‘
그리움이 그리운 세상.
삶의 무게로 지쳐 지리하고 무료한 날들을 지나고 있을 때 그 핑계로 사람이 잊혀지려 할 때,
외로움에 가슴앓이를 하면서도 자존심에 그것들을 드러내지 못한 채 힘겨운 날들을 이어갈 때,
나는 다시 다 읽어낸 이 책을 다시 펼쳐 그리움사람을 다시 충전하련다.


 

 당신이 머문 자리에 나는 남아서 봄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올지도 몰라 동백을 삶고 산수유를 찌고 벚꽃을 무쳤습니다. 그리움의 온도가 과열되면 바닷가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씁니다. 창문 밖으로 파도가 지나가고 호랑가시나무 잎들이 지나가고 배가 지나갑니다. 행인이 없어 쓸쓸할까 봐 바다도 몇 차례 모래를 쓸며 지나갑니다. 바다의 배려는 눈물겹습니다. 바람이나 모래알이나 외로움 같은 건 빼놓고 아늑한 햇볕과 환한 풍경만 유리창 안으로 넣어줍니다.

p. 17~18
바닷가 우체국에서

꽃샘추위, 아직은 이른 봄날에 그리움을 잊지 않으려는 내가

 

2021. 3. 23.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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