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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도서]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조제프 쇼바네크 저/이정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시작된 자폐인에 대한 관심이 출판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는가보다. 자폐를 다룬 책들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싶었는데 현대지성에서 책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을 독서모임에 지원해주었다. 관심있는 참여자를 모아 책을 읽고 모임 시간을 정했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참여자 각자의 의문점들을 모아 논제문을 만들어 토론의 맥을 만들었다 토론 당일 멀리 타 지역의 참여자까지 온라인으로 접속해 얼굴을 맞대고 책과 저자, 자폐 그리고 '나'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의 저자 조제프 쇼바네크는 고기능 자폐로 진단받았기까지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이다. '자폐'라는 병명이 널리 사용되지 않던 과거, 저자의 특별한 정서와 행동 방식은 타인에게 정신적인 문제로 보였고 '치료'라는 이름의 처방은 고통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운 좋게 저자는 자신의 관심 분야인 언어를 붙잡을 수 있었고 10개 국어를 습득했으며 철학을 공부했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본 자폐가 아닌 당사자의 체험으로 쓴 책은 관찰로는 파악하기 힘든 마음의 모습들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자폐의 모습이 '평범'의 외피를 가진 우리 자신에게서도 멀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책에 대한 별점은 5점 만점에 3.5점에서 4.7점까지 나왔다. 자폐인 본인의 경험을 솔직하게 썼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줬지만 단편적인 서술이 이어져 몰입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지적과 산만한 구성이 아쉽지만 이런 부분도 자폐인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고난을 달관한 저자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는 말씀, 정도는 덜하지만 토론 참여자 자신과의 유사성을 많이 발견해 놀라웠다는 반응도 있었다. 단락 앞쪽에 붙인 소제목들이 흐트러질 수 있는 서술의 중심을 잡아줘서 좋았다는 언급, 꾸밈없이 소박한 서술들에서 '자본주의의 냄새'를 벗어난 진정성이 느껴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토론 내내 '정상성은 무엇인가'와 '누가 정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이야기 주변을 계속 맴돌았다. 저자 쇼바네크의 경험들은 우리들 비자폐인이 당연시하는 '정상'의 기준에 의문을 떠올리게 했다. 저자는 낯선 환경을 처음 마주했을 때 불안감을 느꼈다. 토론자 각자가 느끼는 불안의 원인을 떠올려 보고 저자의 상황과 비교해 이야기나눴다. 

 

이어 저자가 학교에 다니던 중 심리코칭에서 시작해 정신분석가와 정신의학자를 만나 일종의 '치료'를 받는 과정을 함께 훑어보았다. 저자의 상태 개선이 이 과정이 도움이 됐을지 의문스러웠고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진단명으로 쇼바네크라는 사람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책에 제시된 자폐증의 특징들의 상당수는 일반인들고 공유하는 것들이었다. 이런 기준으로 자폐를 판단한다면 '우리도 역시 (어느 정도는) 자폐가 아닐까'하는 질문에 토론자 모두가 공감했다.

 

장애를 판단하는데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작용할까. 누구나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는 정서적, 태도적 요소들이 조금 '특별하게' 드러나는 걸 '비정상'이라고 판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책 속에는 정상인이라고 여겨지는 그 누구보다도 올바르고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자폐인이 있었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두 시간을 꽉 채운 토론을 마쳤다. 다음은 토론자들이 남긴 후기.

 

읽고만 말은 책과 토론까지 한 책은 확실히 이해의 깊이가 다르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하는 모임이었다.

여러분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통신 장애로 100 퍼센트 다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이**님의 자폐 특징 정리는 나 자신이 편견에 싸여 살고 있는 걸 알게 해 주었다.  유사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이질감이나 혐오감으로 보다는 또다른 특징으로, 가능성을 가진 특질로 보려 노력해야겠다고 생각케 해 주었다. 

김** 님의 토론 후기

 

조제프 쇼바네크의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는 책을 손에 받은 순간,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 세상을 분류하는 기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면 나로서는 반가운 현상이다. '다른'이란 말이 눈에 띄었던 것처럼 190cm 넘는 훤칠한 작가가 나오는 동영상을 찾아 보며 카메라 앵글에 눈을 잘 마주하지는 못하더라도 더이상 '바질의 집' 앞에서 머뭇거리는 그가 아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와 용기를 내어 사회의 한 부류의 예시로 자신의 이야기를   소수(자폐)의 입장과 이해를 알리듯 더이상 '자폐'의 블안 심리보다는 모호한 경계를 정상성 현실로 끌어 오는 교량적 역할자로서 그의 자전적 목소리를 통해 알게 되니 문맥속 위트와  그의 외형적 자폐이자 고기능 자폐인이 아닌 내면적 비자폐인으로 느껴지며 그의 노고로 다가온다. [4장] 서두의  인용문 중 '조금 이상한 사람은 행복하다'는  미셀 오디아르 감독의 말처럼 완벽하지 않은 빈 구석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로 남으리라 믿는다.

또 다른 김** 님의 토론 후기

 

혼자 읽고만 책과 모여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 책은 다르게 남는다.

궁금하지 않던 것에 대해 관심을 갖은 무모함으로 또 하나의 경계를 부순듯한 기분이다. 훌륭하신 자폐인님을 통해 ‘자폐’에 대해서 또 자폐인이 보는 세상에 대해서 알게 되고 또 거기서 저를 발견하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 토론 참여자분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결국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p.190) - 오늘 나누지 못한 5장(약물 중독 그리고 내가 만난 새로운 세계) 중에.

다만, 짧은 시간이 아쉬울 뿐~^^

이** 님의 토론 후기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자폐인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자폐自閉를 자개自開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모습들이 곳곳에 담겨있었는데, 그게 특별한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조제프 쇼바네크가 말하고 있는 자폐 현상은 내게도, 주변 이웃에게서도 쉽게 보여지는 것들이었다. 연관된 일상의 에피소드들이 떠올라 연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차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태에 이르면서 책 제목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에 새삼 감탄했다. 저자가 겪어왔던 여러 사건들이 이 한 문장으로 응축되어 담겨있는 듯 했다. 

“그들의 사고와 행동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고, ‘비정상’이 아니라 ‘독특함’이다!” 마침내 이런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다. 다수에 속하지 않는 독특한 자폐인들을 나의 ‘특별한 일부 이웃’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고. 난 그저 그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평범한 일인’이면 되는 것이라는 나름 명쾌한 답을 얻게 되었다. 

이렇게 ‘다름’과 ‘독특함’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한 토론, 책의 가치가 배가되는 의미있고 행복한 나눔이었다. 

차** 님의 토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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