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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탐방기

[도서] 프랑스 탐방기

홍춘욱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친구들과 있을 때, 여행 이야기가 나올 때면 내가 곧잘 하던 얘기가 있다.

"나는 나중에 스페인을 가면 레콘키스타 루트를 밟을 거야"

레콘키스타 루트라는게 딱히 정해진 루트는 아니다. 스페인의 본격적인 역사는 이슬람 정복자들에 의해 아스투리아스 지방의 산맥까지 몰렸던 기독교인들이 레콘키스타(Reconquista : 재정복)에 나서면서 시작된다. 그래서 스페인 지역의 기독교 왕국들이 탈환한 지역을 순차적으로 따라가보면서 어떠한 흐름을 보이며 안달루시아의 이슬람 문화와 어떤 식으로 융합을 했나를 살펴보고 싶었고 그 흔적들을 찾아보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소 추상적이던 이 아이디어를 조금 더 구체화 하게 된 계기가 블로그 이웃인 홍춘욱 박사님이 올린 프랑스 여행기를 읽어보면서부터였다. 당시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읽은 사람들이 이거 책으로 내시란 말을 참 많이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내용이 책으로 나온 것이다.


여행이란 그렇다. 사실 모르고 가도 아름다운 풍광! 아름다운 거리! 맛있는 음식! 멋진 문화재! 를 외치며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역사가 남긴 흔적이란 것을 알고 그 역사를 이해하면 조금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당장 [박학다식한 경제학자의 프랑스 탐방기]가 그러한 면모를 보여준다.

프랑스 파리는 정말 인상적인 도시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12방향으로 뻗은 도로라든지, 높이 제한을 통해 정말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자랑한다. 그 점에서 파리는 계획도시가 갖출 수 있는 최대의 미를 자랑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아름다운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책에서는 나폴레옹 3세를 소환하고 있다. 나폴레옹의 조카라는 타이틀과 강력한 카리스마로 프랑스인을 휘어잡은 이 양반은 프랑스의 7월 왕정이 무너지자 '나폴레옹주의를 계승하고 프랑스의 영광을 재현하자'라는 타이틀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어쩌면 이거 미국의 트럼프가 내세운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오리지널 프랑스버전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랬던 이 양반이 임기 말에 쿠데타로 황제에 오른다.

황제로 즉위한 나폴레옹 3세는 이전의 프랑스 왕들이 그랬던 것처럼 여기저기 전쟁에 개입을 했고 치적사업의 일환으로 파리를 상류도시로 재개발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물론 여기엔 치적사업의 목적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잡학다식한 경제학자의 프랑스 탐방기]에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시피 여러번의 혁명과 민란을 겪어봤기에 좁은 시가지에 바리케이트 치고 농성하는 사태를 막고자 건물들을 헐고 대로를 최대한 직선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두면 일단 바리케이트를 치고 농성하기도 어렵고 정부군 입장에선 넓은 도로를 따라 대포를 끌고가 농성군을 박살내기도 편하고 관측에도 유리한 장점이 있었다. 또한 이러한 정비를 통해 도시의 환경과 위생을 크게 개선하여 파리를 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든 것도 있다. 이러한 결과 파리는 빛의 도시라는 별명을 얻으며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까지 많은 예술인들이 활동하는 중심지로 더더욱 로망을 자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역사만 안다면 여기서 '아하 그래서 도시가 이렇게 예쁘구나'라고 그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간다. 그럼 여기에 부작용은 없는가? 라는 질문이다. 파리는 이토록 멋지고 예쁜 도시이지만 도시를 이렇게 미니어처처럼 멋지게 꾸민 대가로 높은 주거비라는 부작용을 치러야 했다.

파리의 면적은 겨우 105.4km^2다. 서울시의 1/6에 불과한 면적인데 여기에 200만명이 넘게 살고 있다. 거기에 파리는 이 예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고도제한 19미터라는 매우 타이트한 규제로 틀어막고 있다. 이러니 비쌀 수 밖에 없다. '아름다운 도시'와 '누구나 살 수 있는(live)'은 사실상 양립이 불가능한 조건이다.

이 문제에 대해 파리는 주변지역에 거대 위성도시를 깔아두고 철도망을 통해 파리로의 접근성을 극도로 높이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대중교통은 이 문제에 있어 매우 우월하다. 승용차는 기껏해야 1-2명을 실어 나를 뿐이지만 버스는 최대 50-60명을 실어 나를 수 있으며 지하철은 열차 1량에 100-120명을 태울 수 있다. 이게 8량 이상 운행한다고 하면 시간당 인력 수송으로 철도교통만한 것이 없다. 만약 이 문제가 없었다면 파리는 런던보다 더욱 극악한 주거비 문제를 겪었을 것이다.

더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지만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특히 프랑스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직접 읽어보시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 사실 머리 식히려고 읽은 책이었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만큼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 여행의 재미는 역시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될 것이다.

덧붙임 1.
나도 언젠간... 스페인을 다녀와서 이런 책을 써보고 싶다.
물론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니 나의 내면과 대화를 해야 할 것이다.

덧붙임 2.
물론 레콘키스타 루트 외에도 머리 속에 짜여진 루트는 몇개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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