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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도서] 제5도살장

커트 보니것 저/정영목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지구에서 한아뿐'을 읽었다. 외계인 경민이 나온 책을 읽은 다음에 트랄팔머도어 행성이 나오는 책을 읽으니까 나 혼자 재미있었다.

 

이 책의 현재는 분명히 존재한다. 화자가 빌리에게 들은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해주는 형식이고 빌리의 시간에서 현재는 1960년대이다. 하지만 잘게 쪼개지며 시/공간을 왔다갔다 하는 이야기들의 조각조각을 읽다보면 언제가 현재인지도 모르겠고 현재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참 헷갈렸다. 중심이 되는 현재가 언젠지 알아야 '이게 과거의 일이구나' '이게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이구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서술 방식 덕분에 정신분열증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또 이 책의 서술 방식은 책에 나오는 트랄팔머도어인들이 시간을 인식하는 개념과도 닮아있다. 현재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현재만을 보지 않고 시간을 연속된 하나의 띠처럼 보기 때문에 이 사람이 지금 죽었어도 또 다른 순간에는 살아있음을 알 수 있으니까 그리 슬퍼하지 않는다. 

 

반전소설이니 블랙유머니 뭐니 하지만 난 그냥 읽으면서 빌리가 안쓰러워서 맴찢이었다. 외로워보였다. 가족도, 의료진도 자신의 처지를 공감해주지 못하니까. 마지막에 칼고어에게 나지막하게 자기가 드레스덴에 있었다고 말하는 장면도 슬펐다. 그냥, 나라를 위해 싸웠음에도 그 경험이나 그로 인한 트라우마, 분노 등등 뭐든지 간에 쉽게 못 말하는 그 마음. 말하고 싶지만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을 마음. 애처로웠다. 

 

1. 

트랄파마도어인은 주검을 볼 때 그냥 죽은 사람이 그 특정한 순간에 나쁜 상태에 처했으며, 그 사람이 다른 많은 순간에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도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어깨를 으쓱하며 그냥 트랄파마도어인이 죽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을 한다. "뭐 그런 거지."

- 이게 트랄파마도어인들의 시간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2. 

98쪽

- 전쟁 영상을 거꾸로 돌려보는 이야기에서 잠시 멈춰서 생각하게 됐다. 총알이 빨려 들어가고 부상 당한 이들이 멀쩡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감정을 느꼈을까. 정말 그런 기능을 하는 전투기나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을 것 같고 실제로 내가 겪은 일은 저 되감기 영상의 정반대라는 사실에 환멸을 느낄 것 같기도 하고. 

 

3. 

빌리는 두개골에 골절이 있었지만 아직 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입술이 달싹였고, 그가 유언을 남긴다고 생각한 갈리와그 하나가 귀를 가까이 갖다댔다. 빌리는 그 갈리와그가 제2차세계대전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여 그에게 자신의 주소를 소곤거렸다. "슐라흐토프-퓐프."

- 퓨 맴찌쥬ㅠ 원치 않게 그때의 시간에 갇혀 있는 빌리의 모습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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