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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알 유희

현대 독일의 최대 작가이며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헤세가 만년에 심혈을 기울여 쓴 마지막 대작. 20세기 문명을 비판하고 상실된 인간 정신의 재건을 부르짖는 미래 소설. 현대의 반문명성에 대한 회의와 경고, 그리고 유토피아적 대안으로써 창조된 헤세 문학의 가장 찬란한 진수로 평가받고 있으며, 세계문학의 위대한 경지를 넘어서고 있다.

 

Herman Hesse

 

1877년 남독일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출생하였다.

1895년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한 헤세는 처녀시집 『낭만적인 노래 Romantische Lieder』(1899)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 Eine Stunde hinter Mitternacht』(1899)을 출판하게 된다. 특히 처녀시집『낭만적인 노래』는 R.M. 릴케의 인정을 받으면서 문단도 그를 주목하게된다.

그의 이름을 유명하게 하고 그에게 확고한 문학적 지위를 얻게 해준 것은 최초의 장편소설 『페터카멘친트 Peter Camenzind』(1904)였다. 이 책에는 주인공 페터 카멘친트가 끝없는 자기 탐구를 거쳐 삶의 근원적 힘을 깨닫게 되고 관조의 세계를 발견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을 순수하게 사랑하고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해 나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는 1904년에 9세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하고, 스위스의 보덴 호반(湖畔)의 마을 가이엔호펜으로 이사를 간다. 여기서 그는 시를 쓰는데 전념했고, 1923년에는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초기의 낭만적 분위기의 시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인도 여행을 통한 동양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쟁의 야만성에 대한 경험, 그리고 전쟁 중 극단적 애국주의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문학계의 비난과 공격, 아내의 정신병과 자신의 병 등 힘들어져가는 가정 생활 등은 그를 변하게 만든다.

그는 정신분석학에서 출구를 찾으려하는데 융의 영향을 받아서 이후로는 ‘나’를 찾는 것을 삶의 목표로 내면의 길을 지향하며 현실과 대결하는 영혼의 모습을 그리는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1962년 8월 9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기 실현을 위한 노력을 한시도 쉬지 않았던 그는 1946년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하였다.

주요작품으로

 

현실의 무게는 수레바퀴 밑으로 그들을 밀어 넣지만 결코 짓눌려서도 지쳐서도 안 되는 소중한 청소년기에 청소년들이 겪는 불안한 열정과 미래, 방황과 좌절을 섬세하게 묘사한『수레바퀴 밑에서 Unterm Rad』(1906),

 

예술가의 내면세계를 그린 소설로 가수 무오토, 작곡가 쿤, 이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게르트루트를 그린『게르트루트 Gertrud』(1910),

 

남성과 여성 속박과 자유 시민성과 예술성이 전편을 통해 끝없는 대립 상태로 이어지면서 결국은 주인공 베리구드가 나름대로의 자유를 얻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 『로스할데 Rosshalde』(1914)와,

 

3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서정적인 『크눌프 Knulp』(1915)등이 있다.

 

또한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받아 자기탐구의 길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미안 Demian』(1919)은 신앙이 깊고 성결하며 예의바른 부모의 세계와 하녀, 장인들의 입을 통해 듣는 부랑자, 주정뱅이, 강도 등 악의 세계가 자신의 내면에서 대립되고 있어 위태로운 방황을 계속하던 주인공 싱클레어가 데미안이라는 수수께기 소년에 의하여 자기발견의 길로 인도되어 참된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당시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발표되었으나, 비평가의 문체 분석에 의해 작가가 헤세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주인공이 불교적인 절대경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싯다르타 Siddhartha』(1922) 또한 헤세를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진리는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일생에 꼭 한 번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했던 시도가 바로 이 작품으로서 불교적 가르침과 사상의 복음서라기보다는 헤세 자신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깨달음을 갈망하면서 가장 밑바닥의 자아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속세의 쾌락과 정신적 오만을 초극하고 완성자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43년 헤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던 『유리알유희 Das Glasperlenspiel』는 1931년에 시작되어 1943년에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는데, 이 긴 성립시기는 나치시대와 일치한다.

히틀러로 상징되는 문화의 침체와 정신의 품위상실, 야만과 원시의 시대에 작가 헤세는 정신적인 봉사와 문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유토피아적 세계를 유리알 유희속에 세운다.

이 밖에 단편집·시집·우화집·여행기·평론·수상(隨想)·서한집 등 다수의 간행물이 있다.

 

1. 소명
2. 봘트쩰
3. 연구 시절
4. 두 종단
5. 사명
6. 유희 명인
7. 재직 시대
8. 양극
9. 대화
10. 준비
11. 회장
12. 전설
13. 요제프 크네히트의 유고
14. 세 가지 이력서

 

요제프 크네히트의 이력서는 세 편이 전해지고 잇다. 우리는 그것을 원문 그대로 전하고자 한다. 그것은 분명히 이 책에서 가장 가치있는 부분이 될 것이다. 그가 이력서를 한두 편쯤 더 쓰지 않았을까, 한 두편은 없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여러 추측이 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크네히트가 세 번째로 쓴 '인도의 이력서'를 제출한 뒤에 교육국 사무처로부터 다음 이력서를 뜰 때는 역사적으로 더 가깝고 기록이 풍부한 시대로 옮겨 가서 세부 사항에 유의하도록 지시를 받았다는 것뿐이다.--- p.65


 

색색의 구슬을 들고 희롱하며
앉아 있네. 그의 주위에는
전쟁과 페스트로 물들여진 땅이 있고, 그 폐허에서
등나무가 가라고, 그 등나무 사이를 꿀벌이 윙윙거리네.
지친 평화가 작은 소리로 찬미가를,
변함없는 노년의 세계에 울리네.
노인은 오색의 구슬을 헤아리네.
이쪽에는 파란 구슬과 흰 구슬을 쥐고
저쪽에는 큰 구슬과 작은 구슬을 골라
고리에 꿰어 유희를 준비를 하네.
한때 그는 상징을 가지고 노는 유희에 탁월했으니,
모든 예술, 모든 말의 명인이며
세상 일에 익숙하고 많은 여행을 하여
널리 알려진 유명한 사람이었네.
또한 생도와 동료에 항상 둘러싸여 있었네.
그러나 지금은 늙고 시들어 호자일 뿐,
그의 축복을 원하는 제자는 없네.
그를 논쟁에 초청하는 명인도 없네.
그들은 떠나갔네, 카스탈리엔의
사원도, 문고도, 학교도......

노인은 손에 구슬을 들고
황야에서 쉬고 있네.
한때는 많은 의미를 주던 상형 문자도
이미 이제는 유리 조각에 지나지 않네.
그것은 소리없이 노인의 손에서
모래 속으로 굴러 사라지네...
--- p.347

 

헤세의 나이 65세에 완성된 헤세 문학의 완결판. <명인 요제프 크네히트의 전기>라는 부제가 붙은 소설로 미래 어느 시대의 카스탈리엔이라는 학자들의 나라에서의 생활을 유려한 문체로 묘사한 장편소설이다. 헤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다. 1932년-1942년 사이에 쓴 작품으로 1943년에 스위스에서 발표되었다.

카스탈리엔이라는 미래의 이상향에서 2400년 경에 씌어졌다는 설정을 해놓고 이보다 약 200년 전에 존재하였던 카스탈리엔의 유희명인 크네히트를 회상하며 서술하는 형식을 취한 정신문화사적 미래 소설이다. 20세기는 전쟁의 세기라고 불리고, 가공할 만한 정신의 황폐를 초래하였다. 이런 와중에서 정신의 권위를 되찾으려는 운동이 일어나, 교양 있는 사람들에 의해 종교적인 이상향이 건설되고, 이곳 학교에서는 "유리알 유희"라는 고래의 온갖 학예의 정화를 종합한 영재 교육이 실시된다.

이 유희는 문화의 전체 내용과 가치를 지닌 유희이며, 인류가 학문과 예술의 각 분야에서 획득한 일체의 가치를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듯이 다루는 종합예술이다. 얼핏 보기에 이 작품은 초시대적인 가공의 이야기 같지만, 20세기 문화에 대한 비판과 헤세가 도달한 최고의 지성이 잘 나타나 있다. 편재된 물질적 풍요로 인한 가속적 향락의 추구가 우리의 정신 문화를 압살해 가는 현대야말로 이 작품에 나타난 참된 가치 실현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인 것이다.

전체가 상징으로 되어 있으면서도 헤세의 탁월한 소설 기법으로 그것들이 모두 현실 세계로 용해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헤세 사상의 정수와 아울러, 정신 문화의 진정한 의미와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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