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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프레시안 www.pressian.com>

 

쥐·돼지에게 속지 않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면…

[프레시안 books] 노르망 바야르종의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기사입력 2010-12-17 오후 7:42:05

 

이달 초 한국 최대 기업 집단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를 두고 거의 모든 언론이 전한 핵심 메시지였다. 신임 사장 9명의 평균나이가 51.3세로, 지난해 같은 경우의 53.8세보다 2년이나 젊어졌다는 논평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과 장녀가 신임 사장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나이는 각각 42, 40세. 이들이 신임 사장단의 평균 나이를 낮춘 일등공신이다. 이들을 제외한 신임 사장은 모두 52세 이상이고 그 평균 나이는 54.3세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많으니 말이다.

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자료경향을 대표하는 수치로 최빈값, 중앙값보다 '평균'이 많이 쓰인다. 그런데 평균에는 극단적인 자료가 포함되면 대표성이 왜곡되는 허점이 있다. 40대 초반의 이 회장 자녀들을 넣어 평균을 낸 삼성 인사 기사가 바로 그런 예다.

문제는 이런 착시현상이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 기사를 보면 사회 각 부문에서 젊은이를 중용하는'연경화(年輕化)'란 바람직한 현상의 하나로 읽을 수 있다. 당연히 부의 세습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한 걸음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삼성 측의 의도였고, 이를 그대로 전한 언론은 그에 놀아났다고 보면 억측일까.

▲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노르망 바야르종 지음, 강주헌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갈라파고스
언뜻 곁가지로 보이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데는 이유가 있다.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강주헌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이 힘 있는 세력의 농간에 휘둘리지 않고 세상을 바로 볼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비판적 지식인인 촘스키란 이름을 제목에 넣어 책의 성격을 한 눈에 짐작 가능하게 하지만 원제는 더 직설적이다.'지적인 자기 방어를 위한 단기 강좌'이니 말이다.

사실 우리는 얼마나 속고 사는지 모른다. 가격 상승이 '현실화'라 분칠을 하게 된 건 오래 된 일이다. 툭하면 꺼내드는 '파업 손실 몇 천억',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경제 파급 효과는 과연 믿을 만한가. 정치인이나 이른바 전문가의 말장난, 기업의 광고, 언론의 사실 왜곡과 편향 등 따지고, 새겨들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니 중심을 잡고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을 거든다는 점에서 바야르종의 이 책은 최근 나온 <거의 모든 것의 미래>(데이비드 오렐 지음, 이한음 옮김, 리더스북 펴냄), <사회적 원자>(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와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과학에 근거해 주로 경제 예측의 허구성을 지적한 오렐이나 뷰캐넌의 책과는 조금 다르다. 언어, 숫자, 경험, 과학, 언론 5개 분야에 걸쳐 눈을 똑바로 뜨고 세상을 보기 위한 지침을 다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가치관의 독립을 위한 '기본서'라 할 수 있다.

언어의 유희를 지적한 대목을 보자.

"우주의 심오한 단일성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점성술의 중심축과 핵심은 고대인들의 '우누스 문두스(하나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 합리주의와 계몽정신이 도래하면서 마음과 영혼과 정신이 나뉘었고 이성감성이 분리됐다. 수년 전부터 패러다임에서 큰 변화가 있었지만 서구 세계는 아직도 이원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건 점성술을 대학 교육 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프랑스 점성가의 사회학 학위 논문 중 일부다. 한데 알맹이가 없다. 지식을 자랑하려는 듯 학문적 단어와 개념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사용했다. 지은이는 이를 '화장발'이라며 "물리학의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지식의 대부분은 간단한 단어들과 짤막한 문장으로 얼마든지 표현될 수 있습니다"란 노엄 촘스키의 말을 전한다.

어떤가?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가. 촘스키는 "하지만 그렇게 하면 당신은 유명해질 수도 없고, 일자리를 얻을 수도 없습니다"라고 꼬집는다. 지식인들이 현학적 글을 즐겨 쓰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정부도 언어의 조작도 명수다. 영국은 18년 동안 실업자의 정의를 32번이나 바꿨단다. 대부분 일자리가 없어 빈둥대는 사람의 수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우리라고 그런 사례가 없을까. 기업의 광고도 마찬가지다. "탄수화물을 절반으로 줄인" 식빵이 나왔다면 즐기기 전에 비교 기준점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식빵의 탄수화물 평균치에 비교해서인지 탄수화물 덩어리였던 이전 제품과 비교해서인지 그도 저도 아닌 식빵 크기를 절반으로 줄인 것인지를 알고 사 먹으란 이야기다.

전문가나 유명인 내세우는'권위에 호소하기'도 주의하란다. 그대로 믿을 게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렸거나 전공이 아닌 문제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가려들으란 뜻이다.

"박사 학위를 받는 순간 인간의 뇌에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그때부터 '모르겠습니다' '내가 잘못 알았습니다'라는 말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이건 미국 마술사 제임스 랜디의 말인데 단순한 우스개로 돌려서는 안 된다.

미디어의 거짓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기술도 일러준다. 현대인들은 주로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기에 미디어를 접하는 우리의 태도는 아주 중요하다. 그 중 눈에 띄는 대목 두 가지를 들어본다.

미디어의 규모와 소유권과 수익원을 챙겨 보란다. 기업이나 기업을 지배하는 부자가 소유한 미디어는 편향성을 띨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또 미디어는 대중에게 정보를 파는 곳이라기보다 기업에게 대중을 파는 곳이라며 광고 의존도가 높은 미디어도 광고주에 유리환경조성하는 보도를 할 우려가 크다고 일러준다.

또 하나는 끼리끼리 띄워주는 현상은 아닌지 살피라고 충고한다. 똑같은 엘리트 계급끼리 방송이며 신문에 잇달아 등장하거나 X가 자기 방송에 Y를 초대하면, Y는 자기 칼럼에 X가 쓴 책을 소개하는 식으로 여론을 만들고 부풀리는 식을 경계하라는 이야기다.

책은 읽기 쉬운 편은 아니다. '언어'를 다룬 장(章)에서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사례들이 등장해서이기도 하고 논리학을 설명한 부분이나 통계를 다룬 대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상당한 지적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값지고 소중한 내용이 많으니 정히 그 대목이 읽히지 않는다면 건너뛰고 읽어도 얻을 게 충분하다. 가장 바람직하기는 누군가 우리 현실에서 찾은 사례들로 이런 책을 내주는 것이겠지만.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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