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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를 유혹하는 잘못된 예화
[칼럼] 양승훈 교수, '유리 가가린에 전하는 사과'
2013년 05월 06일 (월) 17:16:34 양승훈 ( 메일보내기 )

유리 가가린(Yuri Alekseyevich Gagarin, 1934-1968)은 구소련 전투기 조종사이자 우주인이다. 그는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슈퍼 파워가 우주에 사람을 처음으로 보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던 1961년 4월 12일,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보스토크 1호(Vostok I) 우주선을 타고 우주 공간으로 나갔다. 그는 지구 궤도를 돌고 난 후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간신히 귀환에 성공했다.

그는 지상에 돌아와서 말하기를 "내가 살피고 또 살폈지만 하나님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우주에 대한 기본 상식만 가진 사람이라면 가가린이 한 말이 얼마나 교만한 말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도대체 지구가 어떤 존재인가? 우리 은하는 1천억 개 은하들 중 중간 크기의 은하에 불과하고, 우리 태양계는 그 은하계의 2천억 개 별들 중 평균적인 별에 불과하고, 우리 지구는 태양계의 8개 행성 중 네 번째 큰 행성에 불과하다.

지구라고 하는 것은 우주라는 대양에서 물 한 방울도 되지 않는 미미한 존재이다. 먼지만도 못한 인간이 그 물 한 방울도 되지 않는 지구 바깥에 나가 불과 108분 동안 머물다가 와서는 자기가 거대한 대양을 보았고, 그것을 지은 창조주는 없었다고 말하다니….

하지만 가가린이 하나님을 보지 못했다고 한 지 몇 년 뒤 그는 자기가 그토록 부정하던 하나님을 실제로 만났다. 그 말을 한지 7년 뒤인 1968년 3월 27일, 그는 불과 34세의 나이로 MiG15 시험비행을 하다가 추락해서 죽었기 때문이다. 가가린의 말은 무지와 결합한 인간의 교만의 극치라고 할 수 있고, 또한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자기 안에 갇혀 산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 유리 가가린. (인터넷 블로그 갈무리)  
 
이 이야기는 목회자들이나 기독교 저술가들이 무신론자들의 어리석음과 최후에 대해 말할 때 흔히 사용하는 예화입니다. 저도 이전에 이 얘기를 인용해서 설교를 한 적도 있고,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근래 그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과연 가가린이 그런 얘기를 했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얘기를 했다면 구체적인 증거가 있어야 할 텐데… 아래에서는 위키피디아를 비롯한 몇몇 영어 문헌에 소개되어 있는 그의 행적과 어록을 중심으로 가가린에 대해 살펴봅니다.

가가린이 무신론자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책으로는 웨인 리(Wayne Lee)가 쓴 <To Rise from Earth>와 근래의 몇몇 오래 된 웹사이트들, 그리고 구소련 매스컴들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1961년 4월 14일, 가가린이 역사적인 우주 비행에 성공하고 귀환한지 이틀 뒤에 기자들과 만나 "내가 살피고 또 살폈지만 하나님은 보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가린이 실제로 이렇게 말했을까요? 그가 이 말을 했다는 것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람은 그의 가까운 친구이자 가가린공군사관학교(Gagarin Air Force Academy) 교수였던 페트로프 대령(Colonel Valentin Petrov)입니다.

2006년 인터뷰에서 페트로프는 단호하게 가가린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소련공산당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흐루시초프(Nikita Khrushchev, 1894-1971) 수상이 소련의 반종교 캠페인에 대해 연설하면서 "가가린이 우주 공간에 날아갔으나 그곳에서 어떤 신도 보지 못했다"고 한 말에서 출발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말은 가가린이 한 말이 아니라 흐루시초프의 말인 셈입니다.

페트로프에 의하면 가가린은 러시아정교회(Russian Orthodox Church) 멤버였으며, "일생동안 침례를 받은 신실한 신자"였습니다. "그는 마땅히 그래야 한다면 언제라도, 그리고 어느 곳에 있든지 항상 하나님을 고백했습니다." 현재 러시아정교회 대표인 블라초스(Nafpaktos Hierotheos Vlachos) 역시 가가린이 했다는 무신론적 언급은 당시 소련 무신론 선전매체들의 대대적인 홍보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페트로프는 단호하게 "그가 말했다고 하는 그 유명한 말은 실은 흐루시초프가 한 말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가가린의 무신론적 언급은 명백히 잘못 전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가가린에 대한 또 다른 잘못된 인용은 그가 보스토크 I호를 타고 지구 궤도를 돌면서 지상 기지와 통화한내용입니다. 그는 지상 기지와 통화하면서 "나는 여기서 하나님을 볼 수 없다"고 한 말입니다. 그러나 그가 우주선을 타고 있으면서 지상 기지와 통화한 내용은 남김없이 모두 공식적인 문서로 만들어져서 지금까지보 관되고 있는데 어디에도 가가린이 그런 얘기를 했다는 흔적이 없습니다. 가가린은 분명히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하게 출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다른 흥미 있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가가린이 지구로 무사히 귀환하자 이를 축하하는 대대적인 환영행사가 열렸는데 이 행사에서 일어난 일을 가가린의 가까운 친구이자 우주인이었던 레오노프(Alexei Leonov)는 이렇게 전합니다. 당시 수상이었던 흐루시초프가 가가린을 한쪽 구석에서 만나서 "그래 유리, 그곳에 올라가서 하나님을 보았는지 내게 말해줄 수 있겠나?"(So tell me, Yuri, did you see God up there?)라고 하자 가가린은 잠시 생각한 후에 "예 각하, 제가 보았습니다"(Yes sir, I did.)라고 대답했습니다. 순간 흐루시초프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아무에게도 그 얘기 하지 말게"(Don't tell any one)라고 했습니다.

몇 분 뒤에 러시아 정교회 대표가 가가린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조용히 물었습니다. "그래 친구여, 그곳에 올라가서 하나님을 보았는지 내게 말해줄 수 있겠나?"(So tell me, my child, did you see God up there?). 가가린은 주저주저하다가 "아니요, 보지 못했습니다"(No sir, I did not.)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 대표도 "아무에게도 그 얘기 하지 말게"(Don't tell any one)라고 했답니다.

가가린이 무신론자였다는 주장은 분명히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를 무신론자로 몰아간 것은 1차적으로 소련의 관영 매체들이었지만 그리스도인들도 가가린의 얘기를 왜곡시키는 데 일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가가린이 우주비행에서 귀환한 후 7년 만에 불과 34세의 젊은 나이로 비행기 추락으로 비극적인죽음을 당하자 그의 얘기는 점점 더 부풀려지고 각색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설교자는 가가린이 우주 공간에 나가서도 하나님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를 일찍 불러올렸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가린의 신앙적 배경이나 행적을 생각한다면 그의 무신론적 언급은 누군가가 왜곡했거나 잘못 전달한 것이 분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아무리 무신론자들에게 경고하기에 적절하고, 신자들에게 하나님을 믿지 않는 자의 비극적 종말을 경고하기에 적합한 예화라도 사실이 아닌 것을 인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히 이 문제는 세상을 떠난 가가린이나 생존하고 있는 그의 가족들의 '신앙적 명예'가 달린 문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페트로프도 열정적으로 그의 신앙을 변호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아무리 설교자들을 유혹하는 '삼빡'한 예화라도 틀린 것이 분명한 예화는 더 이상 설교에서 사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기회를 빌어 저도 그동안 가가린의 무신론적 언급을 충분히 조사도 해보지 않고 여러 차례 예화로 사용했던 것에 대해 가가린과 그의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비록 그의 가족들이 이 글을 볼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양승훈 교수 / 벤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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